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산업통상진흥원(SETEC)에서 2009 신흥게임시장 전망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동과 남미에서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현지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강연을 했다. 먼저 게임파워7 대표 파디 무자히드의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두바이에 위치한 퍼블리셔 게임파워7(GamePower7)의 파디 무자히드(Fadi Mujahid) 대표가 ‘중동 게임시장의 기회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해 9월 신흥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 이은 두 번째 강연이다.
무자히드 대표(오른쪽 사진)는 서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중동 게임시장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많은 국가에서 게임 소비자 중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30세 미만 인구가 중동에서는 약 6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10대들 사이에서 PC방 이용율이 매우 높으며 PC 사양도 높아 인기 있는 서구권의 게임을 플레이 하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한 현지 도시의 경우 약 2~3천여 곳의 PC방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지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PC 패키지 게임들로 <피파> <니드포스피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3> 등의 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PC 패키지 게임과 달리 MMO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가 몸담고 있는 게임파워7은 현재 엔플레버의 <라펠즈>를 현지에서 정식 서비스하고 있다.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당시 250여 명만 참여해서 엔플레버 측에선 실망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무자히드 대표는 이러한 성적이 게이머들의 MMO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론칭 후 게임파워7은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계열사인 스페이스툰 TV를 통해 2~3분 길이의 광고를 내보냈다. 보통 30초 분량의 광고와 달리 2~3분이면 MMO의 개념에 대해 이해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러한 홍보의 결과, 현재 라펠즈는 최근 두 달 동안 동시접속자수가 166% 이상 올랐으며 순수방문자 또한 255% 이상 늘었다. 자세한 수치는 밝힐 수는 없으나 ARPU(결제자 기반 평균 결제 비용)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라펠즈>의 중동 현지 서비스 현황 및 전망.
무자히드 대표의 말에 따르면 <라펠즈>의 중동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은 1백만 달러(약 13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현지 고객에게 MMO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지 게이머들의 경우 아직 MMO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 MMO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자히드 대표는 청소년들 가운데 오직 10% 정도만이 MMO에 대해서 알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유명한 게임들은 알지만, 정작 그것이 MMO라는 사실은 모른다는 것이다.
<라펠즈>를 처음 접한 중동 게이머들 가운데에는 ‘도대체 이 게임의 엔딩을 언제 볼 수 있나?’, ‘에임포인트가 왜 없는가?’라며 물어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패키지 게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웹게임의 강세다. 별도의 클라이언트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게임의 특성상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이 웹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개발한 <트라비안>의 경우 현지에 45개의 서버를 두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현지 서비스 이후 9달 만에 1백만 유저를 유치했으며 ARPU는 3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중동의 MMO 유저수는 45만명 정도로 전체 인터넷 인구 중 0%대에 머물러 있다.
한편,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낙후된 인터넷 인프라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무자히드 대표는 현지 서버 호스팅 비용이 다른 지역의 10배 이상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믿을만한 IDC 업체가 없을뿐더러 아무도 장비를 렌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회선 속도 또한 낮아 대부분 256K 정도라고 한다. 현지에서 우스갯말로 ‘클로즈 베타 때 클라이언트를 받기 시작해서 오픈 베타가 끝날 때가 되어야 다 받는다’는 말이 있다고 무자히드 대표는 전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무자히드 대표는 게임 클라이언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물리적으로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이용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게임 선불카드를 패키지와 함께 배포하거나 PC방을 통해서 판매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산적해 있는 여러 과제에도 불구하고 무자히드 대표는 중동 온라인게임 시장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그는 현재 성적을 기반으로 2009년 말까지 약 10만 명이 <라펠즈>를 즐길 것으로 내다 보고 있었다. 중동 시장 전체를 통틀어 약 45만 명의 MMO 유저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그로서는 대단한 자신감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아랍어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라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