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게임을 통해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대개 '캐릭터(혹은 플레이어)'라는 요소를 활용한다. 유저는 캐릭터로 게임 속 세계를 모험하며 이야기를 경험하고 성장하며 게임에 몰입한다.
게임의 특징에 따라 유저가 파악하는 캐릭터의 정체성도 다르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유저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지만, 내러티브가 강한 게임은 게임 유형에 맞게 구성해야 캐릭터에 효과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넥슨코리아에서 <마비노기> 콘텐츠유닛에 있는 장기은 기획자는 이 점을 강조하며 현업 시나리오 기획자, 시나리오 라이터들에게 유저가 게임에 어떤 방식으로 몰입하고 있는지 방향에 맞는 설정법을 안내했다. 타깃에 맞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약한 내용과 함께, 하단 강연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자.
마비노기 콘텐츠유닛(2016~현재)
- 콘텐츠 기획자
- 챕터7 아포칼립스 메인스트림 (G22/G24/G25) 담당
- 주로 시나리오 / 퀘스트 분야 작업
아틀란티카 콘텐츠유닛 (2013~2015)
NDC 발표 (/w 전소현 님)
- 시나리오 기획자는 대사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ㅇㅅㅇ
# 캐릭터 유형 분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접근 방식
그녀는 다음 내용에 맞춰 강연을 진행했다.
1) 게임 스토리텔링에서 주요 캐릭터 유형
2) 자아 동일성과 외적 자아의 개입 정도로 나누는 내 캐릭터의 정체성 유형
3) 각 유형 별로 의미 있는, 공략 가능할 법한 요소 정리
4) 위 내용을 기반으로 <마비노기> 메인스트림 작업의 활용 사례
장기은 기획자는 캐릭터 유형을 A) 뚜렷한 정체성과 특징을 가진 인물, B) 기초적인 포지션만 제공하는 유형, C) 캐릭터 뒤 유저를 인지하는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A와 B는 각각 콘솔과 온라인(또는 모바일)게임에서 추구하는 형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둘은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한다는 측면(A), 성장 요소의 강조(B)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C는 유저 스스로를 인지하며 게임을 체험하는 형태로 메타 영역 게임에서 이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저와 게임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형태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위 유형들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게임에 따라 서로 혼재되는 형태도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러한 유형 분석을 통해 정체성 기준에 따라서 이야기에 집중시킬 방법이 다르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마비노기> G24/G25 메인스트림 작업을 예시로 강연을 풀었다.
# 마비노기 메인스트림으로 살펴보는 유형별 분석 적용 사례
메인스트림 작업을 하며, 장기은 기획자는 <마비노기> 모든 이야기를 정리, 마무리하는 단계기에 정보량도 상당하고, 몰입도도 높여야 하는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녀는 앞서 나눈 유형에 따라 캐릭터를 분석하고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결정했다. 초기 게임의 프로젝트에서 정의했듯 캐릭터인 '밀레시안'은 세계 내 유저기에 이는 유형 C와 가깝다.
그러나 서비스가 이어지며 유형 B와 같이 기초적인 정보, 포지션만 제공하는 형태로 강조됐다. 이를 위해 유형 B에 포커싱을 맞춘 방향으로 개발하며 틈틈이 유형 C의 요소를 가미하는 형태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유형 A에 해당되는 NPC 역시 인물을 다룰 때 참고하는 형태를 취했다.
장기은 기획자는 정체성 유형에 따라 <마비노기> 유저의 특징이 외적 자아의 개입도가 높으면서 자아 동일성이 높거나 혹은 낮은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자아 동일성이 높은 경우는 유저가 겪은 선택/행동의 의미를 부여하고 '나의 이야기'라는 여운을 느끼게 유도했다는 점, 낮은 경우는 큰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채로운 선택을 제시하고 분명한 피드백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스토리 강조와 몰입을 높이기 위한 4가지 포인트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은 기획자는 캐릭터와 함께 NPC, 플레이어,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다르게 포인트를 잡고 스토리에 녹이기로 결정했다.
먼저 캐릭터. 유저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많은 NPC의 동기가 연결된 하나의 집합체인 만큼 이야기의 개입도를 높이고 피드백을 높였다. 그녀는 라이브 서비스에서 이야기 개입도를 높이기 위해 결과에 도달하는 방법에 차이를 두거나 큰 영향이 없어도 선택한 액션에 따른 피드백을 세심하게 주는 방향을 선택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구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입도를 높이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선택지 분기 포인트가 늘어날 수록 작업량이 매우 늘어났으며 이에 따른 타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늘어났기 때문. 더불어, 유저의 의사 선택이 고려 안된 선택지가 보일 때 몰입도가 하락되는 경우도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점도 많았다고 밝혔다.
NPC는 최대한 많이 등장시켜 유저와 유대감을 강조했으며 인물 간 상호작용도 필수 대사 외 다양한 연출을 넣는 등 신경을 쓰기도 했다. NPC의 태도를 이해하고 행동에 공감가게 충분하게 정보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물의 퇴장 방법에 대해서도 가능한 모두에게 최선의 엔딩을 부여했다.
플레이어는 먼저 게임 외적 요소를 신경 썼다. 이는 게임 밖에 있는 유저의 입장으로 바라봐야 발견할 수 있는 영역에도 신경을 썼다는 뜻으로 의도적 대칭으로 상황을 강조하거나 각종 언어의 유희, 비유나 함의로 고찰할 수 있는 부분도 남겼다.
연출 대칭 구도나 각종 게임 시스템 요소로 처리하는가 하면 이야기 전개 부분은 과거 내용을 오마주해, 유저가 기억하는 의미 있는 지점을 적극 활용했다. 즉 유저의 플레이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 '내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전개. 많은 양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전개나 새로운 인물 역시 직관적으로 풀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또 업데이트 전 선행 메인스트림 난이도를 대폭 하향해 접근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장기은 기획자는 앞서 경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게임의 플레이어는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와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을까?'는 의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구상하면 현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