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피파> 시리즈의 루트박스(확률형 아이템)를 도박으로 간주하고 총 1,000만 유로(약 132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현지 법률 제도에 따라서, 해당 판결은 지난해 나왔으며 이에 대한 최종 승인 집행이 지금 시행되는 것.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피파> 시리즈의 얼티에미트 팀(FIFA Ultimate Team, FUT). 플레이어가 얼티메이트 팀의 선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결제를 통해 루트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피파>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 각국에서는 네덜란드의 판결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이미 벨기에에서 출시된 새 <피파> 시리즈에서는 루트박스가 삭제됐다.
네덜란드의 게임 규제 당국인 KSA(Kansspelautoriteit, Netherlands Gambling Authority)는 "루트박스가 포함된 게임을 하는 것과 도박 중독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다"는 입장을 2018년부터 고수하고 있다. <피파>의 FUT 모델이 도박 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KSA는 "미성년 등 취약 계층이 도박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서 네덜란드 당국은 2018년 4월, '유저 사이에 거래될 수 있는 루트박스'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그런데 EA는 <피파 19>부터 <피파 21>까지 'PEGI 3'(3세 이상)을 받고, 거래 가능한 루트박스가 담긴 게임을 내놨던 것. 이에 KSA와 법원은 EA가 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현지 시각으로 29일, 이같은 선고가 확정되자 EA는 항소의 뜻을 밝혔다. <피파>는 '우연의 게임'이 아니라 '기술의 게임'이라는 것이 요지. 루트박스가 모든 유저에게 강요되는 사항이 아니며,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EA의 주장이다.
더크 스콜링 EA 베네룩스 지역 매니저는 "판결에 실망했다"며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도박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영국, 독일 등 규모가 큰 시장에서도 FUT을 주시한 지 오래기에, EA는 벨기에 같은 사례를 더 만들면 안 된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디오 게임 애널리스트 피어스 하딩-롤즈(Piers Harding-Rolls)에 따르면, <피파> 프랜차이즈의 연간 수익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 2,550억 원)에 이른다. 수익 중 대부분은 FUT에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