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은 ‘온라인 레이싱 게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XL1> <스키드러쉬> <레이시티> <아크로 엑스트림> <엑스레이싱>이 쏟아져 나왔고, <씽 온라인> <슈퍼잼> <제트레이서> 등 색다른 소재의 레이싱도 등장했죠.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정통 온라인 레이싱 게임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각자 흥행 성적도 달랐고, 상황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활발한 해외 진출입니다. 세계를 질주하는 국산 온라인 레이싱 게임들의 현주소를 살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시티레이서>
세계 최초의 MMO 레이싱 <시티레이서>는 2004년 오픈 베타를 시작해 지금까지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 분명 장수 게임이지만 최근의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다.
개발과 서비스를 맡은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시티레이서>의 업데이트는 1년 반 이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났고, 이대로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시티레이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생 개발사 모빌플래닛은 2008년 초, 세가로부터 <시티레이서>의 판권을 인수해서 1년 동안 리뉴얼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로 지난 2월 인터페이스가 개선되고 해상도가 향상되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다.
리뉴얼 이후의 반응은 좋은 편. 최근 동시접속자수가 2008년 상반기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고, 게임시장의 비수기인 개학 시즌인데도 접속자가 줄지 않고 있다. <시티레이서>를 떠났던 유저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 대폭 향상된 <시티레이서>(출처 : 이달의 시티레이서 스크린샷 1위 수상작)
앞으로 모빌플래닛은 여름방학 전에 새로운 부산 맵과 신규 퀘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각 섹션별로 퀘스트를 모두 다르게 조정하고, 차의 속성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불편한 게임성도 개선한다. 모빌플래닛은 1주일 1회 업데이트를 약속한 상태다.
모빌플래닛의 김형민 대표는 “내년까지 <시티레이서>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것이며, 우리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리얼 레이싱 시장은 넓다. <시티레이서>의 리얼 레이싱의 정통성을 추구하고 인정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빌플래닛은 모 자동차 업체와 차량 라이선스를 논의하고 있으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해당 회사의 자동차와 <시티레이서>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와 함께 해외 진출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시티레이서>는 중국과 인도에 진출해 있다. 중국에선 회원이 2,000만 명을 돌파한 상황. 앞으로 월드 서버가 열리면 동남 아시아와 북미에서도 <시티레이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 전 세계 40개국을 누빈다 <스키드러쉬>
카툰 렌더링 레이싱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키드러쉬>는 지금도 채널전, 에이스 결정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1일 순수 이용자는 3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수출 성적도 좋다. <스키드러쉬>는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홍콩 등 총 5개국에서 <드리프트 시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동시접속자수 3만 명을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북미에서 서비스 중인 <드리프트 시티>의 모습.
지난 2월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29개 나라와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국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스키드러쉬>를 만든 엔플루토는 오는 2분기(4월~6월) 중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유럽 지역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실시한다.
예정대로 서비스가 실시되면 전 세계 40개국의 게이머들이 <스키드러쉬>를 즐기게 된다. 국산 온라인 레이싱 게임으로는 최대 수출규모다.
엔플루토의 관계자는 “<스키드러쉬>는 애초부터 다른 게임처럼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닌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현재 그 진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태국에서 대박! 세계로 나가는 <레이시티>
MMO 레이싱 RPG <레이시티>는 2006년 <스키드러쉬>와 쌍벽을 이루며 레이싱 붐을 이끈 주인공이다. 서울 주요 지역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자동차의 액션, 퀘스트 시스템, 강력한 튜닝 등이 특징이었다.
<레이시티>의 최근 반응은 상승세다. 작년 여름부터 지역 점령전, 질주 시스템 등을 추가했는데, 매일 특정시간에 수백 대가 동시에 경쟁을 펼치는 질주 시스템의 반응이 좋다. 덕분에 최근에는 동시접속자수와 매출도 2배 이상 늘었다.
해외 반응은 더 뜨겁다. 현재 <레이시티>는 중국과 홍콩, 태국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대만에서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3월 초에는 태국에서 최대 동시접속자수 2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 게임으로 떠올랐다.
<레이시티>의 전 세계 회원은 약 1,500만 명. 중국과 홍콩에서만 1,000만 명이 가입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개발사인 제이투엠(J2M) 소프트는 <레이시티> 이후에도 댄스게임 <데뷰>와 슈팅대전 <탄>을 선보였으며, 개발력을 인정받아 EA에 자회사로 인수되기도 했다.
<레이시티> 태국 버전의 모습.
■ 국내 유저도 해외에서 즐긴다 <아크로 엑스트림>
<아크로 엑스트림>은 트랙 레이싱에 FPS의 전투 시스템을 접목한 FPS 레이싱 게임이다. 런칭될 당시에는 <아크로 레이서>의 후속작이라는 점과 독특한 게임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12월을 끝으로 업데이트가 멈춘 상황. 이제는 유저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아크로 엑스트림>은 해외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일본에서 <씨원배틀>(C1Battle)이라는 이름으로 3월11일부터, 북미 지역에서는 <업시프트 스트라이크 레이서>라는 이름으로 지난 1월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씨원배틀>의 경우 <파랜드 택틱스> 풍의 귀여운 캐릭터를 접목해서 서비스하고 있는 점이다.
이렇게 국내보다 해외 버전에 개발력이 집중되다 보니 국내 <아크로 엑스트림> 유저들이 북미서버로 옮겨가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국내 서버에서는 대전할 상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서 서비스 중인 <아크로 엑스트림>(씨원배틀)의 홈페이지 모습.
■ 일본에서 부활을 노린다! <고고씽>
<고고씽>은 게임하이와 엔빌소프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온라인 레이싱 게임이다. 개발진은 물리엔진을 강조하고 깔끔한 그래픽과 빠른 속도감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08년 2월 오픈 베타를 시작한 <고고씽>은 상용화 서비스까지 돌입했지만, 2008년 12월 서비스 중단이라는 결과를 맞았다.
이후 <고고씽>은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 부활을 노리고 있다. 게임하이의 일본법인 게임야로우에서 강도 높은 현지화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트랜스피>라는 새로운 이름의 레이싱 게임으로 거듭났다. <트랜스피>는 지난 1월15일부터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이다.
<트랜스피>는 단순한 현지화 버전이 아니다. <고고씽>에 새로운 캐릭터와 슬립 스트림 시스템을 도입했고, 도쿄돔과 도쿄타워 등의 현지 트랙도 추가했다. 과도한 경쟁을 원치 않는 일본 유저를 위해 충돌 시스템도 보완했다.
현재 <트랜스피>는 일본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며, 반응이 좋을 경우 국내에서 다시 오픈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캐릭터부터 다른 <고고씽>의 일본판 <트랜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