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우레와 같은 관람객들의 함성.
24일 오후, 중국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부스가 모여 있는 차이나조이 2009 1홀 행사장. 더나인 부스와 마주하고 있는 넷이즈 무대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유저 이벤트가 진행됐다. 사회자는 행사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WoW>의 서비스 재개를 알렸고, 현장에 모인 관람객들은 커다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그 순간, 차이나조이 취재 통역을 도와 주던 중국 스탭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래요?”라는 물음에 통역 담당자는 “넷이즈 부스 관계자가 더나인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자극하고 있어요”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더나인 부스(왼쪽 주황색) 맞은편에 있는 넷이즈 부스의 <WoW> 무대 행사.
사회자는 더나인을 부스를 바라보면서 “더나인이 아닌 넷이즈!”를 외쳤다.
더나인이 4년 동안 서비스했던 <WoW>의 새로운 서비스사가 된 넷이즈는 대놓고 더나인을 자극했다. 관람객들에게 <WoW>의 부활을 알리면서 “더나인이 아니고 넷이즈!”라는 자극적인 선전문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맞은편에 있는 더나인 부스에서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차이나조이 2009 부스가 마주 보고 있는 더나인과 넷이즈의 갈등이 어느 정도 깊은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중국 <WoW>는 더나인과 블리자드의 계약이 끝나던 지난 6월 7일부터 서비스가 종료된 채 두 달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더나인은 유저 DB를 넘겨 주지 않았고, 블리자드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서비스 공백이 길어지면서 인력과 장비를 준비해 놓은 넷이즈의 손실도 커졌다. 넷이즈는 하루에 8억 원씩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나인과 넷이즈의 갈등은 차이나조이 개막 전날인 22일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서밋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양사의 총재는 단상에 올라 우회적으로 서로를 비난했다.
넷이즈의 딩 레이 총재는 “게임산업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악순환이 가중되고 있다. <WoW>의 오픈 서비스 지연도 일종의 공격”이라며 우회적으로 더나인을 비난했다.
이후 단상에 오른 더나인의 천 샤오웨이 총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넷이즈와 블리자드가 세운 합작법인 ‘스톰넷’의 불법성을 정부가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옛날에는 친구였는데,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라며 울분을 드러냈다.
중국의 <WoW>는 오는 7월30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비스 점검 차원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더나인에서 <WoW>를 즐기던 유저들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배틀넷의 계정을 만들어서 <WoW> 계정에 합치는 ‘계정통합’을 해야 한다. 결국 블리자드와 새로운 파트너 넷이즈가 원하는 모양새로 진행되는 셈이다.
하지만 <WoW>가 멈춰 있던 두 달 동안,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업체 두 곳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깊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