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1인 과외’로 끝난 김정호 대표의 국회 강연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정호 대표, 국회에서 키노트 진행

국순신(국서방) 2009-07-15 21:14:31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대한민국 게임산업 10, 그리고 앞으로 10이라는 제목의 초청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재도약할 수 있는 비전/과제를 제시하고, 연구인력 개발과 투자를 촉진하고 조세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NHN 김정호 한게임 대표는 키노트를 진행했고요.

 

김정호 대표(오른쪽 사진)는 키노트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규모 및 다른 국가와 비교한 국가 경쟁력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게임 10년 역사와 함께 앞으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키노트 도중 “아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게임을 연습했으며 <스타크래프트> 대전에서 5:1로 이길만큼 중학교 2학년 아들보다 더 잘한다”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김정호 대표의 키노트는 50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키노트라는 게 행사에 따라 다르지만 세미나의 오프닝일 경우 화두를 꺼내어 놓거나 행사를 축하하는 인사말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김정호 대표의 키노트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무려 60 페이지에 이르는 파워포인트 분량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내용도 온라인게임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쉬운 문장으로 게임산업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초보적인 내용이었죠. ‘한국 온라인게임 개론의 강의 수준이라고 할까요?

 

김정호 대표의 키노트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 드립니다”라는 문구로 마무리됐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정호 대표는 인상적인 맞춤 키노트로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 10, 그리고 앞으로 10이란 제목의 세미나와는 왠지 걸맞지 않는 느낌도 듭니다. 뭔가 어색합니다. 왜 김정호 대표는 뻔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애썼을까요?

 

이러한 의문은 행사의 주최측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나서 풀렸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곳은 ‘18대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로 이성헌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 연구회에 소속된 연구원은 무려 35명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10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할 예정이었고요. 초청 세미나에 국회의원 10명이 참석하는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지난 해 개원한 18대 국회. 게임을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요즈음 해당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은 미디어법 개정으로 바쁩니다. 그에 따라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게임산업에 대한 의원들의 이해도는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게임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넓은 취지로 초청 세미나가 열렸고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세미나 참석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이에 김정호 대표는 정성껏 키노트를 준비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대중문화&미디어 연구회 대표를 맡은 이상헌 의원만 참석했습니다. 다른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상헌 의원은 “15일 국회 본회의가 45일 만에 열렸다. 오전에 레바논 파병 논의를 마치고 국회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국회에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면서 양해를 부탁했습니다.

 

그 비상은 바로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기 때문이죠. 그 중심엔 미디어법개정이 있었습니다. 야당은 여당이 미디어법을 직권 상정할까봐 본회의장에 머무르고 있었고, 여당은 야당이 본회의장의 단상을 점거할까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미디어법’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약속했던 의원들은 모두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 대치는 이날 세미나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초 예정되어 있던 국회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습니다. 결국 김정호 대표는 국회의원 1명을 상대로 과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죠.

 

이날 자리를 마련한 이상헌 의원도 뒤통수가 뜨끔했나 봅니다. 그는 축사에서 여야 대치를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밝혔고, 마무리 인사에서는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했으면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라고 말하면서 아쉬워했습니다.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눈높이를 맞춘 김정호 대표의 열정적인 키노트는 놓치기 아까운 명강연이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