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09 개막에 앞서 컨퍼런스를 개최한 3사는 플레이어의 몸짓으로 조작하는 방식의 컨트롤에 주목했다. Xbox360은 ‘프로젝트 너톨’ PS3는 ‘모션 컨트롤러’, 닌텐도는 ‘위 모션 플러스’와 ‘위핏 플러스’를 발표했다.
결국 차세대 게임기 모두 동작인식 컨트롤러를 적용하게 된 셈. 구현 방식은 다르지만 그 목적은 같다. 보다 직관적인 컨트롤로 라이트 유저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Wii가 혁신적인 동작인식 컨트롤로 차세대 콘솔 시장의 선두에 나서자 소니와 MS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과거 게임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은 그래픽의 퀄리티였다. 하지만 현재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래픽 기술의 한계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해졌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모션 컨트롤’이다.
왼쪽부터 Wii 모션 플러스, Xbox360 프로젝트 너톨 센서, PS3 모션 컨트롤러.
■ 핵심은 동작의 ‘깊이’ 인식과 ‘정밀함’
이번에 발표된 동작인식 컨트롤 기술의 공통점은 깊이의 인식과 정밀한 움직임에 있다.
과거의 동작인식은 평면, 즉 2D에 머무르면서 상하좌우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3차원 공간을 인식하고 그대로 반영한다. 단순한 움직임의 구현이 아닌 게임성의 확장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평면의 인식에서 깊이와 정밀한 움직임이 게임성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아케이드 게임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좌우로만 움직이던 <갤러그>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프로그(개구리)>로, 이후 <뫼비우스> 처럼 8방향의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게임성이 확장된 것을 떠올려 보자.
탁구 게임을 예로 들면 그 차이는 확실해진다. 기존 동작인식에서는 단순히 공을 때리고 받아 치는 것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탁구공에 스핀을 주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검을 이용한 게임의 경우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방식이지만 각도변화를 인식해 칼날의 위치도 파악한다.
이러한 기능을 확실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활을 쏘는 동작이다.
닌텐도와 소니는 E3 2009 컨퍼런스에서 활을 쏘는 동작을 모션 컨트롤 시연의 하이라이트로 소개했다. 활시위를 당기는 동작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리와 깊이에 따라 힘의 차이가 구현되고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와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깊이와 거리, 각도까지 고려해야 하는 활쏘기를 이제 모션 컨트롤로 조작할 수 있다.
■ 센서의 활용에 따른 기종별 차이점
E3 2009에서 동작·음성 컨트롤인 ‘프로젝트 너톨’을 발표한 MS는 충격적인 ‘NO 컨트롤러’의 개념을 선보였다. 컨트롤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확장이 아닌 진화라는 개념 덕분에 게이머들에게 가장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Xbox360의 ‘프로젝트 너톨’은 기존 컨트롤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모션 컨트롤이다. RGB 카메라, 깊이 감지 센서, 다중배열 기반의 마이크와 전용 소프트웨어 실행용 프로세서 등이 하나로 통합된 장치이다.
간단히 말해 2개의 카메라 렌즈로 유저를 3차원 스캔하고 동작을 인식한다. 여기에 음성인식 기술을 더했다. 단, 사람의 눈처럼 원근 인식이 아닌 형상인식과 적외선 반사시간에 다른 깊이 측정 방식이다.
너톨을 이용하면 유저의 몸이 컨트롤러가 된다.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없다.
PS3의 모션 컨트롤러는 6축 센서를 내장한 기존 컨트롤러에 빛을 감지하는 PS 아이카메라를 조합한 방식이다. 아이카메라로 LED의 빛을 인식해 거리와 위치를 감지하고, 기존의 6축 센서를 통해 각도를 파악해 게임에 적용한다.
Wii 모션 플러스는 기존 위모콘에 각도와 회전 인식을 추가한 개념이다. X·Y축과 Z축 2개의 자이로 센서와 3축 가속도 센서를 조합해 차별화를 꾀했다. 플레이어의 축의 이동에 따른 위치와 위모콘의 회전에 따른 각도의 변화를 Wii가 인식하게 된 것이다.
■ 확장보다는 진화에 환호하는 게이머들
3사의 모션 컨트롤 기술에 대한 반응은 일단 Xbox360의 ‘프로젝트 너톨’이 압도적이다.
PS3의 모션 컨트롤러는 기존 Wii의 동작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Wii의 모션 플러스는 위모콘을 확장한 개념이기 때문. 음성인식과 동작인식을 통해 컨트롤러의 개념을 바꾼 ‘너톨’은 일종의 가상현실을 실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MS E3 2009 컨퍼런스에 직접 등장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대표적이다.
열렬한 게이머로도 잘 알려진 스필버그 감독은 “양방향 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단계는 컨트롤러가 사라지는 것이다. ‘프로젝트 너톨’은 우리를 인식하는 기술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을 즐기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MS 컨퍼런스 무대에 올라 너톨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는 스필버그 감독.
실제로 ‘프로젝트 너톨’은 손에 들고 있는 컨트롤러가 없다. PS3나 Wii가 여전히 별도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렸하다. 심지어 음성인식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게임 외적으로 영화를 보거나 영상 채팅 등 홈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넓혔다.
‘프로젝트 너톨’이라는 기술 하나로 Xbox360은 다음 세대 콘솔로 진화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 닌텐도에서 DS와 Wii를 처음 선보였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E3 2009에서 발표된 동작인식 기능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Wii의 모션 플러스. 가격도 19 달러(약 2만3천 원)로 저렴하고 6월8일에 출시된다. 실전 게임에도 가장 먼저 적용되었다.
현재 <버추어 테니스 2009> <타이거우즈 PGA 투어 10><레드 스틸 2> 등 모션 플러스 대응 게임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반면 Xbox360과 PS3의 모션 컨트롤은 당장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다. Xbox360의 ‘너톨’은 이르면 2010년 하반기, PS3의 모션 컨트롤러는 2010년 봄에 발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