지난 기사에서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클로즈 베타테스트(이하 CBT)에 대해 이야기했다. 1만 명 단위의 테스터 모집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개발사는 피드백을 받기 쉽고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 유저는 원하는 게임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규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반기고 있었다.
[이전 기사 보기] 온라인게임 新 풍속도 ① 통 커진 테스트 [원문보기]
한편, 늘어난 클로즈 베타테스트의 규모만큼 오픈 베타테스트(이하 OBT)의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짧게는 세 달에서 길게는 반년 넘게 진행하던 OBT도 이제는 옛말이고, OBT 이후 짧게는 한 달, 늦어도 두 달 이내에 상용화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이에 따라 마케팅과 테스트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사실상 CBT가 OBT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마케팅 시기 자체가 전반적으로 앞당겨졌다. 짧아진 OBT에 맞춰 홍보방식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직접적으로 유저들을 접할 수 있는 PC방을 겨냥한 마케팅이 늘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4주년을 맞아 기획된 온라인게임 新 풍속도, 2부는 ‘짧아진 OBT와 마케팅’편이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OBT 짧게는 보름, 길어도 두 달
해가 지날수록 신작 온라인게임들의 OBT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지난 2월5일 OBT를 시작한 <스파이크걸즈>는 2월24일 부분유료화를 시작했다. OBT가 시작되고 약 20일 만의 상용화다. 지난 1월29일 OBT를 시작한 <로스트사가> 역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26일 부분유료화를 시작했다.
최근 온라인게임 중 그나마 상용화까지의 기간이 긴 편에 속한 <에이카> 역시 작년 12월18일 OBT를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난 2월24일 정식 서비스를 발표했다. 평균적으로 빠르면 보름, 길어야 두 달 이내에 상용화 서비스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쯤에서 과거의 경우를 살펴 보자. 2005년 5월 OBT를 시작한 <썬>은 반년이 지난 11월14일 상용화를 시작했으며 같은 해에 나온 <그라나도 에스파다>도 2월14일에 OBT를 시작해 7월에 정액제 서비스를 발표했다.
과거의 사례 중에서 상용화 속도가 빨랐던 <던전앤파이터> 역시 2005 8월10일에 OBT를 시작하고 두 달 반이 지난 10월25일에 부분유료화에 돌입했다.
4~5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OBT 기간이 두 배 이상 짧아진 것이다.
■ 늘어나는 부분유료화 게임과 촉박한 일정
OBT가 짧아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축적된 개발사의 노하우와 빠듯한 일정, 그리고 부분유료화 게임의 증가 때문이다.
우선 개발사 자체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굳이 OBT를 길게 할 이유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게임이 확실한 계획을 수립한 후 OBT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OBT 중 돌연 과금체계를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에이카> 역시 부분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한빛소프트 이수현 과장은 “요즘 게임들은 개발 초기부터 부분유료화와 정액제 등의 과금체계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이전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며 OBT 이후 요금제를 고민하는 일도 없다”며 OBT 기간이 길 필요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는 개발사의 ‘일정’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발사 중 상당수가 ‘유저들의 비판을 피할 수 있는’ CBT 단계에서 집중적인 테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개발사에서도 수익을 내야 하는 시기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OBT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부분유료화 게임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사실상 ‘기본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부분유료화 게임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OBT만이 가진 ‘무료화의 장점’이 퇴색된 것이다.
■ 마케팅의 변화 ① 마케팅의 시작은 CBT부터
OBT 일정이 짧아지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이 마케팅과 홍보다. 특히 대규모 CBT가 사실상 이전의 OBT역할을 맡으면서 마케팅 시기가 전반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이 시기에 주로 사용되는 홍보 방식은 유저의 CBT 참여를 이끌어 내는 ‘목적 달성’ 이벤트와 더욱 많은 테스터 모집을 위한 ‘추천 이벤트’다.
그리곤의 <칸헬>은 1차 CBT를 진행하면서 넷북과 모니터 등 다양한 상품을 건 이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기간 중 각 서버에서 최고레벨을 달성한 유저에게는 넷북이, 쟁탈전에서 승리한 길드원에게는 모니터가 돌아가는 이벤트였다.
<C9> 역시 1차 CBT 기간 중에 일정레벨의 던전을 클리어하면 친구 5명을 초대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칸헬>이 진행한 목표 달성 이벤트의 경우 CBT 단계에서 보다 열성적인 테스트 참여를 기대할 수 있고, <C9>이 진행한 친구초대 이벤트는 다른 유저들에게 입소문을 내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C9>의 퍼블리셔인 NHN 한게임의 관계자는 “주로 OBT를 시작하면서 대규모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CBT 단계부터 홍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C9> 역시 홍보를 위해 테스터 이외에도 PC방 접속을 허용하거나 친구 추천 쿠폰을 발급하는 등 CBT 시점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저들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CBT의 규모가 커지고 OBT가 짧아지면서 사실상 ‘OBT 이후의 이벤트를 위한 사전작업’을 CBT 단계에서 해 둘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OBT 시기의 마케팅 전략도 변하고 있다. 우선 OBT 기간이 짧아진 만큼 빠른 시간에 직접적으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PC방 홍보에 주력하는 게임들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PC방에서 사전 OBT를 시작했던 위메이드의 <아발론 온라인>이다. <아발론>은 정식 OBT 2주 전인 3월13일부터 PC방 유저들을 대상으로 사전 OBT를 실시했다. PC방을 본격적인 홍보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취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아발론>을 서비스 중인 위메이드의 이나정 과장은 “PC방은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채널이므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팀워크와 경쟁이 필요한 게임들에게 PC방은 딱 어울리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PC방 마케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빛소프트의 <에이카>처럼 잠재적인 유저의 수와 PC업주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곳도 있다, <에이카>는 OBT와 동시에 PC방 유저들을 겨냥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빛소프트의 관계자는 “MMORPG의 경우 유저 대다수가 PC방에서 플레이한다. 또한 PC방 업주들과의 관계도 있으므로 PC방 이벤트는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달라도 집중적인 홍보에 PC방이 꼭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일치한 셈이다.
OBT 기간이 짧아지면서 꾸준한 홍보보다 ‘짧고 굵게’ 가는 마케팅이 늘어났다. <아발론>은 OBT 시작에 맞춰 1억원 규모의 자체 리그를 시작했고, <로스트사가>는 OBT와 동시에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의 후원과 매체를 통한 집중 광고를 시작했다.
OBT 시작일과 정식서비스의 시작일의 차이가 줄어든 만큼 단기간에 집중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로스트사가>를 서비스 중인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윤혜정 씨는 “짧은 OBT에는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홍보가 어울린다. 단기간에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만큼 특정 시기와 장소에 집중적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발론>은 CBT 단계부터 1억 리그의 서버를 마련해 뒀다.
워메이드의 이나정 과장 역시 “테스트 기간이 짧아질수록 OBT에 맞춰 집중적인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CBT 단계에서도 마케팅 계획을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며 OBT 이후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마케팅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효과가 높은 만큼 위험부담도 커
다만 집중적인 마케팅은 그 효과만큼이나 큰 위험부담을 갖고 있다. 우선 OBT 기간 중 마케팅 방향의 수정이 불가능하다. 마케팅의 방향이 틀린 것을 깨닫거나, 마케팅의 효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파악될 때는 이미 상용화 서비스를 앞둔 상태라는 것이다.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윤혜정 씨는 “짧은 테스트 기간은 홍보나 마케팅을 집중할 수 있어서 그만큼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홍보나 마케팅이 미흡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았을 경우 이를 고칠 수 시간이 없다”며 준비되지 않은 홍보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CBT 기간 중에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 게임이 유저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 했을 때 오히려 ‘안티 여론’만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입소문을 위해 어렵게 끌어 모은 유저들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알리는 전도사가 되기 십상이다.
넥슨 홍보실의 차유선 씨는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CBT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도 좋지만 이는 전략의 문제다. 테스트의 의미를 살리고 싶다면 마케팅과 홍보를 더욱 조심스럽게 할 필요도 있다”며 단순히 마케팅과 홍보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밝혔다.
■ 더욱 집중적으로 변해가는 마케팅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굳이 대규모의 마케팅과 이벤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데이터가 리셋되지만 CBT도 일종의 목적성(상품)을 갖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저는 “짧고 굵은 마케팅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워낙 온라인게임이 많다 보니 OBT 기간 동안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마케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라며 집중적인 마케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최근에는 OBT 시작과 동시에 가능한 모든 매체에 광고하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개발사 역시 최근에는 온라인게임의 수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집중적인 마케팅이 아니고서는 자사의 게임을 알리기 어렵다. 게다가 일정 수의 유저를 확보해 놓으면 이후에는 큰 비용 지출 없이 지속적으로 입소문을 통한 홍보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CBT 기간부터 진행되는 빠르고 집중적인 마케팅 방식’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 게임업체의 관계자는 “범람하는 게임들 속에서 자사의 게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짧고 굵으면서도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마케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OBT 기간에 집중적인 마케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가 흥행을 좌우할 것”이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온라인게임 新 풍속도, 마지막 3부에서는 대규모 CBT와 짧아진 OBT가 불러온 상용화 풍경에 대해 짚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