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면접 대상' 다양성 보장 권고…액티비전 블리자드 “안 돼”

미국노조연맹이 요청한 주주총회 안건상정을 거부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1-01-29 12:42:52

“모든 채용 면접에서 인종과 성별 다양성을 갖춰라.”  (노조연맹)

“그런 식은 안 통한다(unworkable). 우리 방식대로 지키겠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채용 면접 대상에 다양한 인종·성별을 포함하라’는 제안에 대해 “그런 방식은 안 통한다(unworkable)”며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구체적 내용이 우리 사정에 맞지 않아 거부했을 뿐, 다양성은 지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게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성을 강조해온 블리자드가 정작 인재 채용에서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인 것일까? 아니면, 게임회사를 대상으로 한 노조연맹의 권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자세히 살펴봤다.

 


# 누가 어떻게 제안했나?

 

1월 초, 미국 최대 노조연맹이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주인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EA 등에 전달한 주주제안 내용이다. 수용되면 다음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1955년 노동총연맹​(AFL)과 산업별조합회의​(CIO)가 결합하며 설립된 AFL-CIO는 거대한 조직이다. 55개 노조의 연합체로 1,250만 전현직 직장인이 가입돼있다. 2005년까지는 미국 내 거의 모든 노조를 대표했다. 2005년 이후 몇몇 노조가 이들로부터 떨어져나와 독립했지만, 그 중 일부는 재흡수됐다.

 

외신은 이번 주주제안의 세부내용을 2003년 미국프로풋볼(NFL)에 도입된 다양성 보장책 ‘루니 룰’(Rooney Rule)에 빗대어 설명한다. 루니 룰은 코칭 스태프의 다양성 부족 문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제도에 따르면 NFL 소속 팀은 모두 코칭 스태프 선발을 위한 면접 단계에서 백인 이외 인종과 여성 등을 반드시 모집해야 한다. AFL-CIO의 이번 제안 역시 채용면접에서 후보 다양성을 갖추라고 권고한다.

 

 

# 권고에 대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반대 이유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SEC에 항의서한을 전달,  2021년 주주총회에서 해당 제안을 다루지 않도록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바이스가 입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법무팀의 항의서한 내용 중 일부다.

 

“액티비전은 그간 임원 및 CEO 후보자에 대해 루니 룰 정책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 정책을 모든 채용절차로 확대한다면, 경쟁이 심하고 변화가 빠른 게임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회사의 사업운영능력 및 인재채용에 있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unworkable) 방해요소가 될 것이다.”

 

 

 

# 왜 이슈가 되고 있나?

 

최종 입사자 선발이 아닌 면접 대상자 선발에 대한 권고를 거부했다는 점이 논란을 낳고 있다. 과정적 불평등을 보완하는 제도는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있다. 대학 입시제도의 하나인 ‘지역균형선발전형’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는 공적 성격을 가지는 교육과 관련된 영역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 내 여러 기업도 ‘루니 룰’ 선례를 따라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같은 제안을 받은 EA는 제안을 고려하겠다고 피드백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EA는 바이스에 전한 이메일에서 “우리는 주주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피드백을 소중히 여긴다. EA의 통상적 절차에 따라 임원들은 해당 주주제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해명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다양성 추구 자체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구체적 실행안에 있어 자체적 방식을 고수하고 싶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항의 서신에서 이들은 AFL-CIO가 ‘기업의 일반적인 사업 운영에 관한 문제는 주주제안으로 다룰 수 없다’는 SEC 규정을 어겼다고 적었다.

 

이같은 입장은 이번 사안을 다룬 또 다른 외신 코타쿠 측에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전달한 해명에 요약적으로 드러나있다. 아래는 서한 전문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다양성이 확보된 인재마련 정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희 기업이념에 있어 필수적 사안이기도 합니다.

 

바이스의 보도는 저희가 SEC에 제출한 문서를 완전히 잘못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희 채용 정책은 모든 직무에서의 다양성 확보 노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공격적, 성공적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항의 서한을 보낸 이유는 저희의 기업 채용 방식이 국가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AFL-CIO의 주주제안이 이를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게임으로 세상을 연결하고, 다양성, 평등, 포용을 주창하는 이야기 및 영웅들을 묘사해왔습니다. 그렇게 저희 게임은 대중문화에 독자적인 영향을 미치며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증대시켰습니다.

 

이렇듯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세상을 연결하려는 저희 기업이념에 부합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모든 종류의 성장 배경, 민족성, 성 정체성, 인종, 성 지향성을 지닌 입사 후보자들이 꼭 필요합니다. 190여 개국 4억 게이머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저희는 반드시 다양성을 지닌 직원들을 공격적으로 채용해야만 합니다. 전 세계 모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모든 층위에서 다양성 증대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