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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유럽 공략에 나선 차세대 MMO ‘각축전’

독일 게임스컴에 출전한 신작 MMO 반응 정리

정우철(음마교주) 2009-08-25 15:52:01

지난 23일 끝난 독일 게임스컴에서 굵직한 온라인게임들이 경합을 벌이며 눈길을 끌었다.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개발사와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은 게임들이 많았다.

 

엔씨소프트는 9 25일 유럽 론칭을 앞둔 <아이온>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몄고,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길드워>의 후속작 <길드워2>를 최초로 발표했다. 지난 해 북미와 유럽에서 포스트 WoW를 꿈꿨던 <에이지 오브 코난>도 확장팩 <신을 죽이는 자의 등장>을 발표하면서 부활을 노렸다.

 

특히 스퀘어에닉스는 신작 MMORPG <파이널 판타지 14>의 체험판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유럽 시장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EA가 퍼블리싱을 맡고 리얼타임월드에서 개발 중인 <APB>는 유럽 매체들이 모이는 게임스컴에서 비공개 시연회를 개최했고, 바이오웨어도 SF MMORPG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첫 시연플레이를 선보였다.

 

 

 

■ 게임스컴에서 떠오른 4개의 별

 

유럽 온라인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WoW>를 포함해 게임스컴에서 발표된 게임 4개가 비슷한 점유율을 가지면서 경쟁하는 구도가 유럽 시장에 가장 적합한 모양새라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조화를 상징하는 펜타그라마(오망성)를 형성하는 것이 유럽을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때 <에이지 오브 코난>의 확장팩과 <길드워2>는 이미 원작이 유럽에서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게임을 제외하면 <아이온> <APB> <파이널 판타지 14> <스타워즈: 구공화국> 4개의 게임이 남는다.

 

그러나 게임스컴 현장 반응을 볼 때 이미 팬타그라마의 형성은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인다.

 

게임스컴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들, 유럽 기자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가능성을 보이는 게임은 3개 뿐이다. <파이널 판타지 14>는 유럽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이미 나와버렸다. 미완성 체험판의 공개는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 유럽에서 환영 받지 못 한 <파이널 판타지 14>

 

<파이널 판타지 13>은 북미·유럽 시장을 먼저 염두에 둘 만큼 <파이널판타지>라는 브랜드 위상은 대단하다. 하지만 콘솔 게임이 아닌, 온라인게임 <파이널 판타지 14>는 오히려 브랜드 파워를 믿다가 외면 받은 격이 되었다.

 

예상을 깨고 체험버전을 선보였지만 부족한 컨텐츠와 수많은 버그로 좋지 않은 첫인상을 남기며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수모를 겪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

 

게임스컴 기간 동안 한산했던 <파이널 판타지 14> 체험 부스.

 

유럽의 한 매체 기자는 “E3에서 발표할 때까지 만해도 <파이널판타지> 브랜드를 가진번째 온라인게임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게임스컴에서 체험해 보니 놀라운 것은 뛰어난 그래픽 뿐이었고, 온라인게임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미완성 온라인게임은 유럽시장에서 유저들에게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유럽 온라인게임 시장을 지배한 <WoW>의 영향으로 게임성의 판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이널 판타지 14>는 성급하게 체험판을 선보여 첫인상을 망친 셈이다. 결국 브랜드 위상이라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만난 유럽 게임업체 관계자들에게 <파이널 판타지 14>의 시연대가 썰렁한 이유를 물어 봤다.

 

돌아온 대답 중 인상적인 한 마디. 유럽은 일본이 아니다라는 말은 국내 업체들도 유럽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새겨서 들어야 할 부분이다.

 

프로모션 영상은 멋졌지만 실제 게임은 볼 것이 없었던 <파이널 판타지 14>.

 

 

■ 인지도 쌓기에 나선 <APB> <스타워즈: 구공화국>

 

리얼타임월드의 <APB> 바이오웨어의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경우 부스에 체험판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기자를 대상으로 세션을 진행하거나 준비된 시연영상을 통해 인지도 쌓기에 나섰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은 스타워즈가 갖는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기 위해 체험판 대신 실제 플레이 영상을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준비되지 않은 컨텐츠로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줄 바에는 오히려 기대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게임스컴 EA 부스에는 <스타워즈: 구공화국> 공간이 존재했지만 안에는 홈페이지에 연결해 정보를 알려 주는 노트북 몇 대만 배치되어 있었다. 그 대신 개발자의 시연을 볼 수 있는 시어터에서 실체를 공개했고,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관람객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부스는 한산했지만,

 

 

부스 밖은 시어터 입장을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입소문이 행사장에 돌기 시작하면서 <스타워즈: 구공화국> 시어터는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체험 위주의 게임스컴에서 시연영상 하나만으로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리얼타임월드의 <APB>도 <스타워즈: 구공화국>과 마찬가지로 비공개 부스에서 전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APB>는 개발자가 직접 시연이 가능한 버전을 선보였다는 것.

 

일반 관람객도 제한적으로 볼 수 있었던 <APB>.

 

<APB>는 예전부터 ‘GTA 온라인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B2C 홀에서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시연을 했다. <APB>의 실제 플레이 느낌은 GTA 온라인이라는 어울릴 정도로 상상한 그대로의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다.

 

실제 유저들이 플레이했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GTA> 시리즈의 느낌을 재현한 <APB>를 선보이면서 역시 인지도 쌓기에 나선 모습이었다.

 

GTA 느낌을 유저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APB>.

 

 

■ 착실하게 쌓아 올린 <아이온>의 브랜드 이미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부터 착실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길드워>로 엔씨소프트라는 브랜드를 알렸고, 그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아이온>이라는 인식이 유럽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진 셈이다.

 

또한, 커뮤니티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주효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고, 최신 1.5 패치로 론칭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길드워2>의 발표를 <아이온> 부스에서 진행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도 얻었다.

 

<길드워2> 발표회 때 아이온 부스에 몰린 관람객들. 부스 밖까지 넘쳐났다. 

 

결과적으로 <아이온>은 게임스컴에 출전한 온라인게임 중 거의 유일하게 완성된 컨텐츠를 유저들에게 선보였고, 그만큼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

 

현장 취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전달하자면 국내에서 <아이온>이 첫선을 보였던 당시와 비교했을 때 유럽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렇듯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온라인게임을 비교해보면 <아이온>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 발 이상 앞서 나가고 있다한달 뒤 론칭을 앞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아이온> 부스 이벤트 모습. <아이온>은 게임스컴 베스트 온라인게임 상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