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도용 사실을 알면서도 무시했다.”
미국 법원이 밸브가 타사의 게임 컨트롤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밸브는 원고 SCUF와 아이언버그 인벤션에게 400만 달러(약 44억 원) 배상 책임이 생겼다.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의 결과다.
원고 측 두 회사는 모두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업체 커세어의 자회사다. SCUF는 밸브가 자사 보유 105개 특허 중 컨트롤러 트리거 관련 특허와 ‘후면 버튼 매커니즘’ 특허를 도용했다고 주장해왔다.
아이언버그 인벤션에 따르면 밸브는 특허 무단 도용을 통해 ‘스팀 컨트롤러’를 만들고 2015~2019년 사이 약 160만 대 판매했다. 이에 최대 1,100만 달러(약 122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양대 콘솔기업 MS와 소니는 모두 공식적으로 후면 버튼 라이선스를 받아갔다고 원고는 밝혔다. 그러나 밸브는 정식 라이선스 신청 없이 후면버튼 및 트리거 연장 부품을 도용했다.
게다가 SCUF의 특허 침해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무시했다. SCUF 측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변론했다.
“밸브는 자사의 행위가 표절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감행했다. 전형적인 다윗과 골리앗의 구도였으며, 골리앗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성서에서 그랬듯, 최종 승자는 다윗이었다. 2일(현지시간) 커세어는 배심원 만장일치에 의한 승소 사실을 발표했다. 배심원단 전원은 밸브의 특허 침해행위가 ‘의도적(willful)’이었다고 판단했다. 미국 워싱턴 서부지방법원 토마스 질리 판사는 밸브에게 400만 달러(약 44억 원)의 배상금 지불을 명령했다.
2015년 발매된 스팀 컨트롤러는 스팀 게임 플레이에 적합하도록 고안된 컨트롤러였다. RTS 등 일반적으로 게임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장르의 게임도 모두 플레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었다.
그러나 실제 출시된 이후엔 불편한 조작감, 일부 게임과 호환 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비판 받았다. 장점으로 내세운 광범위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2019년 12월 단종이 결정됐다.
특허 설계까지 도용했지만 남는 건 없었고, 결국 배상금까지 물었다. 밸브가 깊이 반성해야 할 과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