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런치 모드'에 고생하던 <사이버펑크 2077> 개발진은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열어보고 경악했다. 자신들을 불태우겠다는 '살해 위협'에 가족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니.
관련기사: “널 산 채로 불태우겠다”… '사펑' 개발진 살해 위협 당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고, 실익도 없는 행동이었다. 이미 마감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직원들을 위협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고작해야 게임 품질 저하 뿐이다. 그 피해는 직원과 기업, 다른 게이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럼에도 일부 악성 게이머가 개발자 살해 위협을 해온 역사는 길고, 그 이유는 다양하다. 황당하거나 인상깊은 6가지 사례를 뽑아봤다.
1. <마인크래프트> - “게임을 유료로 팔아?”
현재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마인크래프트>는 처음에 인디 타이틀로 시작했다.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그렇듯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마르쿠스 페르손 역시 당시엔 게임을 공짜로 배포했다. 그러던 중 게임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유료화가 결정됐고, 이전까지 <마인크래프트>를 무료 배포하던 사이트들은 배포를 중단해야 했다.
사업상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이에 불만을 가진 유저들은 존재했다. 그중 일부는 페르손에게 살해 협박을 가했다. 페르손은 트위터를 통해 “정말 괜찮지 못한 행동”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2. <콜 오브 듀티> - “전용 서버를 닫아?”
인피니티 워드에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담당자로 일하던 로버트 볼링은 이용자들로부터 무수한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2년 외신 코타쿠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전용서버 운영중지’를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함께 쏴죽이겠다는 말을 포함해 다양한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이외에도 업무 중 일상적으로 위협당했던 볼링은 “협박 당하기가 직업의 일부로 느껴질 지경”이라며 노고를 털어놨다.
3. <콜 오브 듀티> - “연사속도를 낮춰?”
트레이아크에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멀티플레이 디자인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본더하르는 일부 총기의 성능을 수정했다는 이유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매우 미미한 수준의 밸런스 변경 때문에 분노한 유저가 협박을 보낸 적도 있다. 황당했던 본더하르는 트위터에 직접 문제의 패치 내역을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DSR 사격에 걸리는 시간이 0.2초에서 0.4초가 됐고, 장전 속도는 1.0초에서 1.1초가 됐다.”
4. <데빌 메이 크라이> - “주인공 설정을 바꿔?”
2013년 발매된 <데빌 메이 크라이> 리부트에서 주인공 단테는 설정 상 여러 변화를 겪었다. 단테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잿빛 단발’ 헤어스타일이 짧은 흑발로 바뀌었고, 성격 묘사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정통파’ 단테의 팬 일부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개발사 닌자 시어리에 살해 협박 편지를 보냈다. 창의력 넘치는(?) 다른 팬은 게임 디렉터 타밈 안토니아데스(Tameem Antoniades)가 살해당하는 내용의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5. <노 맨즈 스카이> - “게임을 연기한다고?”
CDPR 직원들처럼 기대작 출시 연기로 인해 협박을 당한 개발자들도 있다. <노 맨즈 스카이>를 만든 숀 머레이도 그중 하나다. 2016년 출시 연기를 선언했던 숀 머레이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엄청난 양의 살해 협박을 당하고 있지만 괜찮다”고 적었다.
협박과는 별개로 <노 맨즈 스카이>는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던 작품이다. 두 차례 연기 끝에 출시됐지만, 기대에 한참 미달하는 퀄리티로 널리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패치에 패치를 거듭해 현재는 ‘할 만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 <플래피 버드> - “게임 내리면 내가 죽어버릴거야”
<플래피 버드>는 ‘최악의 게임’이라는 평가와 ‘최고의 중독성 게임’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으며 패러디를 양산했던 모바일 게임이다. 개발자 응우옌 하 동은 이 게임으로 인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2014년 2월 돌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플래피 버드>는 이미 컬트적인 인기를 끌던 와중이었다. 일부 팬은 게임을 계속 판매하라며 진지하게 위협을 가했고, 어떤 팬들은 심지어 ‘게임을 내리면 내가 죽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협박에 관계 없이 결국 판매는 예정대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