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며 발표된 온라인 하키게임들의 현황도 다르지 않았다. 빛을 보지 못 한 게임도 있고,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받아 든 성적표는 하나 같이 아쉬웠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최근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이 최초로 ‘한중일 3개국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희망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국산 온라인 하키 게임들은 어떤 희망을 그리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불모지에서 피어난 온라인 하키 게임의 운명
그 동안 공개된 온라인 하키 게임은 그라비티의 <바디첵>, 누믹스엔터테인먼트의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코원의 <엔블릭>, 수달공작소의 <수퍼매치>의 4개. 공교롭게 모두 2006년 말에 그 존재가 공개된 바 있다. 골프, 농구, 야구, 테니스, 축구로 이어진 온라인 게임 트렌드로 하키가 언급되던 때였다.
저마다 앞세운 게임성도 달랐다. <바디첵>은 아머를 착용한 듯한 캐릭터와 반칙이 없는 과감한 액션, 빠른 진행, 쉬운 조작과 래더·스킬 시스템 등을 내세웠다.
<슬랩샷>은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의 길거리 문화를 메인 콘셉트로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거친 분위기와 인라인 하키가 특징이었다. 여기에 DJ구루의 드럼앤베이스 스타일의 배경음악(BGM)을 채용하고 여성 그룹 브라운아이드 걸스를 홍보대사로 내세웠다.
<수퍼매치>는 2D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에 캐릭터의 세밀한 묘사와 스토리 라인 강조가 특징이었다. <엔블릭>은 인라인 하키 스타일에 다양한 스킬과 사실감 있는 조작성, 캐주얼풍 캐릭터가 콘셉트였다.
물론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통하는 하키를 소재로 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각 게임 개발자들은 전체적인 속도감이나 타격감, 몸싸움 등의 요소가 다른 스포츠 게임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며 개발에 전념했고, 하키 게임들이 차례로 공개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수퍼매치>는 플레이영상만 공개된 채 서비스도 하지 못 하고 사라졌고, <바디첵>은 오픈베타 1년 만에, <슬랩샷>는 오픈베타 5개월 만에 서비스 중단이라는 운명을 맞았다. 또한 2개의 미공개 하키 게임은 세상의 빛도 보지 못 한 채 개발이 중단됐다.
※ 온라인 하키 게임의 행보
게임 |
클로즈베타 |
오픈베타 |
현재 |
바디첵 |
2007. 06월 |
2007. 08월 |
2008. 9월 서비스종료 |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
2008. 01월 |
2008. 11월 |
2009. 4월 서비스종료 |
엔블릭 |
2008. 05월 |
2008. 12월 |
2009. 5월 상용화 |
수퍼매치 |
- |
- |
개발중단 |
■ 유일한 상용 하키 게임 <엔블릭>
대부분의 온라인 하키 게임들이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엔블릭> 만이 2008년 12월에 오픈베타를 시작해 지난 5월 상용화를 실시, 현재 유일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엔블릭>은 지난 해 12월 하나포스닷컴에서 채널링 서비스를 실시한 데 이어서 오는 6월 말 SK커뮤니케이션의 게임포털 ‘게임온’에서 채널링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가장 활발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엔블릭>의 상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오픈베타 이후의 유저 수는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도 유일한 상용화 하키 게임으로 남았지만 접속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
<엔블릭>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코원의 이재용 이사는 “오픈베타 때의 <엔블릭>은 컨트롤 위주의 게임성을 갖고 있어 재미를 느끼지 못 했고, 이를 해결하려고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 이후 아이템전의 도입과 밸런스 조정, 스킬 다량 추가 등 게임성에 변화를 주고 매주 참여하는 토너먼트전을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진출을 위해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캐주얼 스타일의 하키 게임으로 승부하는 <엔블릭>.
■ 아이스하키로 바꾼 슬랩샷, 자체 서비스 준비
넥슨과의 퍼블리싱 계약이 파기되고 지난 4월 서비스를 중단했던 <슬랩샷>은 자체 서비스로 재기를 노린다. 지난 5월 28일 공식 웹사이트를 오픈한 <슬랩샷>은 7월 중 오픈 베타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게임 리뉴얼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사실 <슬랩샷>은 국내 서비스는 종료했지만 러시아와 독일에 이미 진출, 부분유료화를 실시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누믹스 자체 서비스로 선보일 <슬랩샷>은 소재의 전환이라는 변신을 시도했다. 기존의 인라인 스케이트와 시멘트 코트를 버리고 아이스하키로 바꾼 것이다. 재오픈 시점인 여름을 겨냥한 것도 있지만 인라인 스케이트의 역동적이지 못 한 움직임이 문제로 지적됐고 일반 스케이트보다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누믹스 측의 설명이다.
또한 미국, 독일, 러시아, 캐나다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실제 아이스하키 유니폼이 적용된다. 상대방 유저와의 격투인 쇼다운이 기존의 가위바위보 승부에서 연타 승부로 바뀌어 박진감을 높였다. 이 외에도 여성 캐릭터의 완성도 상승, 클럽 시스템과 클럽전, 익스트림 스킬 등을 도입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누믹스엔터테인멘트의 최성욱 대표는 “하키 게임은 협동 요소를 많이 요구하고 여기서 오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인데 <슬랩샷>은 유저들에게 강제적인 부담감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날 <슬랩샷>에서는 혼자 하는 재미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누믹스는 새로운 공식 홈페이지(www.slapshot.co.kr)를 열고 오픈 베타 사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온라인 하키 게임, 성공의 관건은?
그 동안 온라인 하키 게임이 부진했던 이유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장르의 생소함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성’을 지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하키라는 스포츠가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소재의 접근성도 많이 떨어진다. 또한 실제 하키에서 볼 수 있는 퍽의 빠른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바디첵이 온라인 게임에서 구현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사들이 추진하는 게 게임성의 차별화다. <엔블릭>은 더 쉽고 편한 캐주얼 하키 게임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슬랩샷>은 보다 현실적이고 마니악한 하키 게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누믹스엔터테인먼트의 최성욱 대표는 “좋은 하키 게임을 기대한 하키 팬 유저들에게 국산 하키 게임은 현실감이 매우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차라리 시뮬레이션이 강화된 리얼한 게임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슬랩샷>을 더욱 리얼한 하키 게임으로 전환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 한 가지 관건은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적극적 홍보와 마케팅이다. 하키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 유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나 신규 유저를 유입시키기 위한 홍보 전략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엔블릭>과 <슬랩샷> 모두 당분간 마케팅이나 홍보를 펼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원 측은 앞으로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입소문으로 게임을 알려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안양 한라 하키팀과 제휴, 인라인 하키 오프라인 대회 지원을 통해 <엔블릭> 알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누믹스엔터테인먼트도 게임 서비스가 안정권에 돌입할 때까지는 당분간 홍보나 마케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업적인 탈출구로 남은 것은 해외 활로 개척이다. 하키가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북미, 러시아, 유럽 등지에 수출해 그 게임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미 <슬랩샷>은 러시아와 독일에 진출, 지난 4월 상용화를 실시했다. 아직까지는 현지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외 유저들의 재접속률이 60%, 플레이 타임이 약 130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북미 지역 진출시 NHL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원 측도 <엔블릭>의 북미와 유럽 진출을 위해 일부 업체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