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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권호 흥행비결? “버파의 도전욕구죠”

러프 2006-02-02 11:12:06

휘몰아친다. 곳곳에 퍼진 <권호>의 흔적들. 이곳 저곳에서 키보드를 연타하는 소리들로 요란하다. 혹자는 성질 돋구는 게임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이런 투덜거림은 오히려 퍼블리셔와 개발사를 슬며시 웃게 만드는 자양강장제가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신경질 나게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 <권호> 2만명의 동시접속자를 훌쩍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권호>

 

게임가에선 <권호>의 흥행 비결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들어갈수록 묘연해진다. 결론은 게임 자체의 힘에 슬며시 가닿는다. 그 힘은 단순히 격투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캐주얼유저뿐만 아니라 하드코어 유저들까지 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현재 <권호>는 한게임 고스톱보다 더 높은, 2시간이 넘는 체류시간을 보이고 있다. 장르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단일 캐주얼게임의 체류시간으로는 꽤 놀라울 만한 수치다. 아직 뚜껑을 열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NHN이 퍼블리싱 해온 게임 중 가장 대박(?)을 친 <권호>의 인기를 두고 내부에서도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다.

 

NHN이 지금껏 진행해온 프로젝트는 포털과 한게임의 시너지효과를 감안해 볼 때 성과가 미미했던 것이 사실.

 

<당신은 골프왕>을 비롯해 <바우트>, <건스터> 등 여러가지 게임을 의욕적으로 퍼블리싱하거나 개발해왔지만 보드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집객률을 보여줘 왔다는 점에서 때 아닌 축제 분위기가 이해가 갈만도 하다.

 

<권호>의 인기는 온라인격투게임이라는 시장의 트렌드와 니즈를 1차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 볼만한 이유가 있다. 수많은 캐주얼게임이 일부 스포츠나 레이싱 등으로 쏠리고 있는데 반해 과거 오락실이 전성기를 누렸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대전격투를 제대로 파고 든 점이 무주공산을 내달리는 <권호>의 흥행요인이라는 것이다.

 

권호의 퍼블리싱사업을 담당하는 소희 메인 마케터는 일단 장르가 겹치지 않아 다른 게임의 오픈 및 베타테스트에도 거의 영향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 프리오픈베타 당시 대부분의 게임이 동접에 영향을 받았지만 권호의 동접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권호>는 타겟이 명중했다는 것도 흥행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권호>를 즐기는 상당수가 실제 오락실에서 <버추어파이터>를 즐겨온 유저들이라는 점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NHN과 라디오게임즈는 단순히 캐주얼게임 유저를 노리는 것이 아닌 격투게임을 지금껏 즐겨온 유저들에게 어필할만한 많은 특징들이 꾸준한 동접 상승의 비결로 꼽는다.

 

<버추어파이터>의 느낌과 상당 부분 닮아 있는 <권호>

 

 

◆ 권호의 흥행비결? “버파의 도전욕구죠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는 <권호>의 뒤에서 쉴새 없이 석탄을 밀어 넣는 이들이 있다. 오픈 이후 예전보다 몇 배 이상 바빠진 <권호>의 개발사 라디오게임즈다.

 

현재 이 회사의 멤버들은 대표를 비롯해 하루에 네 시간씩 자면서 작업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11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왠만한 격투게임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만들어낸 라디오게임즈. 그 비결은 수많은 멤버들이 그래픽과 기획, 프로그래밍을 서로 이해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게다가 서로 격투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하드코어 유저를 아우르는 주요 포인트이기도 하다.

 

라디오게임즈 이재만 대표. <권호>의 서버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성적을 가늠하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합니다. 제대로 승부를 봐야하는 건 이제부터죠.”

 

라디오게임즈의 이재만 대표는 PC로 즐기는 온라인이라는 높은 범용성의 플랫폼과 격투게임의 적절한 조화가 현재 <권호>가 보여주는 성적의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 옛날 <버추어파이터>라든가 여러 격투게임을 즐기던 시절 오락실에서 동전을 수십 개씩 쌓아 놓고 승부욕을 불태우던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 말초적인 도전욕구를 자극하던 그런 추억. 이제 시대의 흐름은 온라인으로 완전히 흐르고 있고, 더 이상 오락실로 발걸음을 하지 않던 격투게임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게 <권호>의 개발이유였죠.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예상이 점차 맞아 떨어져 가는 것 같아 기쁩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버린 오락실. 그 강렬했던 도전욕구를 <권호>로 자극하겠다는 욕심이다.

 

숙제도 남아있다. 초보와 중수유저 사이에 존재하는 갭과 게임의 특성상 '대박'을 기록할만한 매출은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주위의 관측이다.

 

하지만 NHN과 라디오게임즈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을 만한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존재한다며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움켜쥐고 있는 표정이다. 일단은 오픈베타를 통해 게임의 퀄리티와 컨텐츠를 높여가는 것에 집중하되 부분유료화역시 다른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유저들의 거부감을 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