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섹시게임의 대명사로 꼽혔던 <A3>(애니파크 개발, 액토즈소프트 제공)가 최근 선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새출발에 나섰다.
액토즈소프트(대표 김강)는 지난 6일 <A3>의 새 타이틀인 <A3 리턴즈>의 홈페이지를 열고 4월10일부터 부분유료화 서비스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액토즈소프트는 그 동안 내세웠던 ‘섹시’ 콘셉을 벗고 정통 MMORPG의 재미를 알려 <A3 리턴즈>로 유저를 끌어모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겨울, OBT 시작 일주일만에 동접 5만명의 기록을 세울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A3>가 이제와서 섹시한 이미지를 벗으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한 마케팅 때문이다.
◆ 2002년의 A3: 초기 마케팅의 '섹시' 콘셉은 성공적
‘몸에 걸쳤을 뿐인 옷’ ‘흐릿한 눈빛’
2002년 말, <A3>는 성인을 타깃으로 한 MMORPG를 표방했다.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섹시’였다.
<A3>는 대표 캐릭터 레디안(위쪽 이미지)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갑옷과 살짝 풀린 듯한 눈망울, 그리고 하얀 치아가 살짝 보이는 빨간 입술의 레디안은 남성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레디안은 2002년 겨울 스키장의 얼음 동상으로까지 등장했다.
액토즈소프트가 초기 오픈 베타테스트에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만 약 100억 원 정도. 2002년만 하더라도 온라인 MMORPG들이 마땅한 캐치프레이즈조차 내세우기 힘들었던 때였다. 당시 주력 타깃층이었던 10대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성인 게임을 표방한 <A3>는 성공적인 오픈 베타 론칭의 사례로 남아 있다.
그리고 2002년 12월 <A3>는 오픈 베타 직후 동시접속자수 5만 명을 돌파하면서 이후 온라인게임 대작들이 나오게 만드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섹시로 무장한 <A3>의 게임 밖에는 레디안이 버티고 있었고, 게임 안에서는 상체가 노출된 암컷 몬스터가 등장하고, 술집과 무희도 나왔다. 이후 레디안이 스토리 NPC로 등장해, 어린 시절 강간을 당했다는 파격적인 퀘스트도 선보였다.
<A3>가 전면에 내세운 캐스팅 캐릭터들. 정작 게임 속에서 보기는 힘들었다.
퍼블리싱 단계에서 <A3>를 섹시하게 포장하는 노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성과는 아쉬웠다. 레디안을 보고 성인 유저들이 들뜬 마음에 게임에 접속했지만 플레이한 뒤에 섹시란 느낌이 약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섹시에 들인 노력은 상당했지만 유저 만족으로 이어지지 못 했던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컨텐츠 생산과 소비의 기대치가 매우 다름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의 온라인게임만 보더라도 아트웍과 실제 캐릭터의 이미지가 전혀 다른 경우가 상당했다. 게임업체들은 유저를 낚기 위해 실제 게임과는 다른 콘셉을 갖고 오기도 했다.
<A3>도 섹시 콘셉에 호기심을 가진 유저들을 접속하게 만들고, 게임성으로 승부수를 띄워 유저를 붙잡아 두려는 전략을 사용했다.
당시 MMORPG들은 대부분 월정액 과금 체계를 선택했다. 게임업체에 주어진 미션은 오픈 베타 시기에 최대한 많이 끌어들인 유저를 상용화 시점까지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유저 드랍율의 최소화'였다.
그 과정에서 <A3>의 섹시 콘셉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실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유저들은 더 선정적인 섹시를 갈구하기보다 게임 컨텐츠와 성인 중심의 매너있는 게임 문화에 대해 호응을 보냈다.
<A3>는 오픈 베타 이후, 섹시가 아닌 ‘성인들이 공감하는 컨텐츠’를 전면 내세웠다. 몬스터와의 사냥시 피가 낭자하는 느낌의 하드고어 전투의 느낌을 살리고 유저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겜블링 시스템을 선보여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실제 액토즈는 오픈 베타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난 2004년 1월 파트2를 업데이트하면서 옷을 많이 챙겨입은 수수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섹시 콘셉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레디안의 섹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내세운 궁수 캐릭터 '시드'
◆ 2009년의 A3: 지금의 섹시 콘셉은 부담
<A3>가 나왔던 2002년은 온라인게임의 등급심사가 적용된 원년이었다. 게임등급심사를 담당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A3>에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개발사에서 성인등급에 해당하는 ‘18세 이용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게임 내의 전투가 매우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시 섹시라는 내세웠던 만큼 선정성에서 '등급보류'가 나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선정성 자체는 등급 결정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초기의 섹시한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면에 내세웠던 레디안이 게임에 등장하지 않자 유저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그리고 유저들은 비디오나 영화에서 보듯 좀더 짜릿한 것을 원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온라인게임 <A3>는 너무 점잖았다. 이런 점에서 <A3>는 시간이 지날수록 ‘섹시 마케팅의 반작용’
게임 자체는 '살'보다 '칼'을 전면에 내세운 컨텐츠가 대부분이다.
액토즈소프트는 하드코어 성인 MMORPG로 <A3 리턴즈>를 서비스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야한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다시 부각되면 오히려 마케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퍼블리셔인 액토즈와 개발사인 애니파크도 <A3 리턴즈>는 야한 이미지는 벗되, 성인 게임이라는 콘셉은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부분유료화 버전 <A3 리턴즈>를 18세 이용가로 게임위에 등급신청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결국 낡은 섹시라는 콘셉은 버리되 최초의 성인 온라인게임이라는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A3 오리지널>과 <A3 리턴즈>는 과금체계에 따른 일부 컨텐츠 변화 외에 전체적인 시스템은 모두 동일하다.
액토즈 관계자는 “<A3 리턴즈>는 과거 미성년이었던 유저들이 과금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무료게임이라는 방향을 설정했다. 과거 섹시라는 콘셉에 가려진 정통 MMORPG의 모습을 유저들에게 선보인 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