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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기자수첩] 갈수록 심해지는 게임 업계 양극화, 긍정론은 언제까지?

20-21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보고서 요약 노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01-08 14:48:38

새해가 밝았지만 고민이다. 요새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통 기삿감이 없기 때문이다.

 

일도 제대로 안 된다. 큰일이다. 상상 속의 기자는 침대에 누워서 전 세계의 게임 업계를 바라본 뒤 기사를 뚝딱 송고해야 하는데, 현실은 한파처럼 차갑다. 식탁 위에 노트북을 펴고 앉아 멍을 때린다. 그래서 요즘 집안일이 재밌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했다고 말하고 가만 앉아있다가 설거지를 했다. 주방이 깨끗하니 기분이 좋다.

 

연말연시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게임 관련 보고서가 쏟아진다. 며칠간 집에 앉아서 여러 보고서를 읽었다. 종일 글과 도표에 빠져있으면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막상 쓸 아이템을 많이 건지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일 한 척을 해야 한다. 따라서 메모했던 내용을 하나로 묶어보기로 한다.​ 진짜 기자수첩이다.

 



 

# 양극화, 양극화, 양극화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양극화다.

 

작년에 나온 게임백서부터 보자. 모바일게임의 상승세가 수년간 계속될 전망이며, 국내 콘솔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전망이 좋다고 나와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업종, 개발사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날카로웠다. 백서에 따르면, 5인 미만 소규모 개발사의 52.9%가 작년 매출 감소를 겪었다. 버는 플레이어는 더 벌고 못 버는 플레이어는 벌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3N 매출 지표를 보면 보다 잘 알 수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넥슨은 14% 늘어난 2조 5,323억 원(엔화 환전 기준), 엔씨소프트는 59% 증가한 1조 8,548억 원, 넷마블은 15% 늘어난 1조 8,609억 원을 기록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9% 성장했는데 이 성장을 견인한 것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종사자들의 생각도 일치한다. 12월 30일 발표된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1,000명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가 기록됐다. 답변자들은 '산업 양극화'를 최고의 문제로 꼽았다. 판호 발급 중단 등 해외 진출의 어려움, 특정 BM의 편중,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의 이유가 뒤를 따랐다.

 

근로시간과 임금에 따른 격차도 존재했다. 2020년,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만족하지 못했고,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코로나19는 모두가 겪고 있는 사건이지만, 그 무게는 같은 산업의 종사자라고 하더라도 달랐던 것이다. 응답자 중 23.7%가 작년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으며, 70.7%가 크런치 후 휴식을 보장받았다고 답했다.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 "심리사회적 모델로 게임이용장애 막는다"

 

게임 과몰입 해소를 위한 심리사회적 모델링 연구에서는 심리상담 등의 방법으로 게임 과몰입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과몰입은 병원에서 약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심리사회적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한국심리학회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다. 한국심리학회는 "게임과몰입은 뇌 질병이라기보다는 행동을 선택한 결과"라고 썼다.

 

게임 과몰입 해소를 위한 심리사회적 모델링 연구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해서는 3가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 관련 민관 협의체에서 용역을 맡긴 것인데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 게임이용 장애 국내 실태조사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이다.

 

'과학적 근거 분석'은 서울대 심리학과 안우영 교수, '국내 실태조사'는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정슬기 교수, '파급효과 분석'은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한동숭 교수가 맡아서 진행 중이다. 약 1년의 연구 기간을 가진다고 했으니, 올 9월 경이면 연구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WHO의 ICD-11은 2022년 1월에 발효된다. 소위 '이 시국'이 끝나면 게임이용장애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2019년 7월, 한국심리학회 주관 '게임중독 문제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안우영 교수

지난 수능 국어영역에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지문이 출제됐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보다 더 많이 발견됐다. 


교과서 내 게임 콘텐츠 반영 현황조사를 보면, 초,중,고 교과서에서 게임에 대한 사례는 총 198건 발견됐으며 그 중 부정 언급이 33%, 중립 언급이 57%, 긍정 언급이 11%로 부정 내용이 긍정 내용보다 3배 많이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플레이위드 교육컨설팅은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정보를 중립적으로 전달하여 건전한 게임 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교과서 내 게임 콘텐츠 반영 현황조사. 출처는 넥슨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 Do you know K-Game? & VR 긍정론은 언제까지?

 

진흥원은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도 진행했다. "한국 게임의 진출 성과는 과거에는 대단히 중요했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이 존재하는 경우 후발 게임이 선발 게임의 명성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사례가 떠오른다.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배틀그라운드> 두 게임은 가장 선호하는 한국 게임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같은 문단에는 "온라인 게임의 성공 경험이 이미 진부화되고 또한 모바일 게임 사용자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신규 사용자의 경우가 많아 과거처럼 한국 게임의 진출 성과는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고 나와있다. 러시아, 말레이시아에서는 <라그나로크>,  스페인에서는 <리니지>가 가장 지명도 높은 게임이었다. 

 

<마블몬스터배틀>, <일곱 개의 대죄> 등 IP 게임이 가장 인기 많은 한국산 게임으로 뽑힌 나라도 많았다.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

올해 코로나19로 VR 성적은 불황이었다. 진흥원 2020년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는 그러나 2021년부터는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나온다. 올 한해 많은 기기가 소비됐던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VR 게임 기기를 구매한 곳은 전체 3% 수준에 미친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과, 콘텐츠 병목 현상이 해결되면 다시 빛을 볼 수 있으라는 것이다.

 

2020 가상현실 게임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연간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VR 관련 회사가 68.7%로 나타났고 이 중 ‘1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이 2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0억 원 이상 매출 기업은 전체 조사대상 중 6.3%, 4개 업체에 불과했다. 정부는 2023년까지 VR/AR을 아우르는 '실감콘텐츠 육성'에 1조300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그간 VR 콘텐츠 제작 및 배급을 위해 적잖은 공적 자원(아래 도표 참조)이 투입됐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국산 VR 게임은 없다. 또 코로나19가 끝나면 현실로 돌아가지, 가상현실에 접속할 것 같지는 않다.

 

 

2020 가상현실 게임사업체 실태조사

 

# 엉터리였던 게임문화박물관 보고서

개인적으로 가장 열심히 읽은 것은 게임문화박물관 보고서다. 오류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오타, 비문은 물론 사실관계 오류까지 더러 발견됐다. 

 

예를 들어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디아블로> 기반이라고 서술되었는데, 두 게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대목이다. 

 

어디서 내용을 가져온 걸까 구글링을 해보니 나무위키에 <라그나로크>가 <디아블로 2>의 인터페이스를 참고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위키가 정말 핫하긴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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