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아니라 촌장이 되고 싶은 게 아니냐?”
자민당 총재 후보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마케팅이 실패했다. 약관 위반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뛰어든 이시바 시게루 제46대 간사장(원내대표)은 야심차게 ‘모둥숲’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었다.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로 분장해 호응을 얻었던 아베를 벤치마크한 셈이다.
이시바는 본인을 모델로 한 ‘이시바짱’ 캐릭터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유세를 펼칠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세가 어려워지자, 게임을 활용해 당원과 소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캠프가 9월 2일 발표한 ‘모동숲’ 선거 전략과 동일한 맥락이었다.
호응을 기대하며 9월 6일 캠페인을 알렸으나, 반응은 험악했다. 특히 ‘게임 내 정치 활동이 닌텐도의 이용 약관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주된 비판이었다. 이시바 캠프의 캠페인은 조 바이든 후보의 캠페인과 유사한데, 정작 일본 닌텐도와 미국 닌텐도의 이용 약관이 다른 점은 몰랐던 모양이다.
미국 닌텐도 이용 약관에는 게임 내 정치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반면 일본 닌텐도에서는 약관 위반이다. 조 바이든은 되고, 이시바 시게루는 안 되는 이유다.
유세 캠페인은 하루도 채 가지 못했다. 캠프 측은 유튜브에 올린 홍보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9월 7일 이시바 캠프 측은 캠페인 진행 보류를 발표했다.
이시바 캠프측에서 공개한 이시바쨩과 포스터 스크린샷
그가 유세 캠페인으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꺼낸 이유 중 하나는 밀레니엄 세대 공략으로 여겨진다. 지속적인 '안티 아베' 포지션으로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캠프로서는 대중적 지지도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9월 14일 열릴 자민당 총재선거가 코 앞이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8월 29일 여론조사에서 그는 34.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9월 4~6일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 주요 파벌의 지지를 얻은 스가 요시히데 후보가 46%를 기록했고, 이시바는 33%로 2위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