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조용하다. PS5와 Xbox 시리즈X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과 대조된다. 코로나19 영향이 있다 해도 너무나 조용하다. 예전 같은 화끈한 발표도 없고 연말 발매될 킬러 타이틀도 공개되지 않았다.
무언가 큰 것 한 방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때마침 스위치 신형 출시에 대한 보도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치 신형은 2021년 발매된다. ▲4K 해상도 ▲개선된 그래픽 ▲연산 능력 강화가 현 스위치와 차이점이다.
보도는 두 곳에서 시작됐다. 8월 24일 대만 경제일보(經濟日報)와 8월 25일 블룸버그. 경제일보는 ‘닌텐도가 스위치 신형을 2021년 출시할 계획’이라 처음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좀 더 상세하게 ‘관계자에 따르면 닌텐도가 연산능력 개선과 4K 해상도 지원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해당 보도 이후 더 버지, 폴리곤, VG247 등 해외 매체도 이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1년 스위치 신형 발매와 킬러 타이틀이 같이 출시될 것”이라 주장했다. 올 연말에 발매될 스위치 대작이 없기 때문이다. ‘나올 때가 되었음에도 안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올해 닌텐도 라인업은 극과 극이다. 상반기는 <동물의 숲>, <제노블레이드>로 풍족하게 시작했다. 반면 하반기, 특히 연말 시즌에 발매될 킬러 타이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포켓몬스터>, <스매시브라더스> 같은 인기 타이틀을 주로 11월~12월 발매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2020년의 2/3이 지나간 시점에 연말 라인업을 공개하기엔 뒤늦지 않냐는 주장도 나온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연말에 인기 작품을 내놓는다.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설날 등 대목이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닌텐도도 오랫동안 해당 전략을 고수해왔다. 즉, 연말을 과감히 포기해도 될 만큼 강력한 전략을 준비해온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다른 근거로 ‘감감무소식인 타이틀이 너무 많은 점’도 꼽혔다. <베요네타 3>,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작, <메트로이드 프라임 4>은 2~3년 전 최초 공개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발매일, 게임 정보, 플레이 영상 같은 정보가 새로이 나오고 있지 않다. 블룸버그는 ‘신형 스위치 론칭에 맞춰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신형 발매를 위해서는 두 가지 장애물부터 넘어야 한다. ①코로나19로 게임 개발 환경이 바뀐 점 ②스위치 프로에 쓸만한 칩셋이 없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둘 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중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스위치 신형을 더 늦게 만날지 모른다.
연말 라인업의 부재보다 더 끔찍한 것은 킬러 타이틀 없는 신형 기기 론칭이다. 코로나19로 수많은 게임사가 발매 연기를 선택하고 있다. 닌텐도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닌텐도 퍼스트 파티는 개발 속도가 타 회사에 비해 빠른 편이 아니다. 메타크리틱 97점을 기록해 스위치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만 해도 개발에 6년이 소요됐다.
칩셋 문제도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 현재 스위치에서 사용되는 Tegra X1+ 칩셋만큼 가격과 성능 모두 만족스러운 칩셋은 없다. 스위치 프로에 쓰이려면 ▲X1+ 칩셋보다 강력한 성능을 지니면서 ▲전력은 비슷하게 소모하고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며 ▲X1+ 칩셋과 호환성이 높은 제품이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칩셋은 2020년 9월에 존재하지 않는다. 초기형 스위치에 쓰인 Tegra X1에 비해 1.5배 성능의 Tegra X2 칩셋은 높은 전력소모와 비싼 가격이 문제다. 신형 칩셋 Xavier는 가격도 문제며 개발 목적도 자율주행과 AI 분야다. AMD의 APU칩셋은 설계를 뜯어고쳐야 된다.
블룸버그 등의 보도에 대한 닌텐도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닌텐도의 기존 입장은 2021년 발매한다는 매체 보도를 배제하지 않았다. 닌텐도는 2020년 1월 경영정책설명회에서 ‘적어도 2020년 동안은 신형 스위치는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닌텐도는 2019년에 이미 신형 스위치 두 모델을 발매했다. 전력 소비를 개선한 ‘스위치 신공정’과 저가형 버전인 ‘스위치 라이트’였다. 닌텐도는 신형 기기를 1년 만에 발매해봐야,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매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스위치 신형 출시에 ‘코로나19’ 변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야기했듯 코로나 탓에 게임이나 하드웨어의 개발이 지연될 확률도 있다. 반면, 재택 근무와 학습 상황에서 스위치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제값 주고 스위치와 <동물의 숲> 등을 구하기 어렵다. 닌텐도에게는 시장 확대를 모색할 기회다.
블룸버그의 보도가 맞다면, 스위치를 살 타이밍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