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유럽 최대의 게임쇼 게임스컴이 시작됐습니다. 독일 퀼른에서 개최되지만 교통이 편하고 유럽연합(EU) 국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기에 현지에서는 독일 게임쇼가 아닌 유럽 게임쇼로 통하죠.
게임스컴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참 많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이야기 한다면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게임쇼에서 게임을 즐기러 오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올해 지스타도 게임스컴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즐길 줄 아는 유럽 게이머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트린 게임스컴의 생생한 현장을 사진으로 구성해 봤습니다. /퀼른(독일)=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게임스컴이 개최되는 장소는 쾰른 메세입니다. 라이프치히 메세와 달리 시내 중심부에 있어서 관람객의 이동이 편합니다. 트램에서 내려서 걸어도 3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지리적 장점이 높죠.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코엑스 같은 위치에 있는 전시장입니다.
여기가 쾰른 메세. 사진에는 전부 안 나오지만 동쪽 입구입니다. 전체 크기는 코엑스의 3배가 넘습니다.
독일은 전시박람회의 나라입니다. 가구 전시회부터 시작해 제조업과 관련된 모든 전시회가 개최되고 이를 통해 도시의 재정을 확보합니다. 전시회에 쏟는 시 정부의 노력과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쾰른에 와서 게임스컴의 개최를 알리는 광고가 도시 전체에 설치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임스컴을 알리는 광고물. 깃발, 현수막 등의 홍보물이 도시 전체에 널렸습니다.
첫째 날인 19일은 비즈니스 데이로 일반 관람객은 들어올 수 없었죠. 그러나 일반 관람이 가능해진 20일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20일 하루 몰린 인파는 4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전시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전시장 한복판을 관통하는 메인 통로. 여기를 중심으로 킨텍스(KINTEX) 만한 전시장이 5개가 존재합니다. 모두 게임스컴에 활용되었죠.
부스가 있는 홀에 들어서면서 먼저 엄청난 인파에 놀랍니다. 20일에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부스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3> 체험관과 EA의 <스타워즈: 구공화국> 시어터였습니다.
<디아블로 3> 체험을 기다리는 사람들. 부스 주위를 에워싸고 하염 없이 기다립니다.
<디아블로 3> 대기줄의 끝에 이런 푯말이 서 있더군요. 해석하자면 [앞으로 4 시간은 대기해!]입니다.
바이오웨어의 MMORPG <스타워즈: 구공화국> 시어터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유저들. 체험도 아닌 시연 영상을 보려면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게임스컴 전체를 놓고 본다면 가장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것은 노래와 춤을 소재로한 게임들입니다. <싱스타> <DJ HERO> <기타히어로> <레고 기타히어로> 등 직접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는 체감형 음악 게임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립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유럽 문화의 특성상 부스 메인 스테이지를 체험 공간으로 꾸며 놓으면 유저들이 스스럼없이 올라와서 직접 다른 유저들과 호응하며 즐깁니다.
유럽 최고의 노래방 게임 시리즈 <싱스타>를 열창하는 유럽 유저들.
메인 무대를 체험공간으로 꾸미면 일반 유저들이 직접 즐기러 올라갑니다.
무대 아래의 유저들도 스테이지에 오른 유저들의 즉석 공연을 즐깁니다.
일면식 없이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는 일반 유저들입니다. 그만큼 대중적인 게임이라는 반증이겠죠?
음악과 리듬 외에 직접 몸을 이용하는 체감형 게임에 쏠리는 관심도 상당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토니호크 라이드>는 알다시피 스케이드 보드 게임이죠. 컨트롤러가 스케이드 보드 그 자체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즐기더군요.
닌텐도 Wii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거운 놀이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발로 즐기는 게임 <토니호크 라이드>
이렇게 온몸으로 즐기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지난 해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누워서 게임을 하도록 부스를 꾸며 놓은 곳도 꽤 많았습니다. 물론 이런 게임들은 과격한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캐주얼 게임들이 대부분이죠.
나중에 깨스통에게 이 사람들처럼 누워서 게임하면 좋나요? 라는 실험실 미션을 주면 어떨까요? 물론 <록밴드> 드럼을 누워서 치면? 하는 식으로….
그러고 보니 게임스컴에서 찾아보기 힘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부스 모델과 이를 찍으러 다니는 예비(?) 사진사들입니다. 각 부스에는 모델이 아닌, 말 그대로 도우미는 넘칠 정도로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포즈만 취하는 것이 아닌, 처음 접하는 게임을 알려 주거나 혼자 하면 재미없는 Wii용 게임 등을 같이 해 주더군요.
물론 부스 모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본 부스모델은 3명 정도에 불과하긴 했지만 있긴 있더군요. 희귀한 에픽(!) 모델인 만큼 원사운드의 말을 빌리면 다들 뿌앙뿌앙~ 입니다.
유럽에서 최고의 매력 캐릭터로 손꼽히는 라라 크로프트.
<크레이지 카트>에 등장하는 레드캣 우먼이라고 합니다.
<아이온> 마족입니다. 단순 모델이 아닌 마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코스프레 모델로 등장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게임스컴이 콘솔 게임 위주의 전시회인 것은 맞지만 온라인게임에 대한 호응도 놀라울 정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인터뷰 때 들었던 말들이 단순 홍보성 멘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20일 게임스컴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월드 프리뷰가 진행된 <길드워 2>는 프로모션 영상이 끝난 직후 기립박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아이온>을 즐기는 유럽 유저들.
<아이온> 개발팀 지용찬 팀장과 유저와의 대화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길드워 2> 발표 직후 엔씨 부스에서 열광하는 유저를 보면서 <길드워>의 위상을 새삼 느꼈습니다. <길드워>는 유럽에서 크게 성공했죠.
[보너스~]
<갓 오브 워 3>에는 아주 잔인한 장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온가족이 함꼐하는 게임스컴 관람객을 위해 체험존을 밀봉해 버렸습니다. -0-
스퀘어에닉스의 MMORPG <파이널 판타지 14> 체험존입니다. 아직 미완성인지 시연대 PC가 자주 먹통이 되더군요.
<스타워즈: 구공화국> 부스에 등장한 R2D2. 실제로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