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으로 간 지스타 2009의 ‘공약 발표’가 있었다. 참가비용을 낮추고,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교통과 숙박의 문제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출사표’에 가까웠다.
지스타 2009 참가설명회 현장은 게임업계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설명회를 위한 ‘집객’에는 성공한 셈. 특히 SCEK 등 콘솔 게임업체와 그 동안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았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설명회를 듣고 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요한 첫 단추는 잘 끼운 느낌이다. 그렇다면 지스타 2009의 공약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땠을까? 설명회 현장에 참석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참가비용은 확실히 싸졌다”
지스타 2009의 부스비용은 2008년 대비 50% 내려갔다. 파격적인 반값 할인은 ‘피부로 와닿는 수준’이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지스타에 참가할 예정인 엔씨소프트의 관계자는 “전시장 쪽으로 들어가는 체감비용은 50% 이상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1부스에 인터넷 1회선 무상 제공’ 정책도 파급력이 강했다. 인터넷 이용이 필수인 온라인 게임업계에선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고 한다. 인터넷 1회선 공짜에 대한 반응은 지스타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관계자일수록 강했다.
수도권 업체의 직원들이 부산으로 내려가서 행사를 치러야 하는 비용부담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차피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할 때도 근처에 숙소를 잡고 일했기 때문에 ‘서울-부산’의 교통비만 추가 부담이라는 의미다.
지스타 2009 조직위에서 벡스코(BEXCO) 인근 센텀호텔을 파격가(25만 원 → 6만 원)에 제공하겠다는 정책도 호응이 좋았다. 웬만한 일산의 숙소보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피가 큰 시연대나 구조물을 갖고 가야 하는 콘솔 게임업체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부산에서 현지 조달이 가능한 PC 시연대와 달리 키오스크 형태의 콘솔 시연대는 서울에서 갖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의 관계자는 “이동할 때 가져가야 할 짐이 많아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 벡스코 인프라는 만족, 규모는 조금 부담
지스타 2009는 부산 벡스코와 누리마루에서 진행된다. 전시장 인근과 해운대 일대는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되어 야외 홍보부스와 거리축제 등이 진행된다. 킨텍스에 비해 벡스코가 뒤쳐지지 않으며, 벡스코 주변의 숙박시설이나 교통 등에 대해선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편으로 “(지방으로 간 첫 지스타인데)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느낌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프라인 거리축제까지 ‘제대로’ 준비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다.
결국 게임업체들 입장에선 ‘비용 대비 효율’이 최적으로 맞는 행사 규모를 원한다는 뜻이다. 지스타 2009 실무를 맡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부산광역시가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닌, ‘실속 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 경쟁작을 모아 놓은 ‘장르관’의 어색함?
지스타 2009의 3대 공약 중에 하나가 중소업체의 참가 활성화이고, 이를 위해 온라인게임의 장르관이 신설된다. FPS 게임을 모으고, RPG를 따로 모아서 남 부럽지 않은 부스로 전시하겠다는 것. 단독 부스 참여가 힘든 중소업체 게임들이 유저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공용 스테이지에서 이벤트도 번갈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스타 2009 현장을 찾은 관람객의 입장에선 원하는 장르의 게임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편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게임업체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설명회가 끝난 후 “경쟁작이나 해당 장르 히트작과 적나라하게 비교되어서 오히려 홍보효과가 반감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던 것이다.
또한, 중견업체의 경우 보통 2개 이상의 게임으로 참여하는데, 단독 부스가 아닌 장르관을 이용할 경우 장르가 다른 2개 게임의 시연대가 분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라인업을 모아서 선보이려면 결국 단독 부스를 차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집객 걱정보다 ‘경남·부산’ 공략법을 고심
흥미로운 것은 지스타 2009 참가를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게임업체 관계자들이 ‘집객’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부산 모터쇼에서 <그란투리스모> 시연대를 꾸준히 운영해 온 SCEK의 관계자는 “집객은 서울(모터쇼 참가)보다 오히려 잘 되는 느낌이다. 시연대에 줄이 끊이질 않는다.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주최 측의 노력도 좋다. 집객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전체 유저의 30~40%가 있는 경남·부산 지역 유저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르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경남·부산에 게임 유저들이 많은 만큼 현지 유저층부터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야구부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행사나 즐길거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산시민의 ‘성향’도 지스타 2009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이나 중부 지방의 관람객은 상대적으로 ‘관람 비용’이 급증하는데, 이는 11월까지 주최 측이 보완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