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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사골’ IP에 VR?…‘안 좋은 조합’인데 기대되는 이유 3가지

제2차 세계대전 게임의 ‘조상’이 VR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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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0-08-31 11:57:51
기억하는가? <콜 오브 듀티> 이전, <메달 오브 아너>가 있었다.

이제는 ‘잊혀진 고전’ 취급받는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신작 <메달 오브 아너: 어보브 앤 비욘드>(이하 <어보브 앤 비욘드>)가 VR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 덕분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메달 오브 아너>(1999년)와 후속작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썰트>(2002년)는 명작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후속작들은 인기를 까먹었다. 프랜차이즈 저작권이 EA로 넘어간 이후 혹독한 발매 스케줄로 완성도가 떨어졌던 탓이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신작이 나오지 않았다.

‘빛바랜 IP’와 비주류 플랫폼 VR의 조합인 만큼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의외다. 8월 28일 게임스컴 2020 오프닝 행사에서 게임플레이가 공개된 이후 관련 영상들의 좋아요 수는 싫어요 수를 9:1 비율로 압도하고 있다. 긍정적 반응의 배경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 '원조' 개발자와 믿을만 한 개발사의 만남

신작이 기대되는 첫 번째 이유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글로벌 성공으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이하 리스폰)가 개발 권한을 갖고 시리즈의 ‘근본’(roots)으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리스폰과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의 인연은 깊다. 과거 <메달 오브 아너> 초기작 개발을 맡았던 개발자 일부가 독립해 인피니트 워드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또 다른 2차대전 배경 FPS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리스폰은 <콜 오브 듀티> 주요 개발자가 인피니트 워드를 빠져나와 함께 세운 회사다.

이번에 리스폰은 1999년 <메달 오브 아너>를 디렉팅했던 원조 개발자 피터 허쉬만을 개발팀 수장 자리에 앉혔다. 허쉬만과 빈스 젬펠라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메달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썰트>를 함께 제작한 동료이기도 하다.



# 다시 한 번, 진솔한 전쟁 이야기

2018년 제2차 세계대전 배경의 <배틀필드 V>가 처음 공개됐을 때, 실제 역사기록과 사뭇 달라보이는 게임 분위기에 적지 않은 팬이 당혹감을 표현했다. 이와 유사한 아쉬움을 느꼈던 게이머라면 이번 작품에 주목할 만하다. 개발사가 실제 전쟁 영웅들의 활약상을 근접하게 그리겠다는 포부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젬펠라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보브 앤 비욘드> 개발 시작단계부터 우리는 시리즈의 ‘뿌리’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졌다.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는 파워풀하고 흥미로운 싱글플레이어 스토리로 잘 알려져있다. 실제 전장을 누비던 병사의 입장에 서게 해주는 스토리 말이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전쟁을 겪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청해 듣는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젬펠라 대표는 “참전용사 및 생존자 인터뷰 내용에 기초해 게임 스테이지를 디자인했다. (그럼으로써) 단순한 게임 이상의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 '이유 있는' VR

VR은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플랫폼이다. 2020년 3월 밸브의 <하프라이프: 알릭스>(이하 <알릭스>)가 글로벌한 성공을 거뒀지만 그 외에는 아직 이렇다할 VR 흥행작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VR을 택한 리스폰의 결정은 그럴 듯하다. ‘몰입 극대화’라는 VR 기술의 장점이 ‘병사의 입장에 서게 한다’는 개발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게임스컴 2020 오프닝 행사에서 허쉬만은 컷씬 등 영상 연출을 배제하여  VR 특유의 1인칭 경험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플레이어가 주인공과 주변 사건에 보다 잘 이입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이는 컷씬 연출보다 자연스러운 스크립트 연출에 호의적이던 스필버그의 게임 연출법으로 회귀한 것이기도 하다.

VR 특성을 살린 연극 형식의 연출기법도 시도됐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촬영기사가 모션캡처 스테이지에 선 뒤, 그 주변에서 NPC 역할의 배우들이 실시간으로 연기를 주고받거나 주인공에게 대사를 건네는 식으로 주요 장면을 찍어 현장감을 높였다.

‘어보브 앤 비욘드’(Above and beyond)란 원래 ‘요구(기대)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어보브 앤 비욘드>가 이름과 포부대로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갖춘 작품으로 나올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