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기간 동안 외부 교육으로 필요한 부분을 배우고 와라" – 사측
"왜 임금을 줄이면서 외부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 R팀 대기자 측
"고용 안정성 보장이 없다” VS “직원 역량 향상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
넥슨이 신규개발본부를 중심으로 스튜디오 체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전환배치를 기다리던 10여 명의 직원에게 3개월간 부분 휴업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식은 넥슨 내부 공지 이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전해졌다.
당사자들은 사실상 퇴사 압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넥슨은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대조되는 양측의 주장을 고루 들어봤다.
한편,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6월 1일부터 1인 시위를 전개 중이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 김재석 기자
6월 1일 판교 넥슨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스타팅포인트
# 10여 명의 직원들은 어쩌다 '휴업'이 되었나?
현재 넥슨 내 전환배치 조직 'R팀'에는 약 30여 명 규모의 전환배치 대기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그 가운데 10여 명 규모의 직원에게 휴업에 따라 기존 임금의 75%를 지급하고, 3개월간 외부 교육기간을 가질 것을 지시했다. 3개월 중 넥슨은 매월 200만 원의 실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휴업조치는 근로기준법 46조 '휴업수당'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 대부분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업무가 없는 대기 상태로 있었다. 넥슨은 장기 대기자들이 사실상 휴업기간에 있다고 판단했다. 10여 명의 대상자는 대부분 아트 직군에 소속됐으며, 기획 직군도 일부 포함됐다. 이들은 스튜디오 개편 당시 발생했던 약 500여 명 중 마지막까지 팀을 찾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취재에 따르면, 이들 대기자들은 대기기간 동안 거의 모든 스튜디오와 팀에 전배 의사를 밝혔으나 여러 사정에 의해 팀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팀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팀과 맞지 않는다고 거절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거의 모든 팀에 전환배치를 못 한 상황에서 이들의 대기 기간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넥슨은 "장기 대기자들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추가 교육을 위해 휴업 조치했으며 이에 따른 교육비를 지급한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회사 밖에서 알아서 배워오라?... 사실상 자진 퇴사 압박"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휴업을 통보 받은 당사자 중 한 명은 "기존에 그리던 그림의 톤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회사에서 원하는 기술이나 수준을 알려주거나 교육 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바깥(사외)의 학원에서 알아서 배워오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자진 퇴사를 압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대기 직원에게) 일을 제대로 맡기던, 사내 절차를 제대로 갖춘 뒤에 평가하는 게 옳다"라며 "사측의 이번 결정은 고용 안정성 훼손이라고 본다. 외부 교육 3개월 이후 대상자가 고용을 보장받을지 확실치도 않다"는 입장이다.
요약하자면 사측의 이번 결정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며, 업무를 지시받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가해 처우를 결정한 부분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보다 명확한 시스템과 평가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넥슨 "휴업 목적은 업무역량 향상"
본지 취재에 넥슨은 "이번 휴업 조치는 집중 업무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1년 이상 전환배치 기간이 경과한 직원 중 직군 역량평가 및 현업배치 평가 결과를 종합하여 대상자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대기발령에 앞서 1년 이상 전환배치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으나,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에는 거의 대부분 지원한 상황임을 감안해 해당 직원들이 집중적인 역량향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3개월의 대기발령 기간 동안 200만원의 외부교육 수강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징계가 아닌 단순한 인사명령일 뿐이며, 대기자에게 역량 향상을 위한 기회 제공의 차원이라는 입장이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 휴업 조치 당사자들은 대기발령에 이은 휴업 및 외부교육 통보가 면직을 위한 단계로 본다.
실제로 현재 R팀에는 500여 명에서 10여 명이 남은 상태다. 특히 개발 직군인 프로그래머는 대부분 전환배치가 끝났다. 대기발령의 경우 특별한 기간 제한이 없는 상태로 여전히 팀을 찾지 못하면, 계속 업무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금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노조와 사측의 입장은 명백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휴업수당이라는 명분으로 임금의 25%를 감소했고, 이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문제시하며 사실상 감봉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넥슨은 사실상 업무가 없는 상태에서 휴업수당 비율을 통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으며, 3개월 교육 기간 동안 200만 원을 교육비로 지급하며 이후 급여는 100%를 지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