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대응하겠다. 불매 운동하겠다”
PC방 단체들은 게임업체의 PC방 정책에 언제나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서 꺼내는 발언이다. 많게는 2천억 여원의 매출을 거두는 게임업체와 달리, PC방은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영세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골리앗이 휘두른 주먹에 다윗은 목숨을 걸고 피한다. 그리고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다윗은 항상 처절한 혈투를 벌인다.
최근, CJ인터넷의 <서든어택> 비가맹 IP 차단과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NHN의 한게임 PC방 서비스 장애와 관련, PC방단체인 한국PC방협동조합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가 내세운 카드도 법적 소송과 함께 공정거래 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것이었다.
PC방의 게임사에 대한 투쟁은 햇수로 9년째다. 특히 게임사를 대상으로 한 공정거래위원회로의 제소나 형사 고소 등의 절차를 밟긴 했지만 그 이후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 결과물들을 정리해봤다.
◆ <포트리스2 블루>, 공정위 신고 철회로 마무리
PC방 단체들의 법적 제소의 시작은 2000년 <포트리스2 블루>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트리스2 블루>를 제공하는 CCR은 <포트리스2 블루>를 이용하는 PC방 IP마다 20~50만원을 부과하는 PC방 유료화 모델을 선보였다. 캐주얼 게임이라 월정액 유료화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CCR은 PC방 유료화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전까지 패키지 이외에 게임비를 지불한 적이 없었던 PC방 업주들은 당연히 이에 반발했다. 그리고 PC방 연합체인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와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는 불매운동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한 달 뒤 CCR과 PC방과의 합의가 이뤄져 제소는 철회됐다.
◆ 엔씨소프트의 PC방 상품 <길드워> 끼워팔기는 공정위에서 받아들여
그리고 법적 제소가 받아들여져 실제 진행으로 이어진 첫 사례는 엔씨소프트의 <길드워>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5년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리니지2> PC방 통합 요금제에 <길드워>를 추가시키면서 부터다. <길드워>를 별도의 PC방 요금으로 떼어서 출시하지 않고 PC방 통합 상품에 포함시켰던 게 화근이었다.
이에 PC방은 엔씨소프트가 구매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했으며 <길드워>의 종량제 상품을 인기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의 종량제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고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PC방의 주장을 수용함으로써 엔씨소프트에 경고 조치했다.
◆ 넥슨의 PC방 과금방식은 공정위에서 기각해
또한 넥슨도 제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2005년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인기에 힘입어 PC방 이용시간이 크게 늘어나자 PC방 과금 방식을 기존의 정액제 대신 자사 게임들을 시간 단위로 과금하는 통합 정량제로 변경키로 했다. PC방은 매월 일정 비용만 내면 되는 게 아니라, 사용시간에 맞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게다가 통합 결제보다 개별 결제가 가격이 훨씬 비싸 원하지 않는 게임까지 결제해야 했다.
이에 PC방은 "통합 정량제는 넥슨이 <카트라이더> 인기에 편승해 후속작인 <제라>, <워록> 등을 끼워팔겠다는 의도이며 넥슨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PC방 사장들이 넥슨 본사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당시 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이 삭발을 하는 등 강경책을 보였다. 그리고 <카트라이더>의 불매 운동과 함께 대체하는 게임을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의 내용을 주의 조치하며 기각했다. 하지만 넥슨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 통합 정량제 도입을 늦췄고 PC방을 이를 수용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 그 외, ‘끼워팔기’로 PC방이 공정위에 신고
2007년 CJ인터넷은 PC방 월정액 요금 재정비 명목으로 가격 인상과 끼워팔기를 시도했다며 PC방 측이 공정위에 제소했으나 기각됐다. 또 웹젠은 <뮤>의 PC방 정량 요금제에 <썬>을 포함시켜 게임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제소건만이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아 요금제가 바뀌었다.
그리고 2008년 넥슨은 기존의 PC방 요금제를 <SP1>과 <카스 온라인>을 포함시킨 신규 통합 요금제로 임의 변경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당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 네오위즈는 ‘건빵 PC방’ 서비스로 사기 혐의로 고소돼
단순히 공정위 신고에 그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그 주인공은 <스페셜포스>를 제공하면서 FPS의 명가로 거듭난 네오위즈다. 네오위즈는 PC방 프로모션 과정에서 <스페셜포스>를 ‘PC방에선 영원히 무료’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네오위즈는 2007년 <스페셜포스>의 ‘건빵 PC방’이라는 일종의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PC방은 “네오위즈가 ‘건빵 PC방’이라는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편법으로 출시해서 영원히 무료라는 약속을 깼다”고 주장했다. 결국 PC방은 네오위즈를 서울지방 검찰청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청은 사기 혐의 부족으로 판단, 네오위즈는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특혜냐 유료화냐 논란을 빚었던 건빵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