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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라이트 형제를 꿈꾸며…’ 게임계 형제열전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형제·남매 경영진

정우철(음마교주) 2009-04-14 11:12:21

지난 3월30일, 엔씨소프트의 임원 인사에 김택진 대표의 친동생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엔씨소프트는 북미법인과 유럽법인을 통합한 엔씨웨스트(가칭) CEO에 이재호 부사장을, 일본법인 CEO에 박성준 전무를, 글로벌 마케팅 임원(전무)에 김택헌 엔씨재팬 CEO를 각각 선임했다. 이날 글로벌 마케팅 임원으로 선임된 김택헌 전무는 김택진 대표의 동생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부부 경영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개발 사장)-백일승(사업 사장) 부부 뿐만 아니라, 컴투스의 박지영(사장)-이영일(부사장) 등은 각종 보도를 많이 알려져 있다. 작년 말에는 김택진 대표의 부인 윤송이 씨도 엔씨소프트 국내법인 전략책임 부사장에 선임되면서 엔씨도 부부 경영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아직 형제의 이야기는 없다. 게임과 함께 문화 컨텐츠의 한 축을 이룬 영화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코엔 형제,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남매 뿐만 아니라, 류승완(감독)-류승범(배우) 등의 형제의 이야기가 많다.

 

물론 게임계에서도 형제들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형제의 이야기다.

 

 

■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김택헌 형제

 

형인 김택진 대표는 1997년부터 엔씨소프트의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언론으로부터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동생인 김택헌 전무는 거의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김택헌 전무는 2000년대 초, 엘투데이(L2day)라는 리니지 커뮤니티사이트의 대표를 역임했다. 엘투데이는 단순히 게임 정보를 제공하는 1차원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만 그치지 않고 스스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특히 <리니지>라는 가상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유저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했고, 인기 가요를 <리니지2> 영상으로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는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템 강화와 캐릭터 성장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에게 게임 공략이 아닌 다른 컨텐츠는 꾸준한 호응을 얻기 힘들었다. L2day는 흥행에 부진을 겪게 되고, 결국 김택헌 전무는 2003년 엔씨소프트 재팬 CEO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상황으로만 보면 친인척의 낙하산 인사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택헌 전무는 <리니지2>의 일본 론칭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일본법인을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다. 2002년 30억 원에 머물렀던 엔씨 재팬의 연간 매출이 2008년에는 493억 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김택헌이라는 인물이 김택진 대표의 동생’에서 엔씨재팬의 CEO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전(前) 엔씨 재팬 직원 A 씨는 국내에서 잔뼈가 굵은 마케터들이 통계 데이터를 들이밀면서 흥행할 수 없다고 모두 말렸는데, 현지 유저의 입맛에 맞는 게임 마케팅을 펼쳐 <리니지2>를 정착시켰다고 평가했다.

 

최근 6개월 동안의 임원인사로 김택진 대표는 국내법인 전략책임자에 아내인 윤송이 부사장, 글로벌마케팅 임원으로 김택헌 전무을 배치했다. 가족 경영시대가 열린 셈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왼쪽), 김택헌 글로벌 마케팅 임원(오른쪽) .

 

 

■ 드래곤플라이 박철우, 박철승 형제

 

엔씨소프트가 형의 회사에 동생이 합류한 경우라면 드래곤플라이는 동생의 회사에 형이 합류한 경우다.

 

드래곤플라이의 주인공은 박철우(대표)-박철승(사장) 형제. 형은 회사 경영을, 동생은 개발을 맡으며 형제 간의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형제의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 <날아라 호빵맨> <운명의 길> 등의 패키지 게임 개발하던 박철승 사장은 더 이상 패키지 게임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 온라인게임 개발을 서두르게 된다. 

 

게임스쿨 출신으로 개발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조직관리, 회사 운영 등 전문적인 경영에 자신이 없었던 박철승 부사장. 그는 경영을 맡을 인물을 물색하던 중 가까이에 있는 자신의 형을 떠올렸다.

 

마침 당시 한솔PCS를 그만둔 형 박철우 대표는 동생의 제안을 받고 드래곤플라이에 합류했다. 2000년 1월의 일이다.

 

이때부터 형 박철우 대표가 경영을 맡고, 동생 박철승 사장은 개발에 전념했다. 형동생의 사이이긴 하지만 각자의 업무영역을 철저히 구분지은 것이다. 그리고 2002년 최초의 온라인 FPS 게임 <카르마 온라인>을 제작, 넷마블을 통해 선보였다.

 

온라인 FPS가 불모지였던 시기에 <카르마 온라인>은 최대 동시접속자수 8만 명이라는 쾌거를 거둔다. 그러나 <카르마>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든든한 매출원의 역할을 하지 못 했다. 

 

이후 형제는 <카르마 온라인>을 타산지석 삼아 차기작 <스페셜 포스>로 대박을 터트렸다.

 

현재 형 박철우 대표는 지난 해 말 드래곤플라이를 코스닥에 우회상장 절차를 밟는 등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고, 동생 박철승 사장은 <카르마2>를 개발하며 FPS 장르에 매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드래곤플라이 박철승 사장, 박철우 대표.

 

 

■ 한빛-T3 김기영, 김유라 남매

 

개발사에서 출발해 <오디션>의 흥행신화를 바탕으로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T3엔터테인먼트의 김기영 대표와 김유라 이사도 남매 사이다.

 

김기영 대표는 1998년 T3엔터테인먼트를 설립, PC 및 모바일 게임을 꾸준히 제작해 오다가 2004년 엠파스를 통해 <오디션>을 선보였다. 당시 엠파스는 게임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나 퍼블리싱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퍼블리셔의 사업 부진은 개발사로 이어졌다. <오디션>의 앞날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김기영 대표가 동생 김유라 이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유라 이사는 사내에서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혼자 도맡으며 오빠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이후 <오디션>은 국내 음악 사이트 벅스의 채널링 서비스로 발판을 마련하고,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그 결과, 2008년 5월 T3엔터테인먼트는 한빛소프트를 인수했다.

 

현재 김기영 대표는 개발사 T3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퍼블리셔 한빛소프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김유라 이사는 한빛소프트의 온라인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라 이사, 김기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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