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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분노한 한국 페그오 유저들, 도대체 무슨 일이?

‘신년 로그인 이벤트’ 취소와 뒤 이은 대응에 유저 분노 폭발…

현남일(깨쓰통) 2021-01-10 01:00:16

한국에서는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페이트/그랜드오더>(Fate/Grand Order, 이하 페그오) 유저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를 모두 삭제하는 이른바 ‘갈갈’ 인증이 끊이질 않고, 게임의 서비스사인 넷마블을 질타하고 비꼬는 게시글은 하루 온 종일 올라오면서 추천을 받고 있다. 기어이 넷마블 본사 앞으로 ‘트럭’ 시위를 하자는 한 유저의 제안에는 2시간도 되지 않아 1천만 원이 넘는 현금이 모였으며, 온라인을 넘어서 이제 오프라인에까지 본격적인 ‘실력행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 갑자기 중단된 신년 로그인 보너스, 불을 지른 넷마블의 대응


한국 <페그오>는 1월 1일부터 ‘2021 신년 스타트 대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총 14일간 로그인만 하면 게임 내 유료재화인 ‘성정석’ 192개를 포함해 QP, 황금사과 등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재화를 푸짐하게 받을 수 있는 이벤트로, 이를 ‘현금가’로 계산하면 20만원이 넘는다.  

 

당초 유저들에게 제공 예정이었던 스타트 대시 이벤트 보상 내용

 

본래 이 ‘스타트 대시’ 이벤트는 다른 국가에서는 해당 기간에 계정을 생성한 신규 유저들에게만 주어지는 이벤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국 서버는 기존 유저들 또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게임 오픈 이후 3년 동안 이어진 한국만의 관행으로, 실제 지난 2020년 신년 이벤트와 스타트 대시 리뉴얼 때도 기존 유저들이 모두 해당 보상을 가갈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게임사는 명확하게 이유를 밝힌 적이 없지만, 유저들은 정기적인 인터넷 방송이나 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통해 이벤트용 배포 재화를 자주 뿌리는 일본이나 타 국가에 비해 한국은 그 양이 적으므로 그 부족분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월 4일, 이 이벤트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명확한 이유나 재개 일정 안내 없는 일방적인 중단이었다. 이는 1월 2일 경, “한국 <페그오>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타트 대시 이벤트 보상을 기존 유저들에게까지 제공한다”는 사실이 일본 트위터상에서 화제가 된 것이 그 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한국 유저'가 '일본어'로 올린 이 트위터로 인해, 한국에서는 스타트 대시 이벤트가 모든 유저에게 적용된다는 것이 일본에까지 알려졌다. (현재 해당 트윗은 삭제)

  

그리고 3일이 지난 1월 6일, 넷마블에서 첫 번째 사과문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유저 반발의 기폭제가 되고 말았다. 해당 사과문은 “왜 스타트 대시 이벤트가 중단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었으며, 이벤트 재개에 대한 내용은 없고, 향후 대책에 대해서도 모호한 표현만 있었을 뿐이었다. 

 

당장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다. 앞에서도 말했듯 유저들은 스타트 대시 이벤트 보너스가 타 국가에 비해 부족한 배포재화를 ‘일시불’로 받는 개념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과문에 따르면 “캠페인의 의도와 다르게 적용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외부적으로 전달 받아”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한국 <페그오>의 운영에 대해 넷마블이 아닌 외부(페그오 제작 위원회 등)의 개입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석되어 더욱 크게 논란이 되었다.  

 

1월 6일 넷마블이 올린 첫 번째 사과문의 일부 (전문보기)

 

# 1점을 찍은 스토어 평점과 2번째 사과문, 하지만 시동 걸린 트럭

 

한국 <페이트/그랜드오더> 유저들은 게임 서비스 3년 동안 여러 사건 사고로 인해, 알게 모르게 게임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인터넷 방송이나 오프라인 이벤트 등을 통해 꾸준하게 게이머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보상을 제공하는 일본, 심지어 대만과 비교해봐도 ‘유저들과의 소통’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여기에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운영자가 ‘실제 게임 서버’에서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캐릭터를 들고 게임을 즐긴 이른바 ‘피의 폭주’(해당 운영자의 계정명) 사건도 있었으며, 일본에서는 각종 캠페인으로 제공된 아이템(개념예장 등)이 한국에서는 제때 적용되지 않고 ‘패싱’ 당하는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해 여름부터 한국 서버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버그’와 잦은 번역 오류가 이어지면서 ‘넷마블이 한국 <페그오> 서비스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책과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사태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트리거가 작동해서 한꺼번에 발화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분노한 유저들은 6일 사과문이 공개되자 마자 스토어로 몰려가서 이른바 ‘평점테러’에 나섰으며, 한 때 초유의 ‘1.0’까지 그 평점이 떨어지기도 했다. 일부 보안 어플리케이션에서는 한국 <페이트/그랜드오더>의 평점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위험 어플리케이션’ 판정을 내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한국 <페그오>의 2021년 1월 9일자 저녁 시점에서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

 

일부 유저들은 넷마블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항의 메시지를 담은 전광판과 플랜카드를 실은 트럭을 넷마블 본사 앞으로 보내자는 것. 한 유저의 단순한 아이디어 제기로 시작한 이 모금은 단 2시간도 되지 않아서 1천만 원 이상이 모였다. 그것도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이 모이면 정부기관 등에 신고를 해야 하는 기부금품법상 제한에 걸린다는 지적에 ‘그 이상’ 모인 기부금 중 일부를 반환한 결과가 이 정도다. 그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유저들의 반발은 진지하면서도 뜨겁게 불타고 있다.  

 

사태가 전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8일 저녁, 넷마블은 2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사과문 또한 결과적으로는 유저들의 불난 여론을 끄는 데 실패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스타트 대시 이벤트는 3년 동안 적용대상이 잘못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일언반구 해명이 없었으며, 무조건 중단한다고만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 서버에 누락되었던 각종 캠페인과 아이템(개념예장 등)에 대한 해명에서는 최대한 서비스 상황에 맞게 진행하겠고 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뒤늦게 이번 사태에 대한 보상으로 ‘성정석’ 30개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분노한 유저들을 달래는 데 턱없이 부족한 분위기다. 

 

1월 8일 저녁에 올라온 넷마블의 2번째 사과문 (전문보기)

 

<페그오>는 한국만 서비스하는 게임이 아니라 일본, 대만, 북미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서비스가 진행되는 게임이다. 더더군다나 한국은 본서버라고 할 수 있는 일본보다 2년 정도 업데이트 기간이 늦기 때문에, 한국 유저들은 특히나 서비스 품질이나 운영 등에 대해서 다른 국가와의 차이/차별점에 대해 민감해할 수밖에 없다. 

 

넷마블과 ‘페그오’의 전 세계 서비스를 총괄하는 제작 위원회는 지금까지 이런 한국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는 운영을 했는지에 돌이켜 보고, 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모든 문제의 근본이 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 애초에 처음부터 게임사측에서 진정성 있게 나서 정확하게 밝히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이번 문제가 커졌을지 생각해 볼만하다. 만약 게임사의 여러 제반 사항 등으로 인해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면 이런 '현실'에 대한 개선에도 진지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과연 한국 <페그오>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나아갈지 이후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