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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제 VPN으로 스팀게임 싸게 사고파는 시대는 끝?

지역 우회 이용한 구매 불가능··· 일각에선 불만도 나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성현(체리폭탄) 2020-08-03 18:24:35

 

VPN에 골치를 썩던 스팀이 강수를 뒀다. 앞으로 VPN을 이용한 스팀 결제가 어려워진다.

 

7월 30일 스팀 데이터 분석 사이트 ‘스팀DB’는 “스팀 스토어 국가 변경이 더 엄격해졌으며, 해당 국가 결제 수단으로 구매해야 된다”고 밸브의 신규 정책을 공개했다.

 

스팀 ‘상점 및 지갑 국가 업데이트’의 개정안

 

새로 도입된 정책은 해당 지역 결제 수단과 거주 증명을 요구한다. 가령 미국인이 한국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하고 싶다면, 카드 결제 청구지와 현재 스팀을 사용하는 장소가 한국일 때만 결제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발급받은 결제 수단이 아니거나, 접속 IP가 한국이 아니라면 미국 스팀으로 진행된다. 

 

유저가 스팀에 접속하는 IP가 복수 국가일 경우, 원래 설정한 국가로 적용된 상점에 접속된다. 다만 해당 국가에 부합하는 결제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 국가 변경이 가능하다. 

 

국가 변경에 쿨다운이 생겼다. 지난 2주 사이에 상점 국가가 변경되었거나, 이전 국가에서 48시간 이내에 게임을 구매하면 임시 쿨다운이 적용된다. 임시 쿨다운 동안은 국가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는 스팀의 지역별 가격 차등 정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정책은 각 국가의 소득 수준에 맞춰 게임 가격을 책정한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는 평균보다 값싸게 판매한다. <토탈워: 워해머 2>는 미국에서 59.99달러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27.67 달러다. 미국에서 59.99달러인 <다크소울 3>는 아르헨티나에서 8.99 달러다. (7월 31일 환율 기준)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2018년 1인당 구매력 평가는 7,400만 원과 2,500만 원으로 대략 3배 차이다. 동일한 ‘풀프라이스’ 게임을 살 때 아르헨티나인이 느끼는 부담감이 미국인보다 더 클 것이다.

 

'SteamDB'를 통해 분석한 국가별 게임 가격 차트

 

만약 미국인이 <다크소울 3>를 아르헨티나에서 구매하면 50달러 이익을 본다. 게임 판매 차익을 위해 여행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VPN을 이용하면 아르헨티나에서 <다크소울 3>를 구매할 수 있다. VPN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인터넷을 쓰는 것으로 위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사설망)은 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공중 통신 서비스와 달리, 단체나 개인이 인터넷 망을 이용해 정보를 바깥에 드러내지 않은 채 사용하는 기술이다. VPN을 사용하면 서비스 제공자의 위치나 국적 등으로 위장할 수 있다.

 

지역별 가격 차등 정책과 VPN의 악용은 스팀 외에서도 볼 수 있다.

 

<하스스톤> 유저들은 VPN을 이용한 구매 방법을 ‘이집트팩’이나 ‘브라질팩’등으로 부른다. VPN을 사용한 국가 이름을 따와서 만든 은어다. 몇몇 사람들은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구독제 서비스에도 VPN을 사용한다.

 

VPN을 사용한 판매업자도 있다. 쇼핑몰에서 정상가보다 값이 싼 게임 코드는 VPN을 사용한 상품이 대다수다. 구매자의 계정을 빌려 타지역 게임을 등록하는 방식이다.

 

스팀은 VPN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약을 걸고 있다. 게임 구매 및 등록에 지역 제한을 걸거나, 특정 국가에서 구매하면 그 나라 언어로 언어가 고정되는 방식이 흔히 사용된다. 소득 격차가 큰 국가끼리 게임 선물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플레이 불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스팀의 VPN 대책이 강화된 이유는 최근 논란이 된 <호라이즌 제로 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8월 7일 발매되는 <호라이즌 제로 던>은 7월 3일부터 사전구매가 가능해졌다. 몇몇 유저는 VPN을 사용해 아르헨티나 버전을 구매했다. 해당 소식은 게임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다.

 

게임의 PC판 한국 가격은 5만 1,000원이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약 8,800원(539 아르헨티나 페소)이다. 같은 게임이지만 두 국가 가격은 5배 가량 차이난다.

 

스팀은 이를 인지하고 7월 4일 <호라이즌 제로 던>의 아르헨티나 가격을 약 3만 5,000원(2,100 아르헨티나 페소)로 인상했다. 

 

이번 신규 정책으로 쇼핑 사이트에서 VPN을 사용하는 판매업자가 대폭 감소했다. 지역별 가격 차등 정책이 취지에 맞게 작동되는 중이다. 

 

한국 지역 제한의 대표적 사례로 <뉴 단간론파 V3>가 있다.

일각에서는 VPN 차단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지역제한 걸린 게임 구매가 불가능해졌다. <뉴 단간론파 V3>처럼 심의 및 사회 이슈 때문에 한국 판매가 불가능하거나,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같이 아시아 시장 판매 지역에 제한이 걸린 게임들을 쉽게 구하지 못하게 됐다.

 

가격이 비싸게 매겨지는 국가 유저들도 불만을 표한다. 스팀은 유럽 국가 대부분을 유로 지역으로 묶어서 운영한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다양한 국가를 묶은 점이다. 2018년 기준으로 EU 가입국인 그리스와 독일의 1인당 구매력은 3,500만 원과 6,300만 원이다. 같은 게임을 구매하더라도 그리스 게이머와 독일 게이머가 느끼는 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