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것 못 만드나”라는 한 마디의 여파는 컸다. 언론이 “이미 국산 휴대용 게임기가 있다”며 제시한 GP2X Wiz가 유명세를 탄 것은 당연한 일. GP2X Wiz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지난 5월 초 예약판매 물량이 발송된 후 GP2X Wiz의 행보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예약판매 모델은 액정화면 티어링 현상과 터치스크린 오작동 등의 버그를 드러냈다. 펌웨어 업데이트로 중요 버그는 해결했지만 아직도 ‘고치기 바쁜 상황’이다.
더 큰 아쉬움은 예정됐던 전용 게임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휴대용 UCC 게임기’를 실현하기 위한 ‘GP2X Wiz 한국형 앱스토어’의 오픈도 당초 발표됐던 6월을 훌쩍 넘길 분위기다. 4월30일에 정식발매된다고 발표됐지만 예약판매 이후 GP2X Wiz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척박한 내수 시장의 국산 게임기’라는 의미부여로 마냥 감싸기도 힘들다. GP2X Wiz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지난 4일 ‘한국 휴대용 게임 개발인력 양성 지원’ 협약식에서 만난 게임파크 홀딩스의 이범홍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GP2X Wiz의 정식발매는 ‘6월 말’ 예정
지난 4월 중순 진행된 GP2X Wiz의 예약판매에서는 준비됐던 600여 대가 모두 팔렸다. ‘수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전 기종에서 ‘내수 시장’을 경험한 게임파크 홀딩스의 입장에선 예상했던 수량이 순조롭게 나간 결과였다.
문제는 예약판매 물량의 발송 이후에 시작됐다. 예약판매 버전의 오작동 문제가 제기됐고, 정식발매가 시작된 4월30일 이후에도 GP2X Wiz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게임파크 홀딩스는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 판매는 안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면 대체 GP2X Wiz의 정식발매는 언제일까? 게임파크 홀딩스의 이범홍 대표(오른쪽 사진)는 “예약판매 버전의 문제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으로 확실히 보완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일단 드러난 오류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6월 말 즈음에 GP2X Wiz를 정식으로 발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파크 홀딩스는 GP2X Wiz 발매 전부터 “진짜 승부는 하반기”라고 강조해왔다. 전용 게임의 발매가 하반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GP2X Wiz용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층을 공략하고, 하반기에 게임이 확보되면 일반 소비자에 다가서겠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전용 게임이 아직까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당초 동시발매(4월30일 정식발매 기준) 게임이었던 <그녀의 기사단 강행돌파>와 5월에 나올 예정이었던 <돌려라 파티쉐>, <레이디 킬러>는 모두 6월 말 이후로 연기됐다.
이 대표는 전용 게임의 부재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입을 뗐다. “다양한 자체·외부 개발 게임을 준비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하반기에 몰려서 발매될 예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결국 GP2X Wiz의 게임이 활발하게 나올 하반기가 ‘진정한 오프라인 출시’인 셈이다. 실제로 게임파크 홀딩스는 게임이 몰려서 나올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매장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확실한 것은 게임파크홀딩스가 GP2X Wiz로 2~3 개월 ‘본체’만 팔고 끝낼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반기부터는 확실하게 라인업이 풍성해지도록 투자할 것이다. 진짜 승부를 보는 시점은 하반기”라고 강조했다.
원래 공개됐던 라인업. 지금은 연기된 버전으로 바뀌었다.
■ GP2X Wiz의 한국형 앱스토어, 8월 베타테스트
게임파크 홀딩스가 GP2X Wiz의 승부수로 내놓은 카드는 바로 ‘UCC 게임기’. 아마추어 게임 개발을 장려해 ‘유저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함께 공유하며 즐기는’ 이상적인 그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롤모델은 당연히 애플의 ‘앱스토어’다.
지난 4월 중순 게임파크 홀딩스는 “GP2X Wiz를 위한 한국형 앱스토어를 6월에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오픈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앱스토어는 8월 즈음 베타테스트의 형태로 열 예정이며, 정식 오픈은 11월에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앱스토어의 구현과 ‘개발툴(SDK)’의 기술적인 기반은 거의 다 준비된 상태라고 한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 등 몇 가지 외부 요소들만 해결되면 문제없이 열 수 있다는 것. 개발툴의 본격적인 배포도 하반기에 실시된다.
게임파크 홀딩스는 앱스토어를 위한 게임 수급을 위해 지난 4일 한국게임사관학교 및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공동협약을 맺었다. 한국 휴대용 게임 개발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제휴였다. 게임파크 홀딩스는 GP2X Wiz용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툴을 지원한다.
이 대표는 “아마추어 게임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다양한 게임 개발 공모전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게임 출시, 개발툴 배포, 앱스토어 오픈, 오프라인 판매가 모두 하반기로 넘어갔다. 이제 6월 중순을 향해 가고 있으니 곧 7월, 하반기의 시작이다. GP2X Wiz가 6월 말에 ‘진짜’ 정식발매가 되더라도 활용범위는 상당 기간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한정된다. 사실, ‘정식발매’ 자체의 의미는 빛이 바랜 느낌이다.
국산 휴대용 게임기의 명맥을 이어 나가는 게임파크 홀딩스의 열정과 노력은 격려를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GP2X Wiz를 구입한 유저들’이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상황이다. GP2X Wiz가 하반기에 띄울 승부수에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