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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국회의원회관에서 쫓겨난 PC방조합 기자회견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7일 오후에 기자회견 개최

이터비아 2009-04-08 11:32:35

죄송합니다. 나가 주세요.

 

국회의원회관 직원의 말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던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하, PC방조합)과 10여 명의 기자들은 회의실 밖으로 쫓겨났다.

 

지난 7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PC방조합이 '게임사의 PC방에 대한 부당 행위'를 알리는 기자 회견을 열고 PC방의 수익을 갉아먹는 대형 게임업체들의 잘못을 규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가 달라'는 국회의원회관 직원의 말 한마디에 기자 회견장의 분위기는 순간 머쓱해졌다. 당찬 결의로 PC방의 어려운 현실을 적극 알려리고 했던 PC방조합은 행사의 흐름을 놓쳐버렸고, 여의도 벚꽃 축제로 교통통제가 심했던 곳을 힘들게 뚫고 들어갔던 기자들은 겨우 한 숨을 돌려나는 찰나에 '쫓겨나는' 날벼락을 맞았다.

 

결국, PC방조합은 새로운 장소를 찾느라고 분주했다. 그들이 30분간 시간을 허비하고 기껏 찾아낸 장소는 바로 국회의원회관 앞 벤치였다. 따사로운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사상 초유의 야외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실, 이번 기자회견이 열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예약한 곳은 PC방조합이 아니었다. 바로 소상공인 단체였다. 소상공인 단체는 7일 오후 '소상공인 단체 카드 수수료 인하 공청회'를 목적으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예약했다.

 

PC방조합은 '소상공인 단체 카드 수수료 인하 공청회'가 끝난 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 진행이 소상공인 관련 단체와는 협의됐지만 정작 행사장 관리측인 국회 행정부처와는 협의가 되지 못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공청회의 대관 시간은 오후 4시까지. 이후의 대회의실 대관이 스케줄상 어렵게 되자 PC방조합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대회의실 밖으로 쫓겨났고 회의실 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PC방조합은 국회 행정부처 관계자들과 30분간 실랑이를 벌이면서 대회의실을 사용하게 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들은 오후 4시 이후로는 대회의실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며 잘라 거절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안 요소가 숨어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의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하지만 이 일정은 당일 12시에 발표됐다. 행사 시작 4 시간을 남겨 두고 초청한 셈이다. 이번 기자회견이 상당히 촉박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게임 업체의 부당행위를 하루빨리 알리기 위한 의도에 비해 그 준비는 허술했다.

 

결국 PC방조합은 부득이하게 국회의원회관 앞 벤치에서 옮기게 됐다. 기자회견은 약 30분간 진행됐다. 초청했던 PC방조합 관계자들은 '앉아' 있었고 초청받은 기자들은 '서' 있던 익숙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PC방조합은 CJ인터넷과 엔씨소프트, NHN 등 대형 게임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PC방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이번 넷마블의 <서든어택> 사태는 물론 최근 발생한 엔씨소프트 <아이온>의 접속 불가 사태와 NHN의 한게임 접속 불가 사태의 원인을 소송을 통해 확실히 규명해 게임사의 과실을 밝히고 우리의 권리를 표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최 이사장은 "이번 소송은 1인당 배상액을 1만원으로 진행해 돈을 받겠다는 목적이 아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전례를 만드는 데 의의를 두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장을 방문해 취재한 기자들 반응은 냉담했다.

 

한 기자는 "벤치에서 기자회견을 해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이렇게 준비가 안된 채로 진행하다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기자는 "협동조합의 취지는 좋지만 과거처럼 제대로 뭉치지 못한다면 어짜피 질 싸움일 듯 싶다"며 우려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협동조합의 안일한 준비와 행정으로는 대형 게임 업체에 제대로 대항하기 힘들 것이다. 좀더 체계적인 준비와 진행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단체 카드 수수료 인하 공청회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결국 벤치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