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체 중 중남미 게임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업체라면 단연 소프트닉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건바운드>의 현지 서비스를 시작으로 <라키온>, <울프팀> 등의 게임들을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28일, SETEC에서 열렸던 ‘신흥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를 통해 소프트닉스의 장상채 이사가 현지에서 습득한 다년간의 경험을 공유했다.
지난해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남미 게임 시장의 특성에 대해서 소개했던 그는 이번 강연에서 ‘남미 스페인어 사용 국가 온라인 게이머의 특성 및 시장 접근 전략’을 이야기했다. 그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중남미의 언어권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브라질이 포함된 포르투갈어권이고 다른 하나는 페루, 멕시코, 베네주엘라 등 그 이외 지역이 포함된 스페인어권이다. 소프트닉스는 주로 페루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어권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장상채 이사는 이러한 언어권의 특징에 대해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한 지역에 뭉쳐있다는 것은 사업진행에 매우 호재라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만 하더라도 수많은 언어와 민족, 문화 때문에 게임 서비스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중남미의 경우 같은 언어와 종교를 가지고 있는 등 성향이 비슷하다. 말하자면 3억 5천만 인구를 가진 단일 시장인 셈이다.
그는 또 이러한 단일문화권의 매력 이외에도 중남미의 각 나라들이 천연자원 부국으로서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로 그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인터넷 인프라의 확충, PC 사양의 고급화 등은 꾸준하다.
■ 결제 수단의 확충이 중요
시장의 여러가지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 곳 시장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는 결제 수단 및 결제 사기다. 이는 대부분의 신흥 게임시장이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장상채 이사는 현지 유저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힘들고 직업을 얻기 전에는 신용카드의 발급이 어렵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온라인 게임 유저의 경우 결제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결제 유저들 가운데서도 결제 사기(Fraud) 문제가 많다고 한다.
물론 은행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지 은행의 경우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사업 의지 또한 부족하다. 이에 따라 소프트닉스는 은행 결제 방식을 도입하는데 각 은행당 6~9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일단 제휴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그 은행의 지점을 유통망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소프트닉스가 활용하고 있는 주력 유통망은 선불카드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상점이다. 장상채 이사는 초기 판로 확보가 어렵지만 일단 확보된 후에는 안정적인 유통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 북미 유저 대비 ARPU는 약 40~80% 수준
한편, 이번 강연에서 장상채 이사는 자사에서 직접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소개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설문 조사는 4개국(페루, 베네주엘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15개 PC방, 367대의 PC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현지 게이머들은 PC 패키지 게임을 온라인 게임보다 더 많이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PC 패키지 게임은 71.6%, 온라인 게임은 28.4%의 점유율을 보였다. 온라인 게임 중 가장 많이 즐기는 장르는 RPG로 45.5%였으며 액션이 29.7%, FPS가 11.9%, 캐주얼 게임이 10.9%로 그 뒤를 이었다.
PC게임 장르별 점유율에서는 RTS가 54.5%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으며 FPS가 21.6%, 액션이 17.3%, 스포츠가 6.7%를 기록했다.
장상채 이사는 소프트닉스가 서비스 중인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도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3~17세 사이의 이용자가 50% 정도로 가장 많으며 18~20세, 20~30세가 그 뒤를 이었다. 여성 게이머의 비중은 6.3%로 아직 낮은 수준이었다.
게임 플레이 장소로는 50~60%의 유저가 집에서, 나머지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즐긴다. 그런데 활발히 활동하는 10~20대의 경우 인터넷 카페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장상채 이사는 이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30대 이상 유저의 경우 월 50달러 이상 결제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결제 금액에 대한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저연령의 경우 소액 결제가 많은데 비해 고연령으로 갈수록 소액이나 고액으로 쏠리는 결제 금액의 양극화가 진행됐다. 30대 이상의 경우 한달 5$ 이하를 결제하는 유저와 50$ 이상을 결제하는 유저의 비율이 각각 25%를 넘었다.
북미 유저와 비교한 ARPU(결재자 일인당 월 평균 구매액)는 40~80% 수준으로 아무래도 북미에 비해서는 다소 낮았다.
장상채 이사는 남미 유저의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면 어느 정도 구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UR(Paying User Rate, 결제 유저 비율)은 매출 수준이 40%인 게임의 경우 북미의 26% 에 지나지 않았으나 다른 게임은 50% 수준을 보였다.
■ 중남미 게임시장 진출 전략 5가지
장상채 이사는 중남미 게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5가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단일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타겟 국가를 미리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닉스는 현재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주엘라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그는 “페루와 베네주엘라의 경우 인터넷 사용 유저층이 두텁다, 이런 국가들에는 많은 온라인 게임 이용자가 있다, 모든 국가들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 국가를 세워서 순차적으로 혹은 한꺼번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별로 차별화된 이벤트 진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장상채 이사는 “각 나라별로 다양한 국경일이 있는데 이 시즌에 매출이 높게 발생한다, 그래서 다양한 소비 시즌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 전략을 활용해봤더니 내부에서 성과가 좋아서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페루의 이벤트가 베네주엘라 유저에게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운영의 묘미를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닉스는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의 웹사이트를 모두 현지어로 제공하고 있다.
현지의 웹기반 게임 매체는 아직 점유율이 낮고 활동 또한 저조하다고 한다. 그래서 소프트닉스는 주로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인터넷 카페는 결제가 이루어지는 채널일 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장소이므로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템 관련 사기(Scam)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장상채 이사는 아직 온라인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속고 속이는 사기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영어권에서 한 건 정도 발생한다면 스페인어권에서는 4~5건 이상 발생하는 수준이다. 그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정책을 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제를 많이 해주는 충성도가 높은 유저들을 내동댕이칠 수는 없으므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끝으로 그는 현지에서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이용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쉬운 유저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또한 로컬라이징은 필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