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프로그램 사용, 타 플레이어를 향한 폭언 등 게임 내 부정행위를 저지른 플레이어가 게임이용을 정지당하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EA가 ‘게임 밖’ 행동을 이유로 유저에 제재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EA는 전직 축구선수 ‘이안 라이트(Ian Wright)’에게 인종차별 메시지를 보낸 <피파> 유저에 ‘영구 밴’ 조처를 내렸다. 라이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 아스널에서 활약했던 전 축구선수이자 현 BBC 스포츠 해설위원이다.
아일랜드인 <피파> 유저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2020년 5월 <피파>의 ‘얼티메이트 팀’ 모드에서 자신의 팀 엔트리에 라이트를 포함해 플레이했고, 경기에서 패배했다.
분노한 오브라이언은 흑인인 라이트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20여 개의 강한 인종차별 발언을 보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형사 고발됐으며,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오브라이언 측 변호사는 그가 “흥분하여 우발적으로”(rush of blood to the head) 범죄를 저질렀다고 변론하고, 과거에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영국 법원은 피고의 유죄를 인정하되, 범죄 기록을 남기지 않기로(guilty without criminal conviction) 결정했다. 즉, 일종의 기소유예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자신의 행위를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으며 인종차별 반대 재단에 500유로(약 57만 원)를 기부했다는 점, 그가 라이트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고, 라이트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
그러나 2월 21일 라이트는 트위터를 통해 판결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개인적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인종차별이라는 행위에 반드시 대가(consequence)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라이트는 “내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은 고통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지극히 개인적 이유와 필요 때문이었다. 피고는 내 피부색을 이유로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했다. 판사가 말하는 피고의 ‘무지함’(naivety)과 ‘미성숙함’(maturity)은 이런 행위의 변명이 될 수 없다. 인종차별 공격을 하는 자들이 ‘무지’하고 ‘미성숙’하다고 한들, 우리 피해자들의 고통이 덜어지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한편 EA는 보다 확실한 ‘조치’를 취했다. EA는 오브라이언의 계정을 삭제하고 향후 <피파> 게임 이용을 영구적으로 금지했다.
데이비드 잭슨 EA 스포츠 피파 브랜드 부사장은 “라이트는 EA 스포츠 가족의 일원이다. 우리는 그와의 파트너십을 중대하게 생각하며, 지지를 표명하고 싶다. 오브라이언과 같은 행동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인종차별은 멈춰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라이트는 한 팟캐스트에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EA 스포츠가 내 편에 서줬다. EA는 이번 사건 이후로 관련 정책을 전부 바꿨다고 한다. EA 같은 (규모가 큰) 회사가 정책을 바꾸려면 엄청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는 나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EA 직원, 플레이어, 운동선수, EA 파트너 등 모두를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EA의 대처가)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산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인종차별에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기쁜 심정을 전했다.
EA는 계정 생성 및 서비스 이용 약관에서 ‘법, 규칙, 또는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플레이어가 경고 후에도 행동을 개선하지 않으면, EA는 특정 혹은 전체 서비스·콘텐츠·권리에 대한 접근 권한을 철회하거나, 계정 해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중대한 위반 행위인 경우 사전 경고 없이도 이러한 조처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