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지난 22일 <스타크래프트 2> 베타체험을 위해 전 세계 기자단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기자단은 처음으로 한글 버전으로 제작된 <스타크래프트 2>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보통 외국 게임의 한글화 버전이 등장하면 번역의 퀄리티에 대한 평가보다 한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는 것이 보통.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2>는 달랐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절묘한 완역(완전번역)을 기억하는 게이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완역으로 방향을 잡은 블리자드의 고민과 표정을 정리했다. /어바인(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고민의 시작은 블리자드의 현지화 정책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2>의 한글화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내부 정책 때문이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스타크래프트 2>의 한글화는 현지화 정책의 일환이다. 해당 국가가 게임을 100%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블리자드의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특히 블리자드의 현지화는 단순히 해당 국가의 언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블리자드가 말하는 현지화는 해당 국가의 문화에 녹아 드는 단어의 선택이다. 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한글판을 통해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도 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처음 국내에 공개되었을 때도 한글화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파이어볼’을 ‘화염구’ 등으로 바꾸면서 D&D의 규칙과 단어에 익숙했던 국내 유저들도 처음엔 반발했지만 이내 블리자드의 현지화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성공한 정책이 차기작의 현지화 정책으로 고정되면서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블리자드의 고민인 셈이다.
■ 아직까지는 어색한 한글판 <스타크래프트 2>
“아직 한글화 표기가 완전히 결정된 것이 아니다. 베타버전에서는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 수준으로 보고 피드백을 주기 바란다.”
이번에 미국 본사에서 <스타크래프트 2> 한글판을 체험하는 동안 블리자드 개발자들이 계속 강조한 말이다. 블리자드 내부에서도 한글 완역을 통한 유저들의 혼란과 거부감을 감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기자단의 부정적인 반응이 전해지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예를 들어 프로토스의 ‘아콘’은 집정관으로 완역되었다. 하지만 아콘(Archon)이란 단어는 원래 고대 그리스어로, 세계사에서 이를 한국어도 대체할 말이 없어 일본에서 만든 집정관이라는 말로 대체한 것이다. 의미 역시 우리에게는 ‘귀족 최고 관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타크래프트 2>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셈이다.
이번에 선보인 한글판 초안의 최대 문제점은 우리말이 아닌 일본식, 혹은 중국식 한자조어가 많다는 것이다. 한글로 바뀌긴 했지만 의미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영어 이름(음역)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낯선 단어로의 변경이 더욱 어색해진 상황이다.
10년 동안 보고, 듣고 익숙해진 다크템플러를 암흑기사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 한글화 완역은 계속 수정 중
블리자드의 고민은 또 하나 있다. 스스로 만든 신조어, 예를 들어 ‘뮤탈리스크’, ‘히드라리스크’, ‘저글링’ 등의 유닛을 한글로 바꾸는 일이다.
대체할 단어가 없어 이번에 공개한 한글판에서도 음역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이대로 유닛 명칭을 정하지 못 할 경우 블리자드의 현지화 정책에 역행하게 된다. 때문에 블리자드 내부에서도 음역과 완역이라는 통일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현지화 정책을 위해 블리자드 코리아에서는 <스타크래프트 2> 한글명칭 콘테스트를 개최해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유닛의 한글 완역도 계속 수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최신버전을 체험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에도 계속 바뀌는 것을 확인했을 정도.
실제로 저그의 경우 첨탑으로 완역된 스파이럴은 ‘둥지탑’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점차 정답을 찾아가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다.
한글화 콘테스트를 통해 유저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있다.
블리자드의 한 관계자는 “익숙한 유닛의 명칭이 완역되면서 오는 혼란을 알고 있다.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한글의 경우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 최대한 한국 유저들에게 익숙해질 수 있는 표현을 찾고 있다. 한국 유저들의 피드백은 언제나 경청하고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때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크래프트 2>의 한글화. 완전한 현지화를 꿈꾸는 블리자드의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건은 모양새가 어중간하고 헷갈리는 과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는가에 달려 있다.
<스타크래프트 2> 한글판 유닛 명칭
※ 괄호 안은 음역(영어)이며, 일부 유닛은 음역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 현재 한글화 작업 중인 버전으로 향후 바뀔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 한글판 건물 명칭
※ 괄호 안은 음역(영어)입니다.
※ 현재 한글화 작업 중인 버전으로 향후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