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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짓궂은 유저 몰표로 난감해진 일본 자레코

신작의 몬스터 이미지 공모에 황당한 몰표 쏟아져

안정빈(한낮) 2009-07-09 12:36:14

일본의 게임회사인 자레코가 유저들의 장난으로 신규 게임에 황당한 몬스터를 추가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자레코는 지난 630자레코 재생 프로젝트의 첫 번째 타이틀 <와이즈맨 월드>를 발표했다. 자레코 재생 프로젝트란 자레코가 지금까지 부진했던 모습을 반성하고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개발사가 되기 위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프로젝트 이름이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게 자레코는 <와이즈맨 월드>의 몬스터와 캐릭터 이름, 로고 등을 모두 유저 공모와 투표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첫 번째로 공모를 시작한 몬스터 이미지 부분에서는 870 개가 넘는 작품이 참가했다.

 

하지만 정작 투표가 시작되자 예상하지 못 한 문제가 생겼다.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는 구현하기조차 어려운 엉뚱한 몬스터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그 중에는 이모티콘으로 그린 캐릭터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 없는 엄마, ‘정말 강하다는 설명이 붙은 낙서에 가까운 문어 등이 포함돼 있다.

 

1위부터 5위가 전부 장난스러운 이미지로 채워지자 자레코는 서둘러 부정투표를 문제삼고 투표기간을 변경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난 지금, 장난스러운 몬스터와 진지한 몬스터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득표수가 20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투표가 끝나는 오는 13일까지 상황이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저투표 1위에서 15위까지의 몬스터 이미지.

 

이에 앞선 지난 6 7일, 자레코 사장인 가토 씨가 직접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인 투채널(2ch)에 우리가 만든 게임은 쿠소(쓰레기)게임이다라는 자조적인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Wii용 신작게임 <황금의 정>이 발매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아서 나온 발언이다.

 

당시 일본 유저들은 정말 솔직하다”, “진짜로 망한 게임이라는 걸 인정하다니 앞으로는 기대해 주겠다”,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 관심에 일부 유저의 장난이 섞이며 이번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1974년 주식회사 재팬레져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자레코는 <아이돌 마작 스치파이> <모모코120% (속칭: 시집가는 날)> 등을 개발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시도한 신규 타이틀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하향세를 그렸다. 지난 1월에는 모회사인 자레코홀딩스가 게임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자레코를 게임하이의 일본법인 게임야로우에 1엔에 매각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편, 자레코의 홈페이지에서는 몬스터 이미지에 이어 주인공 이름정하기 이벤트를 시작했다.  약 160 개의 댓글이 달린 이름 응모 역시 솔직한 이름인 '자레코도산', 뭔가 힘이 넘칠 것 같은 이름인'파워풀', 남자든 여자든 '아아아아아'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자레코가 이번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안타깝게(?) 순위에서 밀려난 몬스터 이미지 응모작들. 이들의 득표수는 20~100으로 1위의 4,000 표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