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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바이 투 플레이 택한 '엘리온', 낯설지만 의미있는 선택

온라인게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저 시선 바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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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0-11-04 19:00:27

크래프톤의 PC MMORPG <엘리온>이 쇼케이스를 통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딘 지도 수일이 지났다. 당시 <엘리온>의 쇼케이스는 여러모로 많은 유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임 콘텐츠를 공개한 것에 더해, '이용권 구매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많은 MMORPG가 국내에서 무료로 서비스되는 것을 감안하면 <엘리온>의 이러한 선택은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지스타2017을 통해 <에어>를 공개했지만, 3년 만에 모든 걸 바꾸는 결단을 내렸던 크래프톤과 <엘리온> 유통사 카카오게임즈가 또 한 번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과연 <엘리온>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바이 투 플레이(Buy to Play),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일단 구입부터!

 

<엘리온>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바이 투 플레이'의 개념을 확실히 알고 갈 필요가 있다. 바이 투 플레이는 말 그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온라인게임, 특히 국내에서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르게 형성되어있다. 과거 정액제 시절에는 첫 플레이는 물론, 매달 일정 금액을 '접속비용'으로 지불해야했다. 이후 온라인게임 시장은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넘어갔고 그렇게 '무료'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됐다. 더 많은 유저를 모을 수 있도록 플레이 자체를 무료로 변경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해외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외에서는 패키지를 구입해야 플레이할 수 있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국내에선 한 달 이용료만 내면 즐길 수 있었다. 현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국내 서비스는 패키지 구입 없이도 20레벨까지는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지금은 잊힌 감이 있지만, 사실 '바이 투 플레이'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건 엔씨소프트의 <길드워>였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길드워는 당시 45,000원짜리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평생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조를 택한 바 있다. 일종의 라이선스 구매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은 부분유료화와 맞물려 해외에서 보편적인 서비스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아레나넷(엔씨소프트)의 <길드워 2> 역시 한 번 패키지를 구입하면 이후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고, 사람들은 이를 '프리 투 플레이'에 빗대어 '바이 투 플레이'라고 불렀다.

  

길드워 시리즈는 '바이 투 플레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출처: 엔씨소프트)

 

 

<엘리온>이 선택한 바이 투 플레이는 <길드워>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최초 플레이 시 패키지를 구입하면 계속해서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엘리온>의 패키지는 물리적인 상품이 아닌 페이백 개념으로 게임 내 재화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런 방식은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 서비스 중인 <검은사막> 등 많은 온라인게임이 택한 방식이다. 2015년 <검은사막>은 여행자, 탐험가, 정복자 등 다양한 가격으로 구성된 상품을 북미와 유럽에 판매해 서비스 첫 달 유료가입자 40만 명,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다. 2017년 출시, 3년 만에 7천 만장을 판매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다.

 

그렇다면 '바이 투 플레이' 구조로 운영되는 게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먼저 부분 유료화 게임과 달리, '바이 투 플레이' 게임은 서비스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유료로 결제한 유저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한 작업장과 인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고 클린한 게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바이 투 플레이'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 쇼케이스 중 이 부분을 강조 했다.

 

물론 단점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장벽은 바이 투 플레이 게임을 바라볼 유저들의 시선이다. 

 

많은 게이머, 특히 한국 유저들에게 '바이 투 플레이' 온라인게임은 무척 낯선 구조다. 따라서 <엘리온> 쇼케이스를 지켜본 유저들의 반응 역시 크게 갈리고 있다. '부분 유료화 게임의 단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좋은 시도'라는 평가 못지않게 온라인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구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도 적지 않다. 유저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북미와 유럽에 패키지 형태로 판매됐던 '검은 사막' (출처: 펄어비스)

  


# 엘리온이 '바이 투 플레이'를 택한 이유

  

이처럼 바이 투 플레이는 장점 못지않게 명확한 단점도 갖고 있는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온>은 이용권을 구매한 유저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를 택했다. 이는 분명 유저층 확대를 위해 부분 유료화를 택한 게임과는 다른 방식이다.

 

먼저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은 속칭 '진성 RPG 유저'를 잡기 위해 내린 전략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부분 유료화 게임 중에는 출시 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유저 수가 급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앞서 말했던 인플레이션, 불법 거래 등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는 'RPG 코어 유저'를 불편케 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반면 바이 투 플레이를 택한 <엘리온>은 이러한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용권 구매자'라는 확실한 고객층이 존재하는 만큼, 서비스 초 파도처럼 오가는 유저들에 대응하기 위해 리소스를 소모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이용권을 구매하는 유저들은 RPG 장르 자체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아주 높은 '핵심 고객'이다. 다수 유저를 확보하기보다 RPG 마니아에 집중해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김상구 카카오게임즈 사업본부장은 "MMORPG에 적용된 부분 유료화는 트래픽 유입과 단기 매출 등 장점이 있긴 하나, 작업장과 인플레이션 등 단점도 다수 존재한다"라며 "이용권 구매를 통해 클린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고 상하한가 제한 없는 거래소, 개인 간 거래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온은 클린한 게임 환경을 위해 바이 투 플레이를 선택했다 (출처: 카카오게임즈)

 

 

물론 <엘리온>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바이 투 플레이' 온라인게임은 유저들에게 일종의 허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은 유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휴 PC방을 통한 <엘리온> 무료 플레이다. 바이 투 플레이에 부담을 느낄 유저들로 하여금 PC방에서 먼저 <엘리온>을 경험케 한 뒤 자연스레 게임을 구매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이에 더해, <엘리온>이 유료 게임인 만큼 PC방에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혜택'이 될 수도 있다. 김상구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엘리온>은 이용 요금을 받는 게임이다. 따라서 PC방에 가면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PC방에서 플레이하면 시간마다 'PC방 박스' 등을 지급하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엘리온이 선보일 '바이 투 플레이', 어떤 방식일까

  

<엘리온> 쇼케이스에 따르면 <엘리온> 이용권은 크게 베이직, 프리미엄, 스페셜 패키지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저렴한 '베이직 패키지'는 풀 프라이스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9,900원에 판매된다. 반면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29,700원), 스페셜 패키지(69,300원)의 경우 카카오프렌즈 소환수나 창고 및 캐릭터 슬롯 확장 등 부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엘리온>이 제시하는 패키지 가격은 과거 MMORPG의 한 달 혹은 세 달 치 정액제 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엘리온>은 최초 접속 및 플레이 시 한 번만 구매하면 시기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무료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정액제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구조다.

 

페이백 형태로 구매가 상당의 캐시를 제공한다 (출처: 카카오게임즈)

 

 

이 외에도 <엘리온> 패키지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구매자에게 주어지는 '페이백'이다. 예를 들어 9,900원짜리 베이직 패키지를 구매한 유저는 해당 금액에 맞먹는 인게임 캐시 '루비'가 페이백 형태로 지급된다. 프리미엄, 스페셜 패키지 구매자 또한 구매가에 달하는 루비를 돌려받는다. 돈을 내고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유저들을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향후 <엘리온>은 패키지 판매 외에도 '편의성, 치장성'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전망이다. 쇼케이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유저들은 캐시를 활용해 편의성, 치장성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미칠 핵심 아이템은 인게임 골드로 살 수 있는 '기어'를 통해 접근하게끔 설계됐다.

 

 

# '엘리온', 게이머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기를

 

<엘리온>이 쇼케이스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개한 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엘리온>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몇몇 이는 "짧은 기간이라도 무료 체험을 시킨 뒤에 바이 투 플레이를 도입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엘리온>의 이러한 시도는 '바이 투 플레이' 온라인게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을 바꿔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만약 <엘리온>이 쇼케이스에서 밝힌 것처럼 캐쉬 사용을 '치장과 편의성'에 한정시키고 안전한 게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바이 투 플레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유저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엘리온>의 성패에 따라 부분 유료화를 당연시했던 다른 개발사들의 시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도 있다.

 

<엘리온>은 12월 8일까지 사전 예약을 진행하며, 10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에어>로 출발한 뒤, 계속해서 과감한 선택을 이어가고 있는 <엘리온>의 결과물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카카오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