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2월호에서 ‘2005년 최악의 베이퍼웨어(Vaporware) 10선’을 발표했다.
'베이퍼웨어'란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요란하게 홍보전만 벌여놓고 정작 출시일은 지속적으로 연기되어 ‘증발’하거나, 혹은 출시되더라도 그 성능이 매우 떨어지는 제품들을 뜻한다. (증기, 증발 등을 뜻하는 'vapor'는 은유적으로 허풍을 가리키기도 한다.)
와이어드지는 '베이퍼웨어 시상식'(Vaporware Award)을 통해 매년 최악의 베이퍼웨어 10선을 발표해왔다. 특히 이 리스트에는 2000년 <블랙앤화이트>(3위), 2001년 <팀포트리스 2>(4위), 2002년 <마스터오브오리온 3>(5위), 2003년 <하프라이프 2>, 2004년 게임기 팬텀(1위) 등 다수의 게임 관련 상품들이 선정되어 주목할 만하다.
올해 최악의 베이퍼웨어는 ‘돌아온 왕자’ <듀크뉴켐 포에버>. 이 게임은 2000년 2위, 2001년 ~ 2002년 1위를 차지했으며, 2003년에는 편집진이 더 이상 순위에 포함시키기도 싫다면서 평생공로상(Lifetime Achievement Award)을 수여했다. 덕분에 2004년까지는 아예 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었지만, 2005년이 되자 편집진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다시 1위로 선정한 것.
아래는 Wired지가 선정한 2005년 최악의 베이퍼웨어 10선.
1. 듀크뉴켐 포에버 Duke Nukem Forever
97년 퀘이크 2 엔진을 이용해 개발된다는 발표가 있은 지 무려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게임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출시일을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when it's done)으로 표시되고 있다. 역대 최고, 최악의 베이퍼웨어. 계속 열심히 기록 갱신 중이다. '포에버'가 혹시 다른 의미는 아닌지?
2. 게임기 팬텀 Phantom Game Service
미국 인피니움 랩사에서 2003년 처음 개발 발표한 팬텀 게임기가 2위를 차지했다. 팬텀은 AMD 애슬론 XP 2500+ CPU, 지포스 FX 5700 울트라 그래픽카드, nForce2 울트라 400 플랫폼 프로세서에 256MB RAM, 40GB 하드디스크 등 화려한 스펙을 가진 게임기. 특히 게임기를 무료로 배포하고, 인터넷을 통해 월 3만원만 지불하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다운받아 즐길 수 있다는 계획 등을 발표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3년 곧 발표한다는 출시일정이 연기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E3에서 선보인다는 약속도 무산됐으며, 아예 ‘펜텀 게임기는 세계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인터넷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급기야 2005년에는 이 프로젝트의 산파이자 인피니움 랩사의 CEO인 케빈 바쿠스가 사임하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3. 구글 Google -- betas galore
구글은 현재에도 지메일, 그룹, 블로그 검색, 서적 검색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하루 수백만의 유저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런 구글이 왜 베이포웨어에 뽑혔냐고? 이 모든 서비스가 수년간 베타 서비스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 오직 구글 뉴스만이 최근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다른 대부분의 서비스는 아직도 시험 서비스 상태다. 새로운 서비스 발표는 수없이 많지만, 정작 완성된 버전을 선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3위에 선정되었다.
4. 윈도우 비스타, IE7 Microsoft's Vista and Internet Explorer 7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영제와 웹 브라우저는 모두 출시약속을 수 차례 연기하면서 유저들의 신뢰도를 잃고 있다. 2004년 발매될 계획이었던 이 제품들은 수차례 발매연기를 거친 후 현재는 2006년 말 발매될 예정이다. 더 미뤄진다고 이상할 것은 없겠지?
5.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StarCraft Ghost
2002년 발표되어, 2003년 PS2, GC, Xbox 등 콘솔 플랫폼으로 발매될 예정이었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가 5위에 선정되었다.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에서 멀티플레이 버전이 공개됐지만, 이 정도는 예전 E3 등의 게임쇼에서도 수 차례 공개되었던 수준. (물론 당시에는 개발사가 달랐지만 -_-) Wired지는 한 독자의 말을 인용해 “PS4나 Xbox 1080용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6. 젤다의 전설: 석양의 공주 Legend of Zelda: Twilight Princess
게임큐브용으로 발매될 예정이었던 이 게임도 수차례 발매연기 끝에 현재는 2005년 중에 출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 게임이 출시되는 것보다, 닌텐도가 새로운 게임기를 선보이는 것이 빠를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7. 팀 포트리스 2: 브라더후드 인 암즈 Team Fortress 2: Brotherhood of Arms
1998년 <하프라이프>가 발매된 직후 발표된 이 게임은 1999년까지 각종 매체에서 프리뷰가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홍보전을 벌였다. 하지만 차츰 관련기사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2003년 <하프라이프 2>가 발매될 때 한 기자가 이 게임에 대해 물어보자, “<하프라이프 2> 발매직후에 바로 선보이겠다”는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하프라이프 2>는 물론 <데이 오브 디피트: 소스> 등 수많은 차기작이 발매된 이후에도 <팀 포트리스 2: 브라더후드 인 암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듀크뉴켐 포에버>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게임.
8. 블루레이 Blu-ray or HD-DVD discs
블루레이는 차세대 광 디스크라며 수많은 화제거리를 몰고 다녔지만, 정작 플레이어는 아직도 너무 비싸고 타이틀은 없다.
9. 알파그립 인체공학 키보드 AlphaGrip ergonomic keyboard/trackball
2000년 처음 발표된 이 키보드는 현재의 사각형이 아니라 마치 게임패드와 같은 모양을 띄고 있다. 이런 모양 덕분에 훨씬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것. 개발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혹은 그보다 빨리 타이핑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 혹은 믿을만한 보도조차 한번도 나오지 않은 상황. 실질적으로 얼마나 빠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출시되지 않고 있는지도?
10. HD TiVO High-def TiVo and TiVoToGo for Mac
HD 영상을 지원하는 Tivo는 2005년 CES에서 발표됐지만, 2006년 CES에서 다시 발표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이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