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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A, ‘원조’ 자존심 버리고 ‘백화점’ 입점 전략 택했다

9년 만에 오리진 사라지고, 소통 위한 ‘EA 데스크톱 앱’으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0-09-21 14:40:51

이제 ‘오리진’ 대신 ‘EA 데스크톱 앱’이다. 세계 최대 게임 퍼블리셔 EA(일렉트로닉 아츠)가 게임 유통 전략을 확 바꿨다. 자체 쇼핑몰 대신 쿠팡이나 위메프 등에 입점하는 격이다. 대신 다양한 플랫폼간 ‘유저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EA는 9월 14일(이하 현지시간) ‘오리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EA 데스크톱 앱’으로 불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다. 핵심 기능이 달라진다. ‘EA 데스크톱 앱’은 소셜 네트워킹 기능에 중점을 둔다. EA측은 “이전보다 부드럽고 신속한 소셜활동 중심의 유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유저들에게 다른 게이밍 친구들과 소통할 장소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EA가 ‘오리진’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자사 PC플랫폼을 ‘유저 소통’ 중심 게이밍 앱으로 재 포지셔닝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 '오리진'을 포기한 이유

 

오리진은 출범 후 9년 동안 한 번도 스팀에 위협이 된 적이 없다. ‘스팀 라이벌’ 입지에 그나마 가까워진 것은 메가 히트게임 <포트나이트>, ‘무료 게임 폭격’, ‘기간 독점 타이틀’ 등으로 총공세를 편 에픽게임즈 스토어였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2위에 올랐지만 당분간 스팀 주도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 플랫폼 시장은 먼저 진입한 사업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미 한 곳에 게임이 수북히 쌓여 있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 어렵다. 두 집 살림은 귀찮다. 단단히 구축된 커뮤니티와 편의기능도 버리기 힘들다.

 

오리진은 초기 대규모 유저 유입과 지속적인 유저 확보 및 잔류에 실패했다. EA가 계속 플랫폼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분명한 악수였다. 9년 만의 철수는 어쩌면 조금 늦은 결정이다.

 

 

# '소통 앱'으로 만드는 이유

 

EA는 ‘원조’를 버리고 ‘PC 애플리케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유는 무엇일까? 

 

14일 게임즈인더스트리 인터뷰에서 마이크 블랭크  EA 수석 부사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근래 EA의 노력은 모두  EA의 (새로운)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업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함이다. EA의 새 핵심가치는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기며 서로 어울리게 하는 것이다. (오리진 명칭 변경은) 이런 가치를 EA가 매우 중요시한다는 하나의 신호다.” 

 

 

최근 EA는 게임 구독 서비스 ‘EA 플레이’를 PS, Xbox, 스팀 등 여러 플랫폼에 출시하며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게이밍 서비스로서 포지션했다. 이에 따라 EA 서비스의 핵심 역할은 ‘게임 유통’ 대신 여러 플랫폼에 있는 ‘유저 소통’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 플랫폼’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 하는 전략이다.

 

 

# EA의 '플랫폼' 다양화, 어떤 이익으로 돌아올까

 

EA의 고전적 수익모델은 타이틀 판매였다. 오리진을 만든 이유도 매출의 30%를 스팀 수수료로 ‘빼앗기는’ 상황을 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며 폭탄세일 관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던 것 역시 타이틀 판매 수익 극대화를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현재 EA의 수익모델은 크게 변화했다. 독점 게임 타이틀 수가 많지 않고, <배틀필드>, <배틀프론트> 등 기존 킬러 프랜차이즈 인기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타이틀 판매 수익은 줄어들었다. 플랫폼 편의성이 크지 않아 굳이 오리진에서 서드파티 게임을 구매하는 유저도 많지 않았다.

 

반면 매년 나오는 <피파>시리즈나 무료게임 <에이펙스 레전드> 등의 소액결제 상품으로 벌어들이는 ‘라이브 서비스’ 수익은 늘었다. 2019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순이익의 45%가 라이브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자사 게임을 확산시키려는 전략도 이런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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