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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 크라우드펀딩, 단 ‘2일’ 안에 승부 못 내면 실패

성공하는 크라우드펀딩에는 숨은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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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0-08-24 15:14:10

만약 크라우드펀딩을 계획 중이라면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 프로젝트는 모금 시작 2일 안에 목표액 20%를 달성할 모든 채비를 갖췄는가?'

 

이 숫자는 중요하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 프로젝트 대부분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20일 데브컴 강연자로 나선 ‘ICO 파트너스’ CEO 토마 비도의 주장이다. NC소프트 유럽 지사 설립자였으며 현재 개발 컨설턴트로 일하는 비도는 50개 이상 펀딩 프로젝트 자문을 맡고 300개 이상 프로젝트를 후원한 업계 베테랑이다. 그가 말하는 ‘크라우드펀딩의 본질과 성공 공식’을 한 번 들어보자.

 

 

# 크라우드펀딩은 '가슴이 시켜서' 하는 투자

 

크라우드펀딩의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감성적’(emotional)인 모금 방식이다. 개인이 게임 펀딩에 동참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프로젝트를 향한 감정적 유대감과 애정이다. 달리 말하면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인 동시에 ‘팬심’ 표출이자 ‘응원’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세계증시가 얼어붙었을 때 ‘킥스타터’ 후원자들만큼은 투자열에 불타오르며 전월대비 4~5배 투자를 한 것도 그런 맥락에 맞아 떨어진다. 외부 위기가 닥치면 소중히 여기는 대상에 더욱 애착이 강해진다. 3월 이후로도 게임펀딩 모금액 및 목표달성 펀딩 수는 최근 몇 년 추세와 차이가 없다. 후원자들이 팬심으로 뭉쳐 외부 악재를 막아낸 형국이다.

 

2020년 상반기 킥스타터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2개 프로젝트를 봐도 ‘팬덤’의 힘이 읽힌다. <원더풀 101>은 <베요네타>시리즈 제작사 플래티넘 게임즈 작품으로, 원작(닌텐도 Wii 버전) 팬 성원에 힘입어 리메이크 펀딩에 성공했다. 다른 프로젝트 <패스파인더: 래쓰 오브 더 라이처스>도 원작(TRPG <패스파인더>)과 전작 <패스파인더: 킹메이커>의 두터운 팬층 덕을 봤다.

 

 

# 크라우드펀딩에 적합한 게임 유형 3가지

 

크라우드펀딩 성공 가능성은 ‘팬덤의 크기와 공고함’에 비례한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비도는 성공확률이 높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세 유형 모두 팬을 모으기 적합한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인기 많은 IP의 후속작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록맨> 시리즈 정신적 후속작 <마이티 넘버 나인>을 예로 들 수 있다. 시리즈 신작을 원하는 팬심에 힘입어 펀딩은 손쉽게 성공했다. 비록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결과물로 후원자들에 실망을 안기긴 했지만.

 

 

둘째는 시장에 외면받았지만 아직 팬층이 존재하는 마니악 장르의 프로젝트다. 스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언 하베스트>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아이언 하베스트>는 ‘클래식 RTS’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우며 RTS 신작에 목마른 장르 팬들의 마음을 두드려 펀딩에 성공했다.

 

그러나 특정 IP의 팬덤과 비교해 장르 팬덤은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유형에 속하는 프로젝트는 활동성이 높은 장르 팬 커뮤니티가 이미 존재할 경우에만 성공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는 ‘시연하기 좋은’(demonstrable) 형태의 게임 프로젝트다. 앞선 두 유형과 달리 기존 팬을 등에 업는 형태는 아니지만, 새로운 팬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독창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게임은 여기에 ‘취향저격’ 당한 이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다.

 

‘퍼즐 FPS’ 게임 <슈퍼핫>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슈퍼핫>은 ‘주인공이 움직이는 동안에만 시간이 흐른다’는 간결한 게임 콘셉트가 플레이 영상에서 명확하게 파악된다. 이렇게 눈에 잘 띄는 특성이 있으면 펀딩 사이트에서 게임을 홍보하기도 수월해진다. 비도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설명했다.

 

 

“만약 <슈퍼핫>의 게임 콘셉트가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기 어려웠다면 그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이 추상적(conceptual)이고, 플레이 방식을 설명하기 어려울수록 피칭(홍보)은 더 힘들어지고, 사람들은 ‘이 게임이 세상에 꼭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애착을 덜 느끼게 된다.”

 

 

# 후원자가 '팬'이라면 개발자는 '인플루언서'

 

팬덤의 사전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면 팬을 모으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여기서는 ‘개발자’보다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마인드셋이 요구된다. 관련 커뮤니티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즐길거리’를 계속 제공,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이때 시각자료가 많은 도움이 된다. 스크린샷도 좋지만 영상이 더 낫다. 5~10초의 짧은 시간에 게임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줄 수 있는 ‘움직이는 이미지’(gif 등)가 더욱 유용하다. 이해하기 좋고, 소셜 미디어로 공유하기도 좋다.

 

프로젝트를 대변하는 명확한 마케팅 메시지도 마련돼야 한다. 마케팅 메시지를 정하다 보면 게임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키워드를 자연스레 정리하게 되고, 이 키워드는 개발과정 내내 게임을 대외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은 게임 데모다. 데모는 우선 개발자 의도를 대략적으로 알리기에 좋다. 게임의 비주얼 스타일, 게임플레이 요소, 템포, 스토리도 제시해준다. 

 

또한 게임 데모가 있으면 기존 팬베이스(후원자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더 많은 타깃에 게임을 알리기 좋다. 스팀 등 게임 플랫폼에 데모를 올리거나, 미디어 및 스트리머에 제공하면 게임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 '모멘텀'이 생명이다

 

위에 제시된 수단들을 적절히 활용해 잠재적 팬이 충분히 몰렸다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프로젝트와 모금을 시작해야 한다. 쉽게 말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다.

 

대중의 관심은 쉽게 사라진다. 통계를 보면 섬뜩할 정도다. 대게 크라우드펀딩의 성패는 첫 2일 안에 판가름이 난다. 비도는 “모금 시작 첫 2일 동안 목표액의 20% 가량을 모아야 프로젝트 성공확률이 높다. 그러지 못할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시작 초기에 프로젝트 관리와 마케팅 노력이 집중돼야 하는 이유다.

 

 

프로젝트 초기 모금액은 개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중소 규모 게임 개발에는 거의 항상 ‘데스밸리’(투자금이 아예 없거나 매우 적은 기간)가 발생하는데, 초기 모금액이 많을수록 이 구간을 견디기가 수월해진다.

 

 

# '노 저을 준비'는 미리 해두자

 

닥쳐온 기회를 제때 잡으려면 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선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탐방하며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일 마케팅 타겟 집단을 찾아 두어야 적시에 적소를 노려 마케팅할 수 있다.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선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최대한 유사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찾도록 하자. 규모가 다른 프로젝트라면 기본 운영법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참고하기 힘들다.

 

또 한가지 팁은 완료된 프로젝트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캠페인 시작부터 게임 출시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어떤 마케팅 절차를 밟았는지 확인하면 시기별로 달라지는 프로젝트 변경·조정 요령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모두 학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상황과 게임 특성에 맞는 독창적 보상 이벤트를 기획하자.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굿즈 사업을 보고 무작정 따라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할지 엄격하게 따져 보자. 자기 게임만의 독특한 장점을 활용한 이벤트가 가장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