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지사를 설립한 미국 에픽게임스(Epic Games)가 2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에픽게임스 코리아 설립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에픽게임스에는 게이머들에게 <기어스 오브 워>와 <언리얼 토너먼트>의 개발사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언리얼 엔진의 제작사로 잘 알려져 있죠.
실제로 차세대 국산 온라인게임들 중에서 언리얼 엔진 3의 사용 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엔씨소프트) <테라>(블루홀) <A4>(애니파크) <스페셜포스2>(드래곤플라이) <뮤 온라인 2>(웹젠) <BK 프로젝트>(소노브이) <프로젝트 L2>(바른손게임즈) 등 모두 각 게임사들의 대표적인 차세대 주자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에픽게임스코리아의 설립 배경과 향후 계획, 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키워드’로 묶어서 정리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왼쪽부터 에픽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에픽게임스 본사의 제이 윌버(Jay Wilbur)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 에픽게임스 코리아 기술 지원 담당 잭 포터(Jack Porter) 부장.
■ 보다 향상된 서비스 지원이 목적
한국 지사 설립 목적은 ‘지원’ - 에픽게임스코리아가 설립된 목적은 바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게임을 개발했거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의 ‘지원’(Support)입니다.
에픽게임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언리얼 엔진 2’와 ‘언리얼 엔진 3’ 라이선스를 획득한 게임사가 20여 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기 때문에 보다 향상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거죠. 에픽게임스코리아는 자사의 지원 정책을 두고 ‘리얼 언리얼 서포트’(Real Unreal Support)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에픽게임스 제이 윌버 부사장 |
한국은 정말 중요한 시장 - 전 세계적인 인지도로 따지자면 대형 회사지만, 사실 에픽게임스는 본사 직원이 100 명이 조금 넘을 정도로
‘규모’ 면에선 큰 회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사를 설립한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봤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스의 제이 윌버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 시장이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굉장히 많은 게임사들이 엔진 라이선스 계약 건으로 접촉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에픽게임스코리아는 현재 에픽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이런 자회사를 해외에 설립한 것 자체가 에픽게임스 역사에 유래가 없는 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의 게임 개발? 지금은 생각 없다 - 많은 사람들이 에픽게임스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에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추측했습니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은 “게임사 지원만 해도 벅차다. 먼 미래까지 예측할 수는 없어도 현재 단계에서는 게임 개발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부인했습니다.
또한 그는 “엔진 세일즈를 위해서 온 것도 아니다. 물론 이제 우리가 한국에 있음으로써 언리얼 엔진 라이선스에 관심이 있는 게임사들과 보다 원활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사 설립의 주요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원’에 있음을 알아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 언리얼 엔진, 한글화 끝마쳤다
한국지사 설립으로 언리얼 엔진 고객사들이 얻는 장점은? - 그렇다면 에픽게임스코리아의 설립으로, 현재 언리얼 엔진 2, 2.5, 3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이 얻게 되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에픽게임스코리아는 ‘현지화 기술지원’과 ‘엔진 한글화’, ‘개발자 커뮤니티 지원’의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현지화 기술지원 - 이제 개발사들은 언리얼 엔진과 관련된 지원을 받기 위해 ‘영어’로 미국 에픽게임스 본사와 일일이 연락할 필요가 없습니다. 에픽게임스코리아에는 미국 본사에서 언리얼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시니어 프로그래머 ‘잭 포터’ 부장이 상주할 예정이기 때문에 개발사들의 기술 지원 요청이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될 전망입니다.
참고로 잭 포터 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굉장히 유창한 한국어 솜씨를 뽐내서 참석한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에픽게임스코리아는 일정 기간 잭 부장이 개발 현장에 상주하며 고객사의 프로그래머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현장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언리얼 엔진 한글화 - 에픽게임스코리아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거의 모든 메뉴를 한글로 바꾼 언리얼 엔진 3 ‘한글 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방대한 엔진 매뉴얼의 주요 내용들도 대부분 한글화가 끝났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보다 쉽게 엔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잭 포터 부장은 “언리얼 엔진 3는 옵션을 통해 영문/한글로 전환할 수 있으며, 두 가지 버전이 모두 완벽하게 호환되기 때문에 기존에 영문판이 익숙한 개발자라도 부담 없이 엔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언리얼 엔진은 매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데, 향후 한글판 역시 영문판과 같은 속도로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픽게임스코리아 기술지원 담당 잭 포터 부장
개발자 커뮤니티 지원 - 현재 세계적으로는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의 네트워크(UDN)가 갖춰져 있고,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는 유독 개발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인데요, 이는 아무래도 언어의 문제와 개발자들의 성향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것이 에픽게임스 측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에픽게임스는 향후 국내 개발자들이 언리얼 개발자 네트워크(UDN)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 및 지원 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우선 언어 번역 전담 인력을 운영할 예정이며, 에픽게임스코리아 주최로 정기적인 기술 세미나도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잭 포터 부장은 “올해에는 지스타와 함께 개최 되는 아이콘(iCON) 참여 같은 외부활동이 많기 때문에 당장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힘들 듯하다. 그래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많은 개발자들과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언리얼 엔진 3가 비싸다는 편견은 버려라
언리얼 엔진 3의 최대 장점은 ‘범용성’ - <기어스 오브 워> 1·2편, <언리얼 토너먼트3>, 그리고 국산 온라인게임 <아바> <누리엔> <헉슬리> 등의 개발에 사용된 언리얼 엔진 3. 에픽게임스가 설명하는 언리얼 엔진 3의 최고 장점은 ‘범용성’입니다.
다시 말해 RPG부터 FPS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게임 개발에 사용할 수 있고. 저사양에서 고사양까지 단계별로 최적화가 가능해 사양에 맞는 최고의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제이 윌버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언리얼 엔진 3를 무작정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 엔진으로 알고 있지만, 사양에 따라 얼마든지 최적화된 그래픽을 만들 수 있어서 캐주얼 게임에도 적합한 엔진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픽게임스코리아 박성철 지사장
언리얼 엔진 3가 비싸다는 편견은 버려라 - 국내에 만연한 언리얼 엔진 3에 대한 인식 가운데 하나는 바로 ‘비싸다’입니다.
이에 대해 박성철 지사장은 “국내 게임사들은 지금까지 언어 소통의 문제 때문인지 무조건 ‘전체 계약’(Full License)을 고집하는 측면이 강했다. 이 때문인지 무작정 비싸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은데, 사실 계약 유형에 따라 언리얼 엔진 3는 얼마든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에픽게임스코리아는 국내 게임사와 본사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엔진 구입과 관련해 게임사와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이다. 부디 편견을 가지지 말고 엔진 구입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덧붙였습니다.
크라이텍은 좋은 회사 - 공교롭게도 에픽게임스코리아에 앞서 지난 해 11월에는 ‘크라이 엔진’의 크라이텍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혹시 에픽게임스가 한국에 지사 설립을 결정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당연하게도(?) 에픽게임스 측은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제이 윌버 부사장은 “우리는 크라이텍을 굉장히 좋은 회사라고 보고 있다. 특히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에는 항상 감탄하고 있다”면서 “크라이텍의 한국 진출과는 별개로, 한국에는 이미 언리얼 엔진의 고객들이 굉장히 많기에 지사를 설립한 것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조금 더 일찍 한국에 진출해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스 본사 CEO의 동영상 환영 메시지.
에픽게임스 본사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에픽게임스코리아 기자간담회에는 게임 및 IT 전문기자,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