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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우월했던 게임스컴의 조직·업체·관객 마인드

음마교주의 독일 게임스컴 취재 후기

정우철(음마교주) 2009-08-25 10:13:37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독일 쾰른에서 유럽 최대의 게임쇼 게임스컴’이 열렸습니다. 현장을 방문해 취재하고 난 뒤 게임기자로서 새로운 세 가지의 경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말이나 자료만으로 접했던 유럽의 게임시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해외 개발자와 기대작의 최신 빌드를 직접 체험해 보고 개발자와 만나 취재할 기회를 가진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스컴을 취재하면서 다른 게임쇼와는 다른 그들만의 놀이문화와 게임쇼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① 무서울 정도로 우월한 전시 인프라

 

땅이 넓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전시회로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정책 때문일까요? 게임스컴이 개최된 쾰른 메세는 지금까지 다녀 본 게임쇼 중에서 가장 큰 전시장이었습니다.

 

올해 게임스컴은 모두 9개의 홀로 구성된 퀼른 메세에서 6개의 홀을 사용했습니다. 4번 홀에서 9번 홀까지 이동하는 데 10분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넓습니다. 단순히 넓은 것이 부러운 게 아닙니다. 넓기 때문에 가능했던 쾌적한 관람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B2C관 2개 만큼의 크기로 B2B관이 독립 구성되었습니다.

 

세계 10대 전시장 중에 하나인 퀼른 메세는 우월한 접근성과 인프라를 자랑합니다.

 

홀 하나의 크기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장 넓다는 태평양 관의 2. 이 홀 하나에 10~20여 개의 업체 부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스 하나하나의 크기가 엄청났고 부스와 부스 사이의 간격도 넓었죠.

 

덕분에 5일 동안 24만5천 명의 관람객이 몰렸지만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고 혼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공간이 넓기 때문에 체험게임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엄청나게 왔지만, 혼잡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보통 게임쇼에서도 지적되는 소음과 혼잡, 불편은 게임스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죠. 특히 4~5번홀은 모두 B2B관으로 구성되어 비즈니스 업무와 일반 관람이라는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었습니다.

 

보통 B2B관은 게임의 계약이나 상담을 위해서 마련하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게임스컴에서는 취재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죠. 흔히 말하는 비공개 게임 세션,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BCD)가 B2B관에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스컴은 기자 한 명이 현장에서 모두 커버할 수 없습니다.

 

게임 하나를 체험하기 위해서 2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하는데요, 부스 4개 정도만 취재한다고 해도 하루가 금방 갑니다.

 

넓은 만큼 관리도 철저합니다. 홀 전체를 보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기자들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줄 안서고 입장하기는 게임스컴에서는 행사장 입구에서만 통하더군요. B2C 부스는 철저하게 유저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B2B관은 일반 유저는 출입이 불가합니다. B2C관에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게임들도 취재할 수 있죠.

 

피터 몰리뉴가 <페이블3>를 발표하던 그날, TIG도 같은 장소에 있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스케줄을 예약해야 합니다. 취재하고 싶은 대상과 시간을 미리 알려주면 최대한의 편의를 보장해줍니다. 유저도 배려하고 미디어도 배려하는 게임쇼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게임스컴에서는 이를 거의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은 유럽에 진출한 업체 상당수가 쾰른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게임쇼 자체가 커질 수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는 물론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거대 메이저 업체의 참여가 줄을 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럽 본부도 쾰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쾰른 메세에서 10분 거리.

 

이 때문일까요? 3대 게임쇼에서나 가능했던 신작 발표와 최신정보 등이 게임스컴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소니는 슬림 PS3, 마이크로소프트는 <페이블3> 등 굵직한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퀼른 메세 프레스룸의 전경.

 

 

진정 게임을 즐길 줄 아는 관람객들

 

게임스컴, 아니 유럽 게이머들의 문화라고 해야할까요? 행사장 곳곳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이들의 관람 문화는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많은 관람객이 오는 만큼 주변에서 캠핑하는 사람들도 이들 문화의 일부입니다.

 

E3와 TGS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관람 문화는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체험 부스에 들어가서 컨트롤러를 몇 번 만지고 제한시간이 되면 손을 놓고 나오는 것이 기존의 게임쇼였습니다.

 

제한시간이 없으니 관람 도중에 피곤하면 편안한 자세로 언제든지 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스컴에서는 제한시간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오락실 용어로 말하면 한판을 끝낼 때까지, 혹은 질릴 때까지 해당 부스에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뒤에서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상황이지만 다들 여유롭게 기다리더군요.

 

오래 기다린 만큼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더군요.

 

특히 서양 특유의 문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즐기는 문화가 게임쇼를 활기차게 만드는 일등 공신입니다. 8번홀은 대부분 체험게임 위주의 부스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기타히어로> <록밴드> <DJ 히어로>를 비롯해 <싱스타> <토니호크 라이드> 등의 게임이 밀집해 있더군요.

 

기다려도 즐거운 이유는 게임 체험이 하나의 공연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소니 PS 부스의 전경. 유럽의 국민게임 <싱스타>(노래 게임)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부스는 하나의 공연장 형태로 꾸며져 있고 유저들이 직접 올라와서 공연하듯이 게임을 즐깁니다. 보는 사람도 즐겁고 체험하는 사람도 즐겁죠. 오래 기다려도 불평하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합니다.

 

 

③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와 환경

 

그러고 보니 또 한가지 다른 게임쇼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있더군요. 게임을 제대로 즐기게 해줄 수 있는 도우미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번에 3명의 도우미가 게임을 설명하고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 줍니다.

 

혼자 해도 즐거운 게임이 있지만 최근 나오는 게임들은 2명 이상이 함께 해야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Wii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고, 대전격투 게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스의 도우미는 단순히 눈요기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싱글 유저가 무한의 외로움을 맛볼 수 있는 Wii도 게임스컴에서는 문제 없습니다.

 

다들 즐겁게 즐기고, 최대한 이를 배려해 주는 부스 환경이 좋았습니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선정적인 옷차림의 여성모델을 내세우는 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도록 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

 

스탭은 눈요기가 아니라 체험을 더 흥겹게 만들어 주는 도우미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심 게임스컴 부스모델 100’ 같은 기삿거리도 생각하고 온 제가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온가족이 함께 올 수 있는 전시회이기 때문에 18세 이상 이용가 게임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부스를 배치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기도 합니다.

 

입장객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서 연령을 구분합니다. 나이를 한눈에 알 수 있죠.

 

지금까지 수많은 해외 게임쇼를 취재하면서 가장 고생했던 게임스컴. 하지만 제가 왜 독일까지 가서 고생했나 하는 후회보다 진정한 게임쇼를 경험했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게임기자로서 해외 개발자들과 편하게 마주하고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게임쇼는 게임스컴이 처음이었고, 쾰른시와 조직위원회 그리고 관람객의 마인드도 더할나위 없이 휼륭했고요. 독일 게임쇼(게임스컴)에 모두가 취재를 가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게임스컴이 끝나고 한 달 뒤에 일본에서 도쿄게임쇼 2009가 개최됩니다. 하지만 도쿄게임쇼에 대해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임스컴에서 올해 나올 기대작은 거의 다 보고 취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PS3용 기대작 <언차티드2>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정말 즐거워 보입니다.

 

보너스. PC 케이스 대회에서 인기를 독차지한 스폰지밥 케이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사진. 오른쪽 가방이 눈에 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