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건 5월 6일이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오늘(10일) 기준, 약 나흘의 시간이 흐른 셈이죠. 테스트 버전의 핵심이 게임 후반부에 등장하는 '용병단과 그림자단의 RVR 콘텐츠'임을 감안하면 다소 짧은 시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기자는 아직 RVR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50레벨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나흘간의 플레이를 통해 신규 직업 '성전사'와 <디아블로 이모탈>의 기본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요. 과연 <디아블로 이모탈>은 '님폰없'의 악몽을 걷어내고 유저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최소한 블리즈컨2018의 악몽은 걷어낼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기사는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기준으로 하며, 플레이타임은 약 10시간입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전사는 '탱킹'을 기반으로 광역 스킬을 통해 상대를 분산시키고, 아군을 지키는 중거리 클래스입니다. 큰 그림에서는 <디아블로 3> 확장팩에 등장한 성전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죠.
기자가 택한 성전사의 컨셉은 '광역 공격'이었습니다. 다수의 적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 만큼, 공격 범위가 넓은 스킬이 더 좋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캐릭터 주변에 공격용 방패를 생성하는 '회전 방패'(Spinning Shield)와 특정 위치에 다수의 검을 떨어뜨리는 '추락하는 검'(Falling Sword) 등은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플레이를 쾌적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궁극기 '카운터어택 스톰'(Counterattack Storm) 역시 솔로 플레이에 윤활유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카운터어택 스톰은 대미지와 사정거리가 증가하는 일종의 '강화' 스킬인데요, 일정 기본 공격마다 넉백이 추가됨은 물론 실드까지 생기므로 수월한 사냥이 가능했습니다. 이처럼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전사는 흔히 생각하는 탱커에 비해 훨씬 강력한 대미지를 뿜어냅니다. 솔로 사냥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입니다.
반면, 파티 플레이에 최적화된 스킬도 다수 존재합니다. 스윕 어택(Sweep Attack)은 편곤을 휘둘러 상대를 밀어내고, 눈부신 방패(Shield Glare)는 전방에 있는 적들에게 실명 효과를 부여합니다. 또한, '능지처참'(Draw and Quarter)은 말을 타고 달리며 부딪힌 적을 한 데 몰아넣을 수 있죠. 모두 다른 아군에 쏠린 어그로를 분산시킬 수 있는 스킬들입니다.
이 스킬들은 솔로 사냥에서도 쏠쏠하지만, 파티 플레이에서 확실한 진가를 드러냅니다.
이를테면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인 아군 '악마사냥꾼'을 지키기 위해 능지처참으로 시선을 끌 수도 있고, 눈부신 방패로 적의 공격을 잠시 막는 것도 가능하죠. 또한, '홀리 배너'(Holy Banner)를 통해 아군의 치명타 확률을 올리는 성소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스킬의 역할군이 어느 정도는 구분된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전사는 '만능 클래스'에 가깝습니다.
탱킹은 물론 광역 공격도 가능하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수비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말을 타고 달리는 능지처참을 타 게임의 '탈 것' 개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신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만능 재주꾼을 원한다면, '성전사'를 주시해도 좋을 듯하네요.
'성전사'를 살펴봤으니 40레벨까지 플레이한 <디아블로 이모탈>에 관한 생각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디아블로 이모탈>은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퀘스트가 펼쳐지고, 다양한 캐릭터와 적을 만나 전투를 펼치는 게임입니다. 그간 우리가 플레이했던 <디아블로>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죠.
한 가지 다른 점은 지역별로 '추천 레벨'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해당 레벨을 달성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그 지역에 진입할 수는 있지만, 시스템이 제시하는 레벨을 맞추지 못하면 굉장히 빡빡한 전투가 이어지죠. 만약 유저가 이러한 플레이를 이어갈 경우, 시스템 역시 '지나치게 강한 몬스터와 상대 중'이라는 경고 문구를 표시해 유저의 성장을 유도합니다.
다만, 성장 과정이 결코 지겹거나 부담스러웠던 건 아닙니다. 수많은 퀘스트가 기자를 반겨줬으니까요.
물론 대부분은 '적을 잡아라'나 'NPC를 지켜라' 등 전투에 초점을 맞춘 형태였지만, <디아블로>의 재미가 다수의 적을 쓸어 담는 것임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기자 역시 플레이 내내 서브 퀘스트와 던전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전투를 마주했는데요, 지겹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전투가 주는 재미가 확실했기에 가능한 구성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주구장창 전투만으로 게임을 구성한 건 아닙니다. 적이 거미줄에 쌓여 끌려가거나, 특정 캐릭터가 악몽에 시달리는 장면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빛으로 특정 부위를 비춰라'나 '모든 횃불에 불을 붙여라' 등 곳곳에 존재하는 소소한 퍼즐 역시 플레이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보스와의 전투에서 '부위파괴'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게임 초반 등장하는 '거미 보스'는 자신의 다리로 상대를 밀쳐내지만, 전투 중 다리를 자르면 해당 스킬을 전혀 사용하지 못합니다. 어떤 부위를 파괴하냐에 따라 전투 구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단순히 보스의 공격을 피하는 걸 넘어, 전략적 공략이 필요하게끔 설계해둔 겁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그간 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건을 쓴 악마사냥꾼 '빌라'의 뒷이야기나 <디아블로 3>에 등장한 졸툰 쿨레가 꾸린 도서관을 돌아다니는 퀘스트 등은 시리즈 팬들에겐 무척 반가운 요소니까요. 특히 발라의 이야기를 다룬 퀘스트는 <디아블로 이모탈> 유저 대부분이 호평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아직 게임 후반부 콘텐츠인 '진영전'을 맛보지 못한 만큼, 현시점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을 어떤 게임이라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40레벨까지 게임을 플레이하긴 했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게 훨씬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디아블로 이모탈>은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플레이하지 않음에도 초중반 콘텐츠는 충분히 인상적이고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 역시 2018블리즈컨의 '님폰없'을 보고 분노를 표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만큼,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기대치 역시 제로에 가까웠죠. 하지만 이번 클로즈 알파 테스트는 그러한 분노를 상당 부분 걷어낼 만큼 꽤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하루빨리 많은 유저가 <디아블로 이모탈>을 플레이하고, 이에 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디아블로 이모탈> 한국 클로즈 알파테스트는 오는 20일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