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오후 3시, 소노브이의 신작 발표회 행사장.
“최신규 회장과 저는 오래된 친구입니다. 7년 전에 최신규 회장이 게임을 제작하겠다고 말했을 때 제가 말렸습니다. 그렇지만 최신규 회장이 게임에 투자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더니 3년 전에는 <베르카닉스>를 제작한다더군요. 이번엔 저도 참여했습니다.
게임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최신규 회장과 제가 약속한 게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컨텐츠를 갖고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을 만한 킬러 컨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이 게임이 정말 잘 돼야 합니다.”
인기 만화가 이현세 교수의 축사 중 일부입니다. 주최측인 소노브이는 이현세 교수가 행여 부담을 가질까 걱정됐는지 짤막한 축사를 준비했더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행사장에서 여러 기자들과 소노브이 관계자들을 만나서 반갑고, 소노브이의 게임 발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현세 교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식상할 법한 축사에 정성과 간절함을 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현세 교수의 <베르카닉스> 프로젝트 참여 동기가 궁금했는데요, 이현세 교수의 축사 중에 ‘친구’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궁금증은 싹 사라졌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뽀빠이 이상용 씨가 진행하던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두 사람을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동갑내기인 그들의 인연은 20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문화 컨텐츠 업계에서 두 사람은 거물급 인사입니다. 손오공의 대표인 최신규 회장은 완구계의 거물, 이현세 교수는 만화계의 거물이죠.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두 사람은 이번에 각자 의미 있는 두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최신규 회장은 야심작인 SF MMORPG <베르카닉스>를 선보이면서 소노브이를 메이저 게임사로 우뚝 세워 국내외에서 인정 받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이현세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게임 시나리오와 기획 작업에 참여하는 산학협력을 비롯해 만화를 활용한 파생 상품을 창출함으로써 만화 지망생들의 비전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둘의 우정이 신작 <베르카닉스>의 흥행에 빛을 발하게 할까요?
물론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1956년 생으로 올해 54세입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환갑을 넘어선 나이. 발빠른 감각과 신기술로 무장되어 있는 게임업계에서 40대도 생존하기 어려운데, 50대로서 트렌드를 쫓아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도전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무게 중심을 실어 봅니다.
최신규 회장은 게임회사 소노브이를 설립하고 2006년부터 <샤이야> <용천기> <네오 온라인> 등의 온라인게임을 선보였습니다.
<샤이야>는 오픈베타 당시, 동시접속자수가 3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월 9,900 원의 상용화 이후 유저가 급감, 결국 부분유료화로 전환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용천기>도 오픈베타 3개월 만에 시스템 문제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던 적이 있었지요.
이렇듯 소노브이의 국내의 성적은 아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샤이야>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게임 개발의 가능성을 갖게 됐습니다.
손오공 최신규 회장은 “처음에는 게임을 잘 모르고 투자를 하게 되었고 수업료를 많이 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흥행하면 많은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현세 교수는 공상과학(SF) 도전이 두 번째입니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아마겟돈>이었습니다. 1989년에 아이큐점프에서 1년 간 연재됐던 <아마겟돈>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흥행에 힘입어 <아마겟돈>은 10년 후 애니메이션에 도전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현세 교수는 “<아마겟돈>의 애니메이션으로 한동안 흥행참패 1위에 올랐다. <아마겟돈>을 만든 후에 SF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미련을 갖게 됐다”며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이 이번에 뭉쳤습니다.
최신규 회장은 이현세 교수가 게임 기획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알찬 컨텐츠를 보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현세 교수는 이번 만화와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 이를 소재로 애니메이션에 또 다시 도전장을 던질 생각입니다. 각자의 목표는 다르지만 모두 <베르카닉스>를 성공 시키겠다는 의지는 똑같습니다.
미스터리 SF 판타지 장르라는 <베르카닉스>의 콘셉트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일단 장르 소개에서 말이 복잡하면 머리가 아픈 법이죠. 하지만 시연 영상에서 의구심은 게임에 대한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공개된 부분은 미흡했지만 게임의 첫인상 평가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는 감각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살아온 경험의 연륜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각자 한 분야에서 획을 그었던 만큼 그들의 결과물에 관심이 갑니다. 일단 올 여름에 나온다는 만화부터 찾아 봐야 겠네요.
소노브이 신작발표회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