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소련의 비밀병기'로 불렸던 게임의 저작권 암투, 영화로 나온다

냉전시기 스파이 스릴러 같은 '테트리스' 저작권 분쟁사 21년 개봉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성현(체리폭탄) 2021-02-05 11:11:57

흥미진진한 <테트리스> 저작권 분쟁을 다룬 영화가 나온다.

 

<테트리스>는 게임도 재밌지만, 탄생과정과 저작권을 둘러싼 암투, 황당한 상황 전개도 무척 흥미롭다. 근래 연달아 출간됐던 <테트리스: 세계를 정복한 작은 게임>(2017)나 <테트리스 이펙트>(2018) 같은 책도 그 '화려한 저작권 분쟁사'를 다뤘다.

 

미국 권위지 보스턴글로브는 2017년 그래픽노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게임회사의 음모, 국가의 위신을 둘러싼 스파이 스릴러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 영화계가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만 놔둘 리 없다. 2017년부터 영화화 이야기가 돌았다. 2021년 마침내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 그럼 어떤 영화인가

 

주인공은 <테트리스> 저작권을 해결한 행크 로저스다. 영화는 그가 <테트리스> 계약을 따내기 위한 협상 과정과 소련에서 겪은 일들 그리고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탈냉전 시기의 시대상을 담아내려 한다.


잘 알려졌듯, <테트리스>는 소련 연구원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한 게임이다. 파지노프가 만든 게임은 연구소 직원들과 지인들 사이 유행을 탔고, 얼마 안 가 유럽으로도 밀수입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 속에 <테트리스>는 (오해와 안이함 등에 따른) 불법 복제로 전세계에 판매되기 시작한다. 

 

당시 소련은 개인의 저작권 개념이 없었다. 원제작자 알렉세이 파지노프는 로열티를 받지 못했다. 파지노프가 로열티를 받게 된 것도 소련이 붕괴되고, 그가 미국으로 이주해 ‘테트리스 컴퍼니’를 설립한 이후(1996년)다.

 

<테트리스> 저작권 분쟁은 스케일이 크다. <테트리스>는 미국에서 ‘소련의 비밀병기’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콘솔 전쟁을 펼친 닌텐도와 세가, 아타리 등 게임 회사들은 당대 최고 인기 게임 <테트리스> 저작권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분쟁의 규모가 점차 치열해지며 대기업, 소련 정부기관, 심지어 미하일 고르바초프까지 엮이게 된다. 게임 저작권 분쟁이 정치적 문제까지 번진 것. 

 

알렉세이 파지노프(왼쪽)와 행크 로저스

 

 

# 누가 나오고 누가 찍는가?

주인공 행크 로저스 역은 태런 에저턴이 맡는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게리 에그시 언윈을, <로켓맨>에서 엘튼 존을 연기했다.

영화에 대한 걱정은 테런 에저턴도 잘 아는 듯 하다. 그는 브리티시 GQ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레고 무비>보다 <소셜 네트워크> 비슷한 영화다.”

<테트리스> 영화감독으로 존 S. 베어드, 각본가로 노아 핑크가 참여한다. 존 S. 베어드는 전기 코미디 영화 <스탠 & 올리>로 여러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영화도 로튼 토마토 점수 92%로 훌륭한 편.

2020년 12월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촬영이 진행 중이다. 개봉은 2021년 중으로 예정됐으며, 애플 TV가 배급을 맡았다.

 

행크 로저스로 분장한 테런 에저턴 (출처: 테런 에저턴 인스타그램)

 

 

# 실사 영화화 시도?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실사 영화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16년 <테트리스>를 SF 스릴러 3부작으로 촬영하겠다는 소식이 나온 바 있다. <모탈컴뱃> 실사 영화를 제작한 래리 카자노프가 감독을, 싱가포르 영화 제작사 ‘세븐 스타웍스’가 프로덕션을 맡기로 했다.

 <테트리스>와 SF 스릴러 장르의 혼합은 많은 이들에게 기대보다 우려를 하게 했지만, 영화는 중국 영화사로부터 총 8,000만 달러(약 931억 원)를 투자받으며 확실한 지지를 받는 데 일단 성공한 모습이다. 

영화 <테트리스>는 미국과 중국이 합작, 2017년에 크랭크인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캐스팅 및 시나리오 등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 사실상 촬영 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