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가 넥슨, 엔씨소프트, SK텔레콤과 디즈니의 컨텐츠를 활용한 영상·게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일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앤디 버드 사장이 미국을 방문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월트디즈니가 확보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 한국의 주요 게임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방송통신업계를 방문하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8일 LA 현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이다. SK텔레콤과는 월트디즈니의 영화를 휴대폰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구체적인 단계까지 추진하고 있다.
■ 월트디즈니, 오래 전부터 한국 게임업체들과 접촉
월트디즈니가 한국 게임업체들과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3~4 년 전에는 미키마우스와 도날드덕, 구피 등 디즈니 인기 캐릭터를 이용한 온라인 레이싱 게임의 개발도 논의된 바 있지만, 실제 개발까지 이어지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앤디 버드 사장의 발언도 “논의 중”이지 무엇인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게임업체들도 디즈니의 캐릭터와 IP(지적재산권)의 위력은 잘 알고 있지만 협력 자체를 위한 논의에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몇 년째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북미와 유럽 온라인게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조명을 받으면서 ‘디즈니 컨텐츠를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도 월트디즈니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신임 경영진도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월트디즈니와 컨텐츠 제휴에 대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월트디즈니와 손잡고 결과물을 선보인 국내 게임업체도 있다. 바로 컴투스다. 2008년 9월 컴투스는 월트디즈니와 게임 공동 개발 및 서비스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컴투스는 2008년 11월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디즈니 퍼즐 패밀리>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월트디즈니는 이미 게임산업에 깊숙하게 발을 담그고 있다. 1998년부터 자회사 ‘월트디즈니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사의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온라인게임과 웹게임 등 새로운 시대에 맞춘 행보도 적극적이다.
2007년에는 북미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플래쉬 온라인게임 사이트 <클럽펭귄>을 3억5천만 달러(약 4,332억 원)에 인수했다.
자사 IP를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이미 <캐리비안의 해적 온라인>이 북미에서 서비스 중이며, 앞으로 <카 온라인>도 나온다.
계열사인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는 산하에 6개의 개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2008년에만 게임 개발에 1억8천만 달러(약, 2,228억 원)를 사용했다. 월트디즈니는 향후 4~5년 내에 개발사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투자 비용을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입장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클럽펭귄>을 인수했던 월트디즈니는 EA 등 초대형 게임업체들의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권 온라인게임 개발사로는 중국의 게임스타를 2008년 4월 인수한 바 있다. 또한, 중국 넷드래곤과 손잡고 월트디즈니의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MMORPG <디즈니 판타지 온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월트디즈니는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한국보다 중국 게임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디즈니 판타지 온라인>이 중국에서 개발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한국 게임업체들은 월트디즈니와 손잡을 경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기업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자사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IP를 맛깔나게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 줄 게임업체, 또는 개발 스튜디오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좋은 오리지널 게임 IP를 확보하고 싶어하는 성향도 짙다.
오랫동안 협력 방안을 논의해 온 한국 게임업체들과 월트디즈니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