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윤여정 배우가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를 쓴 가운데, 또 한 가지 놀랄만한 수상 소식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EA 산하 스튜디오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이하 리스폰)와 오큘러스 스튜디오가 함께 제작하고 영국 가디언지가 배급한 참전용사 다큐멘터리 <콜레트>가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게임사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르고 실제 수상한 것은 사상 최초다.
<콜레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점령되자 어린 나이로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90세 여성 콜레트 마린-카트린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마린-카트린은 전쟁 트라우마로 인해 74년간 단 한 번도 독일을 방문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젊은 역사학도 루시 푸블의 설득과 도움으로 자신의 오랜 상처를 마주해 극복하기로 마음먹고 독일행에 나선다.
다큐멘터리에서 마린-카트린은 오빠 장피에르가 갇혔던 독일 미텔바우-도라 수용소를 방문한다. 독일 중부 튀링겐주 노르트하우젠에 위치한 수용소다. 이 곳 수감자들은 독일 점령 하의 동부 유럽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종전이 가까워지던 1945년 4월 11일 미군에 의해 해방됐지만, 장피에르는 그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콜레트>는 리스폰의 VR FPS <어보브 앤 비욘드>의 인게임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중 한 편이기도 하다. <어보브 앤 비욘드>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시리즈 초기 작품을 만든 빈스 젬펠라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편 디렉터 피터 허쉬만에 개발을 맡기면서 기존 팬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리스폰은 게임에 2차대전 참전용사 및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실제 인물들을 직접 찾아 인터뷰하는 등 취재를 철저히 했다. 젬펠라 대표는 “인터뷰 내용에 기초해 게임 스테이지를 디자인했다. 단순한 게임 이상의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인터뷰 영상은 개별적인 단편 다큐멘터리로 제작, 게임에 삽입됐다. 각 스테이지를 완수하면 한 편씩 언락해 시청할 수 있다. 제작진은 이 중에서도 <콜레트>의 영화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 12월 10일 게임 출시 전에 미리 세상에 공개했다. 오스카 수상에 앞서 2020년 미국 ‘빅 스카이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비롯해 몇 개 영화제에 출품해 수상했다.
<콜레트>의 오스카 수상은 리스폰이 <어보브 앤 비욘드> 제작에 진심으로 임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디렉터 허쉬만은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게임의 인터랙티브적 특성과 영화적 특성을 모두 사용해 역사를 부분적으로나마 재현한다는 뜻이다. (2차대전 참가자들은) 극단적인 환경을 돌파해야 했던 실제 사람들이다. 그 이야기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막상 본 게임에 대한 이용자 평가는 엇갈린 상태다. 현재 스팀에서 <어보브 앤 비욘드>는 ‘복합적’(긍정 62%) 반응을 얻고 있다. 유저들이 공통으로 뽑는 최대 단점은 VR인데도 몰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스토리는 무난하지만, 게임플레이가 컷씬 등으로 너무 자주 끊어져 현장감을 느끼기 힘들다는 평가다.
<콜레트>는 가디언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