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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플래그십 스튜디오에서 배운 ‘실패의 교훈’

전(前) 플래그십 비즈니스 디렉터의 GDC 2009 강연 정리

이재진(다크지니) 2009-03-31 08:31:08

2007 10,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남부럽지 않은 개발사였다. 플래그십은 <디아블로> 시리즈를 만든 유능한 개발진과 오리지널 IP(헬게이트: 런던, 미소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고, 기대작 <헬게이트: 런던>의 출시도 앞두고 있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대부분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어서 그들의 게임에 대한 권리(IP)를 잃었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지난 27일 막을 내린 게임개발자회의(GDC) 2009에서 눈에 띄는 세션이 하나 진행됐다. ()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비즈니스 개발 디렉터 스테판 골드스타인(Stephan Goldstein, 오른쪽 사진)’이 전하는 실패의 교훈이었다.

 

그는 지난 26 GDC 연단에 올라 내가 플래그십 스튜디오에서 배운 교훈(My Lessons Learned from Flagship Studios)’이라는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GDC에서 성공한 게임의 비결탐구와 실패한 게임의 원인분석(강평)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회사가 망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세션은 극히 드물다.

 

해외 매체들이 보도한 스테판 골드스타인의 아프게 돌아본 플래그십의 실수를 요약해서 정리했다. 그는 이번 세션이 모든 독립 개발자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개발사를 시작하려고 하는, 신작을 런칭하려고 하는, 이미 신작을 런칭한 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다는 것이다.

 

 

■ 레슨 ① 대안이 없었다. 플랜A만 있었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은 플래그십을 설립했을 때 멤버들이 생각했던 것은 플랜(plan)A’ 뿐이었다고 밝혔다. 무언가 일이 벌어졌을 때 적용할 수 있는 플랜B’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플래그십의 핵심 멤버들은 유능한 개발자였지만, 정작 용의주도한 비즈니스 플랜이나 재정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플랜A는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플래그십은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졌다.

 

 

 

■ 레슨 ②기회가 있을 때 투자를 받지 않았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은 <헬게이트: 런던> 발매 전에는 투자회사들의 제안이 꽤 많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플래그십은 ‘투자를 받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 투자를 받았다면 우리는 <헬게이트: 런던>의 발매를 늦출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좀더 고려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은 완성도를 높이려면 우리에겐 최소 4개월~5개월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 레슨 ③애매한 과금체계에 문제가 있었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에 따르면 플래그십의 비즈니스 모델은 온라인 게임의 방식을 활용해 월정액 요금을 받는 것이었다. 그들은 <헬게이트: 런던>이 출시된 후에는 월정액 수익으로 회사를 꾸려 나갈 계획이었다. 그것이 바로 플랜A’였던 셈이다.

 

그는 <헬게이트: 런던>의 과금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헬게이트: 런던>은 박스에 담긴 ‘PC 패키지 게임으로 판매됐다. 그런데 싱글플레이 모드는 공짜, 기본적인 멀티플레이도 공짜, 그리고 유료 멀티플레이가 따로 있었다. “일반 게이머들이 이해하기 복잡한 과금체계였다는 것이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은 <헬게이트: 런던>의 패키지가 약 50만 장 팔렸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렇게 팔린 패키지에서 월정액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월정액 매출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플랜A’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플랜A’가 무너진 플래그십의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그는 만일 <헬게이트: 런던>이 월정액 전용 게임이었다면, 25만 장이 팔렸어도 플래그십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감하지만 결정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은 “(플래그십 직원들은) 발매 전부터 과금체계가 혹평 받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사리기 위해 회의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외부 컨설턴트나 애널리스트를 초빙해서 플래그십의 계획을 검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플래그십 멤버들에겐 ‘처음인 것들’도 너무 많았다. ‘ FPS 스타일의 게임이었고, ‘ 3D 게임’였고, ‘첫 월정액 기반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해외 매체들은 스테판 골드스타인의 세션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불황으로 게임업계도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큰 성공의 기회도 있다. 여기 있는 모든 개발자 분들은, 투자자나 퍼블리셔에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방식을 찾아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테판 골드스타인은 플래그십을 떠난 뒤 현재 보안·IP 전문 로펌에서 카운셀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