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10여 년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던 성폭행범 용의자 이씨(일명 발바리)가 즐겼던 게임이 액토즈소프트의 온라인게임 <천년>으로 밝혀졌다.
액토즈소프트 서수길 대표는 24일 “워낙 흉악범으로 알려져 있어 외부에 말하지는 않았지만 ‘발바리’를 검거하는 데 액토즈소프트가 크게 한 몫을 했다”며 “당시 경찰의 연락을 받고 해당 팀에 알아본 결과 발바리는 <천년>을 오랫동안 즐겨온 골수유저였던 것을 알아냈고 이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천년>은 액토즈소프트가 지난 1999년부터 서비스해오던 게임으로 지금도 동시접속자수 7,000~8,000명을 유지하고 있는 효자게임.
액토즈소프트에 따르면 ‘발바리’의 가족들은 모두 <천년>의 열혈 유저였다.
액토즈소프트 윤상 과장은 “발바리 뿐 아니라 부인과 아들까지도 함께 <천년>을 수년간 즐겨온 마니아였다”며 “발바리가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에 접속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액토즈소프트에 따르면 당초 경찰은 발바리가 온라인게임을 한다는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발바리의 집을 잠복근무 하던 중 아내와 아들이 <천년>의 여러 계정에 접속해 캐릭터를 키우는 것을 목격했고 결정적으로 이들이 게임상에서 한 캐릭터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포착했다.
이에 경찰은 아내와 아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은 캐릭터가 발바리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액토즈소프트에 해당 IP를 추적할 것을 요구, 서울 천호동의 한 PC방에서 발바리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경찰에 쫓기면서 핸드폰 등의 연락수단이 끊어지자 게임상에서 가족들을 만나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액토즈소프트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리니지>를 하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힌 대만 조폭계의 우두머리인 장시밍 역시 <리니지>에 접속해 경찰의 동향에 대해서 부하들에게 보고를 받았고 심지어 채팅으로 음식을 시키거나 물품을 구입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한편 대전 동부경찰서 강력반 관계자는 지난 21일 디스이즈게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게임업체의 협조를 통해 범인을 체포했다. 보안상 게임 이름을 절대 알려줄 수는 없다. 다만 범인이 한 게임은 RPG였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