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인터넷과 넥슨, 그리고 이번엔 새로운 퍼블리셔인 SBSi를 만나게 됐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난 5월 19일 오후 3시.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공개홀에서 KOG와 SBSi의 <파이터스클럽> 공동 퍼블리싱 조인식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위와 같은 질문이 나왔죠.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는 KOG 이종원 대표(왼쪽)와 SBSi 이남기 대표.
■ 3개월 만에 공동 퍼블리싱으로 선회한 KOG
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라면 알만한 내용이겠지만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파이터스클럽>은 KOG의 세 번째 액션대전 게임입니다. 공교롭게도 매번 KOG가 선보이는 액션 게임은 퍼블리셔가 달랐습니다. 2003년 8월에 론칭된 <그랜드체이스>는 CJ인터넷이, 2007년 12월에 나온 <엘소드>는 넥슨이 퍼블리싱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파이터스클럽>으로 세 번째 파트너 SBSi를 만났죠.
전작들의 국내 흥행은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최대 동시접속자수를 봐도 그렇죠. <그랜드체이스>가 최대 2만을 넘겼던 적이 있었고, <엘소드>는 1만3천을 넘었습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 여러 차례 개발력이 검증된 KOG의 신작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금액만 맞으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죠.
그런데 KOG는 <파이터스클럽>을 처음 발표하던 지난 2월18일, 직접 서비스하겠다는 자체 퍼블리싱 의지를 밝혔습니다. 개발사에서 퍼블리셔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 게임업계에선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개발사는 제작에 힘을 집중하고, 퍼블리셔가 마케팅, 프로모션을 포함한 서비스 전반을 맡습니다. 주로 퍼블리셔가 게임포털을 운영하기 때문에 사이트 구축도 자연스럽게 퍼블리셔가 하게 됩니다.
KOG와 SBSi는 전형적인 ‘퍼블리셔-개발사’의 수직관계와 다릅니다. ‘퍼블리셔-퍼블리셔’의 수평관계라고 보는 게 적합니다.
양사의 역할에 대해 SBSi 김진원 이사는 “SBSi와 KOG가 모든 것을 함께 할 것이며, 이는 양사간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파이터스클럽>의 홈페이지 운영부터 회원 DB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SBSi가 <파이터스클럽>의 퍼블리셔가 됐다는 말도 되지만, 뒤집어 이야기하면 KOG도 <파이터스클럽>의 퍼블리셔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신작 직접 서비스해 보고 싶은 KOG와, 좋은 게임에 투자해 함께 게임사업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싶은 SBSi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KOG가 다른 게임업체와 공동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을 수 있었을까요? 이해관계의 충돌로 사실상 힘들었겠죠. 퍼블리셔는 서비스와 관련된 전권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회원 DB도 퍼블리셔가 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KOG와 SBSi는 회원DB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조인식 현장에서는 처음으로 <파이터스클럽>의 시연버전이 공개되었다.
공동 퍼블리싱은 SBSi의 독특한 게임사업 전략입니다. SBSi가 최근 선보인 <무림외전>과 <파이터스클럽>의 공동 퍼블리싱 모델은 기존에 없던 모양새입니다. <무림외전>은 한글화와 실제 서비스는 이야인터렉티브에서 진행하고, 론칭과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투입과 마케팅 등의 퍼블리싱 영역에 SBSi가 활발하게 참여하는 그림입니다.
<파이터스클럽>도 비슷한 구도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실질적인 서비스는 KOG가 맡고, 게임·영화·TV·음악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체인 SBSi는 퍼블리싱에 필요한 마케팅과 홍보에 주력하겠죠. 물론 SBSi는 적지 않은 ‘실탄’을 자금으로 투자할 것입니다.
KOG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구도입니다. 방송국 계열사와 손을 잡았으니 홍보와 마케팅 등에서 일단 든든한 지원을 받겠죠. 벌써 SBSi 내부에서는 <파이터스클럽>을 위한 O.S.T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i가 <원더킹>을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해외에 수출한 경험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파이터스클럽>의 공동 퍼블리싱 논의는 지난 2월18일 최초발표 직후부터 숨가쁘게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홀로서기를 결심했던 KOG가 3개월 만에 공동 퍼블리싱으로 돌아섰으니, 짝사랑을 했다던 SBSi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겠죠. 조인식 현장에서 만난 SBSi 게임사업팀 실무자들의 얼굴엔 “괜찮은 게임을 잡았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KOG는 SBSi와 함께 힘을 모아 <파이터스클럽>을 국내에서 론칭한 뒤에 해외로 나갈 생각입니다. 국내 서비스에 힘입어 자력으로 해외 도전을 도모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에서 이종원 대표(오른쪽 사진)는 더욱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건넵니다.
“<파이터스 클럽>을 개발하는 데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DSK(디지털 스틱 키보드) 등 오락실에서 즐겼던 액션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액션게임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인정 받고 싶습니다.”
SBSi는 ‘파이터스 클럽’의 문을 두드렸고, KOG는 클럽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1+1=3’을 꿈꾸는 KOG와 SBSi의 야심작 <파이터스클럽>은 이번 주말부터 클로즈 베타테스트 참가자 모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