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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끔찍한 그래픽카드 가격, 언제쯤 내려갈까?

2021년은 쉽지 않다.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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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4-20 19:10:55

2014년 4월, 그래픽카드 가격은 여전히 하늘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  ‘RTX 3080’의 현재 시세는 약 200만 원 이상이다. 게임기로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심심하면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개인 거래 가격은 매번 정가 이상으로 올랐다가 물량이 풀리면 내려가곤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이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내려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심지어 완제품 대기업 PC를 구입해 그래픽카드만 다시 판매하는 게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이제는 개인도 채굴하는 시대

 

입 아픈 이야기지만,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가상화폐 채굴이다. 그래픽카드 생산 물량 대부분이 비트코인 등의 채굴업자들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스닥 상장 기업 ‘라이엇 블록체인’이 있다. 2020년 12월, 라이엇 블록체인이  채굴기를 ‘1만 5,000대’ 매입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가 폭등했다. 라이엇 블록체인은 2021년 4월에도 채굴기 ‘4만 2,0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멀리 갈 것 없이, 채굴기만 대량 구매해도 막대한 이익이 생긴다.

 

시쳇말로, 채굴기만 사도 돈이 '복사'된다

그나마 기업 수준으로 이슈가 끝나면 다행이지만, 이제는 개인도 코인 채굴에 뛰어든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보면 3000번대 그래픽 카드를 통한 소규모 채굴로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글이 종종 보인다. 3000번대 그래픽카드의 채굴 성능이 뛰어나, 서너 개 정도로도 전기세를 내고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엔비디아도 손을 놓진 않았다. 그래픽 카드 암호화 해시(해독) 속도를 제한하고, 암호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 'CMP 시리즈'를 출시했다. 4월에는 중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채굴 성능 제한은 유저에게 뚫렸고, 3000번대 그래픽 카드의 채굴 효율 덕분에 여전히 채굴업자는 3000번대 그래픽카드를 선호한다. 

 

엔비디아 부사장 콜레트 크리스도 "올해 수요가 대부분의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 CMP. 현재 중동 쇼핑몰에서 판매 중이다. 4월에는 중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 게임기도 쉽진 않다

 

게임기로 시선을 돌려봐도 쉽지 않다. 수요가 공급을 아득히 초과한다.

 

시장 분석 업체 NPC는 PS5가 5개월 동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팔린 콘솔이라고 분석했다. 기록적인 판매량을 달성한 것이다. 다만, 원래라면 판매량만큼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공급할 방법이 없다. ‘짐 라이언’ 소니 CEO도 “올해 하반기는 돼야 적절한 양의 PS5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Xbox도 상황이 같다. 필 스펜서 MS 총괄부사장은 Xbox 팟캐스트에 출현해 “Xbox 시리즈 X는 몇 개월 동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미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Xbox 시리즈 X 물량부족 언제까지?… MS 공식 답변 나왔다

 

PS5와 Xbox 시리즈 X는 모두 AMD GPU 프로세서를 공급받는다. 그렇다고 AMD가 공급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AMD가 TSMC에 위탁 생산한 7mm 칩 물량 중 80%(약 12만 장)은 PS5와 Xbox 시리즈 X에 들어갔다. 나머지 20%은 AMD 그래픽카드 제품군에 사용되었는데, 공급 부족으로 판매 가격이 올랐다. 

 

AMD는 2020년 4분기 생산한 GPU 칩 물량 대부분을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에 제공했다 (출처 : AMD)

 

닌텐도도 상황이 나쁘다. 업계에 따르면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CEO는 “2021년 말 스위치 생산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닌텐도 스위치’ 품귀 현상이 지속되리라는 예측이다.

 

 

# 2021년은 게이머 최악의 한 해가 될 수도

 

결국 반도체의 공급 확대가 해결책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는 미국에 360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를 투자해 6개의 생산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정부도 나섰다. 2021년 3월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및 배터리 등에 대한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련 기사 : 반도체 수급에 골머리 앓는 PS5와 GPU··· 바이든 대통령이 나섰다

 

다만,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는 최소 2년이 걸린다. 소비자 체감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생산 시설을 확장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이슈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 과다’인지 걱정하고 있다. 생산 시설을 확충했다가, 코로나19 이슈가 끝나 수요가 떨어진다면 막심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도 문제다. TSMC 회장 마크 리우는 대만반도체산업회 행사에서 “반도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기업들이 공급 부족을 우려해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

 

설상가상으로 악재까지 발생했다. 대만에 위치한 TSMC는 56년 만에 발생한 가뭄으로 공업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생산엔 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월 19일에는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했다. 반도체 공장이 잠시라도 가동을 멈추면 웨이퍼(반도체 원판) 대부분은 폐기된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도 지난 2월 한파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었다 6주만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같은 지역의 인피니언, NXP 등의 반도체 공장도 같은 이유로 반도체 생산을 멈춘바 있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의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발생하는 반도체 사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이 2022년은 되어야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1년은 게이머에게 최악의 한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