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RPG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롤플레잉 장르의 원류가 된 ‘던전앤드래곤(Dungeons and Dragons)’의 공동 창작자 데이브 아네슨(Dave Arneson)이 지난 7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61세.
아네슨은 지난 해 3월 먼저 세상을 떠난 개리 기각스(Gary Gygax)와 함께 던전앤드래곤을 창조했다.
1969년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작업을 시작해 1974년 최초의 던전앤드래곤 룰 북을 출간했다. 펜과 종이, 주사위로 즐기는 TRPG 던전앤드래곤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았다.
이후 아네슨은 자신만의 RPG 세계관 Blackmoor(블랙무어)를 만드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개리 기각스가 설립한 TSR에 합류해 던전앤드래곤의 연구 디렉터를 맡기도 했지만, 로열티 배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1979년 회사를 떠났다.
TSR을 떠난 아네슨은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하다가, 1990년대부터 2008년까지 ‘풀 세일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게임 디자인을 가르쳤다.
아네슨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전 세계 게임팬들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던전앤드래곤 공식 홈페이지도 첫 화면을 검게 바꾸고 아네슨을 추모했다. 그에게 게임을 배웠던 학생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해외 게임팬들은 “D&D는 두 명의 월트 디즈니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은 떠났다. 그들은 우리 게임 속에서 계속 살아 숨쉴 것이다” “당신이 세상에 남긴 선물에 감사드립니다”라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던전앤드래곤을 만든 두 사람, 개리 기각스와 데이브 아네슨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레벨’과 ‘파티’, ‘체력(HP)’ 같은 RPG의 개념들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게임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아네슨을 추모하기 위해 첫 화면을 바꾼 던전앤드래곤 공식 홈페이지.
아네슨은 노년에도 게임업계의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