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RPG’의 힘은 대단했다. <드래곤퀘스트 9>이 불법복제 파일 사전유출과 일부 팬들의 혹평 속에서도 출하량 300만 장을 돌파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지난 14일 닌텐도DS용 RPG <드래곤퀘스트 9>의 출하량이 300만 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12일에는 엔터브레인에서 판매량이 234만 장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발표했다. 9편의 선전에 힘입어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총 판매량도 5,000만 장을 넘어섰다.
<드래곤퀘스트 9>의 300만 돌파는 잇단 악재를 이겨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발매를 앞둔 7월 초 일본의 한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드래곤퀘스트 9>의 롬파일이 유출됐다. 유출된 파일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드래곤퀘스트>의 팬들이 나서서 대책위원회까지 만들고 유저들의 불법파일 사용 자제를 권하는 캠페인도 벌였지만 이미 파일은 퍼진 후였다. <드래곤퀘스트 9>의 첫 번째 악재였다.
파일이 퍼진 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드래곤퀘스트 9>은 자신만의 캐릭터와 동료를 만드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과 무선 멀티플레이를 강조했다. 수많은 퀘스트를 곳곳에 배치하고 전쟁 등의 컨텐츠를 도입해 게임의 플레이 시간도 대폭 늘렸다. 온라인게임과 비슷한 새로운 시스템들을 채용한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퀘스트>의 팬들은 변화를 반기지 않았다. 무리하게 온라인게임 스타일의 시스템을 채용하고 볼륨을 늘리려고 기존 시리즈에 비해 스토리와 캐릭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9편을 <드래곤퀘스트 네트워크>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유저도 많았다.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 2ch의 한 유저는 <드래곤퀘스트 9> 안티 스레드를 개설했다. 스레드에는 ▲8편이 747개의 평가 중 315개의 만점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캐릭터성이 전혀 없다. 심지어 파티동료는 입도 뻥긋 안 한다 ▲이야기는 없고 단순한 심부름 퀘스트만 가득하다 ▲전쟁을 통해 무의미한 반복 레벨 업만 강조했다는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15일 현재 2ch의 <드래곤퀘스트 9> 안티 스레드는 100개를 넘어섰다. 스레드 당 1,000건의 의견을 달 수 있으니 10만 건 이상의 댓글이 달린 셈이다.
※스레드: 게시판에서 특정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글. 발제자가 스레드를 만들고 내용을 적으면 다른 유저들이 여기에 답글을 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도 비판이 계속됐다. 아마존에 올라온 <드래곤퀘스트 9>의 804개 평가 중 328개가 최하점인 1점짜리였다. 5점 만점을 준 유저는 94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만점을 택한 유저 중 일부는 ‘<드래곤퀘스트 9> 덕분에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끊을 수 있었다’ 같은 반어법(?)을 사용했다. 전작 <드래곤퀘스트 8>이 747개의 평가 중 315개의 만점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드래곤퀘스트 9>는 출시 나흘 만에 출하량 300만 장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리즈의 골수팬들은 ‘오래가지 못 할 것’이라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주장하고 있다.
휴대용 게임기라는 파격적인 플랫폼 선택과 게임성 변화를 꾀한 <드래곤퀘스트 9>은 앞으로도 꾸준한 컨텐츠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향후 전개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