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게리엇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내용이 공개됐다. 문제의 핵심은 ‘강제 해고’인가 ‘자진 퇴사’인가의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리차드 게리엇(이하 게리엇)은 5월 5일 미국 텍사스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 계약의 불이행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엔씨소프트가 저지른 수백만 달러의 사기(fraud)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소장에 나온 게리엇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번 분쟁의 핵심은 2008년 11월경 엔씨소프트를 떠날 때 ‘강제 해고’였는지, 아니면 ‘자진 퇴사’였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두 가지 퇴사 형태에 따라 게리엇의 스톡옵션 유효기간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하 요약된 쟁점들은 게리엇이 소장에서 주장한 사항들로, ‘사실’로 판명됐거나 엔씨소프트가 ‘인정’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 쟁점 ① 강제 해고인가 자진 퇴사인가?
게리엇은 2008년 11월경 엔씨소프트를 떠나기로 결정할 당시 북미법인 정동순 대표가 일방적으로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퇴사하기 싫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정동순 대표가 “회사를 떠나달라”고 최종 통보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후 게리엇은 하던 일을 정리를 하던 도중 엔씨소프트가 내부적으로 그의 해고를 ‘자진 퇴사’ 성격으로 바꿨음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엔씨소프트에 “잘못되었다”고 항의했지만 퇴사 성격은 수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 쟁점 ② 스톡옵션의 유효기간은?
소장에서 게리엇은 ‘강제 해고’와 ‘자진 퇴사’의 구분에 따라 자신의 스톡옵션 유효기간이 크게 달라진다고 밝혔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강제 해고’의 경우 게리엇의 스톡옵션은 2011년 6월까지 효력을 갖는다. 그때까지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최고조에 오른 시점을 보다가 매각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진 퇴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리엇은 “엔씨소프트가 퇴사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에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옵션을 소멸시킬 수도 있다고 반복해서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게리엇은 엔씨소프트가 자신에게 옵션을 조속히 행사하거나, 또는 엔씨소프트가 나중에 그의 옵션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떠안도록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자진 퇴사로 처리된 게리엇은 퇴사일로부터 90일이 지나기 전인 2009년 2월 19일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그는 소장에서 “엔씨의 이야기를 믿었고, 옵션을 완전히 잃기 싫어서 스톡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게리엇은 “엔씨소프트가 자신을 자진 퇴사로 처리하면서 스톡옵션을 빨리 행사하도록 내몰았고, 자신은 2년 반의 옵션 유효기간을 잃었다. 결국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옵션을 팔아야 했고, 수 천만 달러 규모의 손해를 봤고 수 십만 달러의 세금과 비용을 부담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만일 게리엇의 주장대로 ‘자진 퇴사’ 처리로 인해 스톡옵션을 2월에 팔지 않았다면, 그는 수 백억 원의 추가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로버트 게리엇은 지난 2월 9일부터 19일까지, 스톡옵션으로 받은 엔씨소프트 주식 약 47만 주 중에서 40만3,472 주를 팔았다. 당시 엔씨의 주가는 약 6만4천~7만6천 원 대였기 때문에 게리엇 형제가 받은 돈은 258억~306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현재, 엔씨의 주가는 13만~15만 원을 오가고 있다. 만약 게리엇 형제가 스톡옵션을 갖고 있다가 요즘 팔았다면 200억 원 이상 많은 562억 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리엇의 소장이 공개된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내부적인 분석작업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게리엇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입장표명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미국 법인 관계자들과 계속 의사소통을 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자진 퇴사 여부와 스톡옵션 계약 내용에 달려 있다. 게리엇은 자신이 자진 퇴사로 처리되면서 스톡옵션에 90일이라는 제한시간이 생겼고, 나쁜 시장상황에서 옵션을 팔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만일 엔씨소프트가 게리엇의 자진 퇴사를 법정에서 입증하고, 엔씨와 게리엇 사이의 스톡옵션 계약에 ‘자진 퇴사할 경우 90일 이내에 옵션 행사’ 조항이 있다면 엔씨가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대의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리차드 게리엇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